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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봉하 현장]

취재 : 윤성효 최경준 김도균 박상규 안홍기 기자 / 총괄 : 김병기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 총괄 : 권우성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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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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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신 : 28일 오전 8시 30분]

권양숙 여사, 가시는 길에 국화 한 송이 올려
노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 추모객에게도 감사 인사

28일 오전 7시 24분경, 권양숙 여사가 봉하마을 분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혀 예고되어 있지 않던 갑작스런 행보였다. 권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입관식 때 휠체어를 타고 사저 밖으로 나온 적이 있다. 최근에는 사저 뒷편에 있는 봉화산 인근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지를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일찍 마을회관에 마련된 빈소에서 아침제를 지낸 뒤, 갑자기 '나가봐야겠다'며 밖으로 나올 채비를 했다고 한다.

비서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 권 여사는 여전히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이전보다는 건강이 호전돼 보였다. 분향소로 들어가는 권 여사의 손에는 국화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더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들고 있던 국화를 영정 앞에 올려놓았다. 권 여사는 다시 영정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권 여사는 조문을 기다리던 추모객을 향해서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참모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권 여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분향소를 나온 권 여사는 빈소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승용차를 타고 사저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어제(27일) 한명숙 전 총리(국민장 공동장의위원장)를 통해 자원봉사자와 조문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던 것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전날 한 전 총리는 분향소 주위에서 국밥을 나눠주고 청소를 하는 등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 수십 명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권양숙 여사께서 자원봉사자와 추모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28일 새벽 봉하마을 추모객은 환하게 동이 틀 무렵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26일과 27일에는 새벽 3시를 넘어서면서 추모행렬도 수십 명가량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곤 했지만, 이날 새벽 추모행렬은 봉하마을 밖 200여 미터까지 뻗은 채 줄어들 줄 몰랐다.

이날 새벽 추모객들의 특징은 큰 소리로 오열하는 이가 많이 줄었다는 것. 이에 대해 봉하마을에서 장례를 지원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측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노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의 추모가 많았다면 어제(27일) 밤부터는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많아졌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고 노무현 저 대통령의 서거 6일째인 28일 아침 권양숙 여사가 빈소에서 나와 사저로 향하고 있다. 비서관 손을 잡고 걸어나온 권 여사는 승합차를 타고 사저로 갔다.
 고 노무현 저 대통령의 서거 6일째인 28일 아침 권양숙 여사가 빈소에서 나와 사저로 향하고 있다. 비서관 손을 잡고 걸어나온 권 여사는 승합차를 타고 사저로 갔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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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노 대통령 추모는 민주주의 추모"
봉하마을에서 위령미사... "몸 부서졌지만 영혼 높이 들릴 것"
28일 새벽 5시 30분경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50여 명과 수녀와 신도 등 300여 명이 봉하마을을 찾아 위령미사를 드렸다.

기도를 맡은 김영식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죽었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추모는 이 땅에서 죽어간 민주주의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부활을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했다.

김인국 신부는 때마침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아 예수의 부활과 승천을 노 전 대통령 죽음과 연결시켜 강론을 펼쳤다.

그는 강론 내용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육신은 부서졌지만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 것이라는 의미에서 부활, 몸은 부서졌지만 그 정신은 높이 들어올려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승천이라는 신학적 개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사 뒤 장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는 "노 대통령님께서도 여러분들이 보낸 애정과 추모의 뜻을 잘 보고 계실 것이다. 정말 고맙다"며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시했다.

다음은 이날 김 신부의 위령미사 강론 전문이다.

'부엉이바위는 부활과 승천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존엄사 문제로 시끌벅적 논쟁을 벌이다 잠든 그 시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님은 세상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슬픈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래로 떨어지셨다'는 비보를 들으며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몰라 참 난감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역시 존엄사라고 할 수 없는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슬프고 외롭게 가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셨습니다. 또 주님께서 고독하게 하직을 고하실 때 우리는 모두 그분을 두고 아주 멀리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부활 승천의 감격은 이런 모든 부끄러움과 아픔 후에 벌어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느님의 역사였습니다.

벌써 엿새째 복잡한 도심이나 고요한 산골을 가리지 않고 잠시도 쉼 없이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만의 추모 물결과 이 땅 구석구석 높이높이 피어오르는 분향의 향기는 부활승천의 저 장엄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자리에 모이던 바로 그날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 속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영혼을 정화시키는 슬픔의 놀라운 힘을 새삼 경찬하게 됩니다. 죽어서 더 크게 산다는 생명의 신비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의 최후에서 투신과 봉헌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전 당신께서 보여주신 희망과 또 놀랍게 마련해 주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옛날,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노라 하시던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께서도 이승의 수고를 훌륭히 마치셨으니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부디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꼭 닮았습니다. 님의 간절했던 소망을 향하여 공손히 경배 드리며 삼가 저희의 분발과 헌신을 약속합니다.

[44신 : 28일 새벽 0시 40분]

"그 나라엔 바보같은 노무현이 있다네", 조문객 사로잡은 어린이들의 추모곡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 그 나라엔 미움이 없다네. 그 나라엔 거짓이 없다네. 전쟁이 없다네. 만들자 아름다운 세상. 정의의 뜻을 모아 만들자, 아름다운 세상을~"

27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는 봉하마을 하늘에 합창곡이 울려퍼졌다. 눈물을 훔치며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의 발길을 붙잡은 주인공은 '밀양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 6살부터 12살까지 12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슬픔으로 고개 떨군 조문객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듯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바보 노무현'을 노래했다. (☞ [동영상 바로가기] 어린이합창단 노래)

"그 나라엔 희망이 있다네. 그 나라엔 믿음이 있다네. 그 나라엔 바보같은 노무현이 있다네. 대통령이 있다네~"

"사랑해요. 반짝이는 눈물까지도~"

이 노래는 동요작곡가인 고승하(62) '아름나라' 문화학교장이 작곡한 '가자, 아름다운 나라'라는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고승화 교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경남지회장도 맡고 있다. 80년대 노동계에서 즐겨 불렀던 '고백'을 작곡하기도 했다. 고승화 교장은 "이 노래가 얘기하고 있는 나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들은 고승화 교장이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위해 만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노래도 불렀다. 역시 '선생님' 자리에 '노무현'을 집어넣어 개사한 것이다.

"우리들의 밝은 웃음 나누며 사는 세상, 서로서로 도와가며 올곧은 세상을 위해, 노무현 사랑해요. 반짝이는 눈물까지도. 노무현 사랑 새기며 두 발로 굳게 서겠어요~"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5.18 민주화 운동 24주년 기념식에서 '선생님, 광주의 5월을 아세요?'라는 노래로 기념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고승화 교장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여서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 안되는 자리여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무겁기만 한 자리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단순히 한 사람의 장례식이 아니라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래를 부른 윤혜림(11)·예주(9)양의 어머니인 박순정(40)씨는 "예전에 봉하마을에 왔다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뵌 적도 있는데, 이렇게 되셔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노 전 대통령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대희 "원칙 지켜려 애썼던 분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은 안대희 대법관이 분향소로 들어가고 있다. 안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시 동기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은 안대희 대법관이 분향소로 들어가고 있다. 안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시 동기생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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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생인 안대희 대법관이 분향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안 대법관은 27일 밤 9시 30분경 조문을 마쳤고, 기자들과 만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고, 노력한 분인데, 슬프게 가시니 너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분향을 하면서 눈물을 내비쳤던 안 대법관은 봉하마을회관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빈소에 들렀다가 떠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좀 울었다"고 짧게 말했다.

안 대법관은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수부장직을 맡아 16대 대선 불법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안 중수부장은 노무현 캠프와 이회창 캠프를 수사했고, 노무현 캠프측 안희정씨를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시킨 바 있다.

한편 장의위원회 운영위측은 27일 오후 4시 현재 봉하마을 분향소 방문자가 78만4000명(전국 방문자 299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동안의 분향소 방문 추이를 보면, 주로 오후 6시 이후 추모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28일 오전까지 추모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28일 0시 30분 현재도 1킬로미터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까지 추모객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객들이 추모글을 붙여놓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객들이 추모글을 붙여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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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신 : 27일 저녁 8시 40분]

이광재 의원 '오열'... "숨 끊어질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하겠다"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아 일시 석방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아 일시 석방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7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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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27일 저녁 봉하마을을 찾아 "노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이날 저녁 7시 30분경 부인과 함께 아이들 손을 잡고 봉하마을에 도착해 분향소를 찾은 이 의원은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이 의원 부인은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구슬피 흐느꼈다.

영정 앞에 선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왼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따라주는 술을 영정에 올리고 향을 피운 뒤 한참 동안 고개 숙인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번 절을 올린 뒤 이 의원은 상주로 나와 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이 의원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울먹였다. 한 총리도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이 의원과 함께 흐느꼈다.

이 의원의 분향이 시작되자 분향 대기줄에 서 있는 조문객들은 더욱 숙연한 침묵에 빠져들었고, 일부 시민들은 분향하는 이 의원의 뒷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가족과 함께 곧바로 장례지원처가 있는 비서 숙소로 향했다. 취재진이 이 의원의 말을 듣기 위해 포토라인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다 재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발길을 돌리고는 "제가 노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사님과 남은 가족들은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목이 멘 소리로 말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분향을 한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분향을 한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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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신: 27일 오후 5시 45분]

이강철 전 수석 "살아있는 내가 부끄럽고 죄스럽다"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아 일시 석방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27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아 일시 석방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27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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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마지막으로 정치 보복이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은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화해가 이뤄진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이 전 수석은 구속집행정지로 이날 낮 12시께 서울구치소에서 일시 석방돼 바로 봉하마을로 내려왔다.

오후 5시께 봉하마을에 도착한 이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 분향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이 전 수석은 "구속될 때 나를 마지막으로 정치 보복을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으로 참극을 당했다, 살아있는 내가 부끄럽고 죄스럽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은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화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수석은 "구치소에서 소식을 듣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믿어지지 않았다"며 "이제 나머지는 살아있는 우리 몫이니까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수석은 "예전에 (노 전 대통령이) 우리 늙으면 같이 오순도순 살자고 했는데, 먼저 떠나 가슴이 아프고 애통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구속집행이 정지돼 일시 석방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정상문 총무비서관도 곧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 이강철 "나이들어 오손도손 모여 살자고 했는데..."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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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양산을 쓰고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양산을 쓰고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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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의 진짜 대통령"
봉하마을 벽보판 뒤덮은 추모글
김해 봉하마을 벽보판에서 즉석 '추모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봉하마을에 구름같이 몰려든 조문객들이 벽보판에 추모글을 쓰고 있는 것.

벽보판은 분향소와 노 전 대통령 사저 중간의 공사 현장 가림막에 위치해 있다. 20여장의 넓은 종이가 붙여진 이 벽보판에는 '추모글 모음'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조문객들이 필기구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추모글은 구호 같은 내용도 있지만 시(詩)에 가까운 글도 있다. "편히 쉬십시오"라는 내용과 언론과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면 쓴 글도 많이 눈에 보인다.

"조중동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십시오. 님을 기억하겠습니다", "4년 후 이명박은 어떻게 될까", "진작 오지 못한 게 평생 한이 될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모습을 추억하는 글도 있다.

"지난 주말 꿈 속에 찾아오셨습니다. 저 혼자 구시렁거리다 님의 말씀 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오셔서 들려 주십시오", "보릿대 모자 쓰고 쓰레기 줍던 님의 모습은 진정한 대통령 문화입니다",

"솔직하게 살아도 대통령까지는 할 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태산이 무너졌습니다", "정말 노력한 대통령입니다",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못난 우리를 용서하소서",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살아있는 전설로 영원하라",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당신이 진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

먼 곳으로 떠나는 노 전 대통령을 아쉬워 하는 내용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상신은 먼 곳으로 떠나지만 정신은 후손에게 계승하겠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자 내 자녀, 손주에게 알려주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렵니다"

그림을 곁들인 글도 있었다. 국화를 한 송이 그려 놓고서는 그 옆에 "흰 국화 한 송이 바칩니다"라고 써 놓았고, 연기 나는 담배를 그려놓은 뒤 그 아래에 "피우지 못하신 담배 한 개피 여기 올립니다"라고 써놓았다.

조문객들은 추모글을 읽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휴대전화에 담기도 했다. 조문객 노익구(69․창원)씨는 "읽어보니 다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남성은 "읽어보니 찡하네요"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는 몰라 준 것 같았는데, 돌아가신 뒤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41신: 27일 오후 3시 20분] 장의위원 명단 공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 상복 차림의 백종웅 하동 최참판댁 명예참판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곡을 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 상복 차림의 백종웅 하동 최참판댁 명예참판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곡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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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 측의 장의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참여정부 국무위원 전원과 참여정부 모든 처·청장, 그리고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 보좌관, 경호실장을 지낸 인물들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문규현 신부, 박원순 변호사, 배은심 고 이한열씨 모친, 오충일 목사 등 시민사회 진영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또한 정상명, 이종왕 변호사 등 노 전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 다수와 명계남 등 노사모 전현직 대표 모두가 포함됐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민장이지만 정부와 유가족과 함께 협의해 장의위원 명단을 확정했다"며 "장의위원회 규모도 크지만 각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폭넓게 참여한 것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오후가 되면서 봉하마을에는 무더위를 동반한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추모 인파는 줄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봉하마을 입구에서 약 2~3km 걸어와 1km에 이르는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 노 전 대통령에게 헌화 및 분향하고 있다.

봉하마을 쪽에서는 무더위와 햇볕 때문에 추모객 약 50~100여 명이 분향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분향을 해도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최소한 1시간은 기다려야 조문에 참여할 수 있다.

27일 낮 12시께 구속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된 이광재 의원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저녁 봉하마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노 전 대통령 유가족 측 주요 장의위원 명단이다.

참여정부 국무위원(장관급 전원-위원회-국정과제위원회 포함), 참여정부 처-청장 및 차관급 전원,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보좌관-경호실장

함세웅(신부), 노건평(유족대표), 정재성(변호사-친지 대표), 이기명(작가, 전 후원회장), 강태룡(부산상고 동창회장), 강금원(창신섬유 회장), 노준식(노씨 중앙종친회장), 노경래(노씨 중앙종친회 고문), 노성대(노씨 중앙종친회 고문), 강보현(변호사-사법연수원 동기), 김기수(''), 김영훈(''), 서정석(''), 유철균('') 윤여달(''), 이기배(''), 이종왕(''), 정상명(''), 조창구(''), 한종원(''), 정연주(전 방송협회장), 최민희(전 방송위부위원장), 정상문(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도술(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선진규(봉화산 정토원 원장), 이병기(봉화마을 이장), 이재우(진영 노동조합장), 이해동(목사), 조용기(목사), 유시춘(전 국가인권위원), 최경룡(노사모 대표), 명계남(노사모 전 대표), 문성근(문화인), 차상호(노사모 전 대표), 하성흡(노사모 전 대표), 노혜경(노사모 전 대표), 김병천(노사모 전 대표), 류희인(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원창희(우인 대표), 서동구(전 KBS 사장), 고영재(전 경향신문 사장), 강기석(전 신문유통원장), 표완수(전 YTN 사장), 조상기(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이상희(전 방송위원장), 김동기(전 방송위원), 김주언(전 언개련 사무총장), 최홍운(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규도(전 민주당 부산 동구지구당 부위원장), 배응기(전 부산 강서구청장), 류강하(신부), 문규현(신부), 안승길(신부), 김상근(목사), 청화(스님), 명진(스님), 조준희(변호사), 최병모(변호사), 리영희(한양대 명예교수), 임재경(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송기숙(소설가), 김성수(성공회대 총장), 변정수(변호사), 서영훈(전 KBS 사장), 이세중(변호사),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이성찬 박창욱(4.3유족회), 박재승(변호사), 박원순(변호사), 이시재(가톨릭대), 정현백(성균관대), 하승창(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학영(YMCA), 원택(스님), 양철호(노인의 전화), 윤장현(광주 전남 비전), 김희택(전 민청련 의장),
<이하 직책 생략> 배다지, 나병식, 배은심, 오충일, 이해학, 최열, 조성우, 옥한흠 등 시민사회단체 주요인사 70명.

[40신 보강: 27일 오전 11시 50분] 조문 온 경찰간부들 시민들에게 '봉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총경급 간부들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되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총경급 간부들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되돌아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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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총경급 간부들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되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총경급 간부들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되돌아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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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놈들, 너희들이 어떻게 여길 와!"
"어떻게 경찰복을 입고 여길 올 수가 있어! 뻔뻔한 놈들!"

이운우 경남경찰청장과 경찰간부 20여 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다가 시민들에게 거친 항의를 받고 쫓기듯 현장을 떠나는 '봉변'을 당했다.

이 경남경찰청장 등이 봉하마을을 찾은 건 27일 오전 8시께. 이들은 빈소 코앞까지 차를 타고 노 전 대통령 빈소에 도착했다. 일반 시민들이 봉하마을에서 약 2~3k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모두 들어오는 것과 비교하면 '특혜'를 누린 것이다.

게다가 이 경남경찰청장 등은 조문을 위해 일반인들과 똑같이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지 않았다. 봉하마을 장의위원회 쪽의 도움을 받아 옆으로 입장해 일반인들보다 먼저 조문을 했다.

▲ 경남경찰청장 '새치기' 조문에 시민들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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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때다. 이 경남경찰청장들이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고 분향을 하자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뒤에서 고함을 쳤다.

"당신들 이명박의 '개'야, 아니면 민중의 지팡이야!"
"경찰은 왜 줄 안 서! 당신들은 이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어!"
"서울 가서 시민들 집회가 막지 여긴 왜 왔어! 나쁜 O들아!"

욕설과 항의만 터진 게 아니다. 한 여성은 500ml짜리 생수통을 들고 나와 조문을 하고 있는 경찰들에게 물을 뿌렸다. 몇몇 남성들은 빈소로 뛰어 와 경찰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로 걷어찼다. 또 일부는 이운우 경남경찰청장 등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봉하마을 빈소 주변에서 경찰과 시민, 그리고 기자가 뒤엉켰고 약 십여 분 동안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은 전경 약 100여 명의 보호를 받아가며 도망치듯 급하게 빈소를 빠져 나갔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봉하마을을 떠날 때까지 뒤쫓아 가며 "가서, 이명박에게 충성이나 하라"고 외쳤다.

이봉수 전 농업정책특보, 산딸기 영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정책특보를 지낸 이봉수(54)씨가 첫 수확한 산딸기를 영전에 올렸다.

그는 올해부터 김해 상동에서 산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농산물' 품질인증도 받았다. 이봉수씨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에는 첫 수확한 산딸기를 사저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날 수확한 산딸기 1kg을 들고 봉하마을에 왔다.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참여정부 참모진들이 평소 생각대로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바치는 게 좋겠다고 해 따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환경농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청와대에서 만났는데 농업개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더라"면서 "친환경농업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하마을은 인근 화포천 등이 있어 홍수 때 침수되고, 1.5km 정도 떨어진 공단으로부터 폐수가 흘러 올 수도 있어 친환경농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곳보다 적합하지 않은 봉하에서 친환경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인이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하마을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도로 오리농법을 시작했다. 지난해 오리농법 경작지는 2만4000여평이었고, 올해는 10배인 24만평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AI가 발생해 도입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봉수씨는 "특히 김해는 난개발이 심한데, 노 전 대통령은 무분별한 난개발에 분노한 적이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봉하마을에 골프장을 조선하고 공단을 조성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노 전 대통령은 한 순간의 인기를 위해서는 그런 난개발을 하면 됐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벼농사로 친환경농법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에서 성공하지 못할 지역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인이 귀향해서 하고자 했던 뜻을 참모진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잘 알아서, 노 전 대통령이 계시지 않더라도 봉하마을은 친환경농업의 모범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양숙 여사 "자원봉사, 시민분향에 감사드린다"
한명숙 장의위원장 전해... 자원봉사자 500여명 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가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가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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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가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가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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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자원봉사자와 시민분향소에 특별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 한명숙 공동위원장은 27일 오전 봉하마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하루 전날 권양숙 여사를 만나 말씀을 드렸다"면서 "권 여사께서는 자원봉사자와 시민분향이 물결을 이루는 것에 대해 두 손 모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한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나왔는데,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시민 분향소가 마련되어 큰 물결을 이루고 더구나 자발적이어서 감동이다"면서 "보도에 보니 어떤 노인정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5만원을 거둬 분향소를 차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분향의 물결이 큰 강을 이루는 것을 볼 때, 국민들이 저희들에게 큰 힘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의는 엄숙하면서도 당당하고,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원봉사자와 시민분향소 관계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봉하마을 노사모 사무실 앞에 마련된 자원봉사자 방명록 기록 장소와 음식 준비 장소 등을 둘러보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한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수고하십니다"거나 "고생이 많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잡으면서 "끝까지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 접수를 맡은 최원식(49)씨는 한 위원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고생하셨던 것에 비하면 저희들은 힘들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한 위원장 앞에서 울먹이며 "왜 혼자 가셨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셔야 하는데 못 지켜 드려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기운 내세요"라고 대답했다.

봉하마을에는 자원봉사자 400~500여명이 방명록 접수와 음식 대접, 청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39신 : 27일 오전 7시 40분]

닷새째 조문객 맞이 준비로 분주한 봉하마을
쓰레기 처리량 매일 13~15톤... 조문객 줄어든 새벽 2시간 동안 새단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로 가는 길목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누리꾼들이 추모의 글을 모아 제작한 만장들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로 가는 길목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누리꾼들이 추모의 글을 모아 제작한 만장들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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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침, 인파로 북적이던 봉하마을은 밤이 깊어지면서 조문객이 크게 줄었고, 동이 터오면서 새 조문객 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봉하마을 진입로를 가득메웠던 조문객은 새벽 4시 경 수백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새벽 7시경 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조문객이 크게 줄어든 시점부터 3시간 정도가 밀려드는 조문객 맞이를 위한 단장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분향소 제단을 메우고 있는 국화와 근조 화환들도 시든 꽃을 솎아내고 새 꽃들을 보충했다. 제단 위에 놓인 제물들도 새 것으로 교체됐다.

동이 터 오면서는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된다. 접객소(식당)에서는 자원 봉사자들이 바닥을 쓸고 상을 닦으며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전날 준비한 식재료가 일찌감치 떨어져 조문객 일부에게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주방에서는 이날 9시부터 제공할 식사를 만들기에 들어갔다.

조문객들이 몰려들면서 봉하마을에는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분류해 모아 놓으면, 매일 새벽 6시경 김해시 쓰레기 수거 차량이 마을로 들어와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수거되는 쓰레기는 13~15톤으로, 음식물 쓰레기만 5~6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평소 봉하마을 쓰레기 배출량의 수백배에 달한다는 것이 쓰레기 수거원들의 말이다.

엄청난 인파가 들어오기 때문에 분뇨 처리량도 많다. 몰려드는 조문객을 감당하기 위해 봉하마을 곳곳에는 간이 화장실 4개동이 설치됐다. 매일 아침 분뇨 수거 차량이 마을로 들어와 길다란 호스를 간이 화장실에 꽂고 분뇨를 수거해가고 있다.

간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분뇨의 양은 매일 10~12톤 정도. 봉하마을에는 이 간이 화장실 말고도 마을회관 옆 화장실이 있는데, 이곳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화장실의 분뇨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가 자동처리되는데, 분뇨를 수거하러 온 관계자는 마을회관 화장실 분뇨의 양이 간이 화장실 4개동 분량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침 7시가 넘어가면서 조문객들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38신 : 27일 새벽 1시 52분]

"아이 업고 두 시간 걸어왔지만, 마음은 편하다"
최대 추모인파 몰린 봉하, 길 위에만 1만5천명 대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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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26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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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을 전체가 장례식장으로 변한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나흘째를 맞은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분향소를 마련한 23일 이후 최대 추모 인파가 몰렸다. 특히 밤 9시 이후 추모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평일이기 때문에 직장을 마치거나 상점 문을 닫고 뒤늦게 오는 30~40대가 눈에 많이 띈다. 27일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지만, 추모객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추모객들은 800m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금봉마을 삼거리)부터 줄을 서 있다. 길 위에만 최소 1만5000여 명의 인파가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분향소까지 추모객들을 안내하는 노란줄은 500여 미터쯤에서 끊겼고, 그 뒤로는 자원봉사자들이 드문드문 서서 추모 대열을 안내하고 있다.

분향소까지 오는 2차선 도로는 평상시 어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추모객들은 앞뒤로 줄을 서서 잰걸음으로 걷기 때문에 분향소까지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했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헌화를 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헌화를 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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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에 살고 있는 허종부(61)씨는 부인과 함께 조문길에 나섰다. 김해에서 차가 막혀 봉하마을 입구까지 1시간이 걸렸고 다시 1시간째 걷고 있지만, 아직 분향소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그래도 허씨는 힘든 내색을 않는다. 허씨는 "(노 전 대통령이) 고생을 많이 하시지 않았느냐"며 "그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웃어보였다. 허씨는 "사람들과 같이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길을 나섰다"고 한다.

그래도 허씨는 양호한 편이다. 분향소 지정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 진영공설운동장부터 걸어오는 추모객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특히 우천수(35, 직장인)씨는 전남 여수에서 왔다. 게다가 5살 난 아이는 유모차를 태웠지만, 2살 난 아이는 우씨의 아내 등에 업혀 있다.

우씨는 "직장을 마치고 오느라 어쩔 수 없이 늦게 출발했는데, 여수에서 김해까지 오는 데만 2시간 반이 걸렸다"며 "주차장부터 다시 2시간이나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토록 힘겹게 조문을 오는 이유가 뭘까? 우씨는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믿어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참회의 길을 걸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우씨는 "몸은 힘들지만, 직접 와서 노 전 대통령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영(34)씨도 아들 민수(12)의 손을 잡고 40분 동안 열심히 분향소를 향해 걸었다. 박씨는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노 전 대통령 가시는 길을 안 보면 내내 후회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장의위원회 운영위측은 추모 인파가 급격히 몰리자, 50명으로 진행하던 단체 조문 규모를 100명으로 늘렸고, 절이 아닌 묵념으로 조문 방식도 바꿨다. 또한 시간이 없어 바쁜 조문객들을 위해 노사모 기념관에 임시 분향소를 만들었다. 특히 많은 인파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즉석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장의위원회 운영위측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최대 추모 인파가 몰린 것 같다"며 "시간이 갈수록 추모 열기가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봉하마을 조문객 100만 코앞

한편 김해시는 지난 25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33만6774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에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당초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추모객 수만 집계하던 김해시는 25일 야간집계를 시작했다. 김해시는 집계에서 빠진 새벽시간 추모객 수까지 반영, 지난 23일부터 25일 자정까지 누적 추모객을 50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26일 밤부터 분향줄이 급격하게 늘어나 23일 이래 최장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26일 추모객은 25일 추모객 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여 27일 오전에는 누적 추모객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7일 새벽 1시 40분 현재 봉하마을 분향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내외, 영화배우 명계남씨, 탤런트 권해효씨와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참모 등이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헌화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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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신 : 26일 오후 6시 10분]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저걸 보고 아방궁이라고 떠듭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던 부엉이 바위. 경찰은 그 등산로 초입부터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현장 보존을 위해서란다. 그래서 추모객들은 부엉이 바위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서 서성이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 듯 '폰카'를 찍는다. 200~300명의 추모객들이 항상 그곳에 모여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이기도 하다.

서울 동작구에서 내려왔다는 한 시민은 즉석에서 연설을 했다.

"담배 한 개비 피우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제일 원통합니다. 우리가 도둑놈에게 속고 한나라당에 속아서 이런 비극이 생긴 것입니다. 퇴임하고 1년 뒤에 자살하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답니까.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문하러 왔다가 시민들이 조금 욕을 하니까 되돌아갔다"면서 "진정으로 조문을 하려고 했다면 맞아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 곳곳에서 "옳소"라는 외침이 들렸다.

그는 이어 "이런 비극이 다시 초래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선거에서 지역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말이 끝나자 30대 여성은 큰 소리로 통곡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가리키며) 저기 집을 보세요. 저게 아방궁입니까? 저게 400억원짜리 집입니까?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저걸 아방궁이라고 떠듭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눈으로 확인을 했으니 언론의 말에 속지 말아주십시오."

이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매스컴이 죽일 놈이다", "다 거짓말하는 인간들", "우리도 저런 집을 지어놓고 살 수 있겠다"라고 시민들이 호응했다.

한편 오후 5시 10분경 이용훈 대법원장이 분향소에 도착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와 잡담을 나눴다. 노 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사회의 시기, 질투가 화해, 용서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천호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각별한 조의를 표하고 이를 유가족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또한 오바마는 주한 미 대사에게 영결식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26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을 찾은 한 초등학생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조문을 마친 뒤 등교하고 있다.
 26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을 찾은 한 초등학생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조문을 마친 뒤 등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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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신 : 26일 오후 4시]

봉하 현장에서 목격한 촛불... 유력인사 줄이어 참배

가마솥에서는 벌건 소고기국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10여 명의 아주머니들은 무를 쌓아놓고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그 옆에는 큰 비닐봉지에 쌓인 여러 개의 숙주 더미가 놓여있다. 수저를 나눠주는 사람만도 5-6명이다. 한쪽에서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나눠주고, 김치를 퍼서 일회용 그릇에 퍼담는 아주머니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시민들, 방명록 앞에 서 있는 사람들, 교통정리를 하는 시민들…. 자원봉사자의 규모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하나같이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다. 이렇듯 봉하마을은 거대한 슬픔의 장이자 자원봉사의 실현장이기도 하다. 참배를 마치고 되돌아선 시민들의 눈가에는 습기가 그렁그렁하지만, 천막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또 한켠에서는 정치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1년전 광화문에 켜진 촛불의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촛불 대신 국화꽃 한 송이. 그 장사진은 오후 들어 급격히 늘어 6000-7000에 육박하는 듯하다. 오전에는 10여 명씩 참배를 했지만, 밀려오는 추모객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오후 1시부터는 100여 명이 합동 참배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후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조문을 마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후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조문을 마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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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40분경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분향소를 찾았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전 국민이 애도하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무척 다행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나와 함께 사법제도 개혁에 많은 노력을 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원순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은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권위주의 혁파와 법치주의 확립에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오늘의 슬픔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35신 : 26일 오후 2시 ] 

진보진영 인사들 조문..."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장렬한 산화"

진보진영 인사들도 조문단을 꾸려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한국진보연대는 26일 정오께 오종렬 상임고문 등이 포함된 약 30여 명의 공식조문단을 꾸려 봉하마을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 및 분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명박 정부의 국민 무시 정책과 검찰의 편파 표적 수사가 이런 비극을 불러왔다"고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오종렬 상임고문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장렬한 산화"라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살길 바라는가.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처자식은 물론이고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철저히 파괴시켰다. 그리고 '깨끗한 정부'라는 참여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숴놓았다. 이렇게 하고선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오 상임고문은 방명록에 "시민의 대통령 바보 노무현, 영원한 벗이여. 6.15, 10.4선언의 주역. 민족의 빛으로 빛나시오"라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시민사회원로들이이 조문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시민사회원로들이이 조문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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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병석, 김진표, 박영선, 이용섭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20여 명도 이날 정오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박병석 의원은 조문을 마친 뒤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뭐가 무서워 서울광장을 열지 않느냐"며 "당장 광장을 개방해 시민들의 자발적 조문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26일 오후에도 봉하마을로 추모 인파가 계속 밀려들고 있다. 현재 봉하마을 빈소 앞에는 약 1만여 명이 조문을 대기하고 있다. 봉하마을 쪽은 안내 방송을 통해 "현재 인파가 밀려들고 있으니, 조문객들은 가급적 절을 올리는 대신 묵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지관인 구영옥(80. 진영읍 방동리)옹과 함께 장지를 물색하기 위해 진영읍 본산리 산 12번지를 찾았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보면 오른편에 위치한 산기슭으로 현재 유력한 장지로 거론되고 있다.

[34신 : 26일 오전 11시 40분]

"을매나 답답했으면 그래 모진 마음 먹었겠노"


"역사가 10년 후퇴했다고 합니다. 다시 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려면 여러분들의 기록이 중요합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지금 여러분들의 심정을 여기에 기록해주십시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향을 한 개 피워올린 뒤 돌아서는 사람들을 향한 자원봉사자의 외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일째. 봉하마을의 추모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6일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추모객들이 부쩍 늘었다. 1000여 명이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참배를 기다리고 있고, 1km밖에 차를 세우고 봉하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 바위가? 뒤에 바위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를 가리키며 두 살배기 딸 예연이를 유모차에 태워 봉하 마을로 들어서던 김영석(37), 임미례(32) 부부는 아침 일찍 경남 양산의 집을 나섰다고 했다.

"진작 오고 싶었지만, 직장 문제 때문에 못 오다가 오늘은 휴가를 쓰고 왔습니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TV뉴스에서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웃는 모습이 지난 사흘 내내 눈에 밟혔다고 했다. 임씨는 "그냥 눈물이 흐르더라"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노 전 대통령의 공과야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중학교 학생들이 조문을 마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중학교 학생들이 조문을 마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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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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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로 가는 길목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노란색 리본이 줄지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로 가는 길목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노란색 리본이 줄지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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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이 다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을매나 답답했으면 그래 모진 마음을 먹었겠노 생각하면 눈물이 나데요."

관절염으로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1Km 넘는 거리를 걸어 온 송순이(72), 김점례(68) 할머니는 "국민된 도리로" 봉하마을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해시내에 산다는 두 할머니는 같은 사찰에 다니는 친구사이로, 분향소에 와보지 않고는 "영 마음이 찜찜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래도 노 대통령이 하늘에서 우리 걸어오기 좋으라고 구름을 끼게 했네요."

오전 10시 30분경에는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환자 44명이 전세버스 편으로 봉하마을 회관에 차려진 분향소에 도착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직접 나와 이들을 영접했다.

김종식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80년대 후반에 우리 작업장을 직접 방문해서 법률 지원 등을 해왔다"면서 "대통령 임기를 2달여 앞둔 시점에 우리 회원 4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서 '얼마나 불편하냐' '뭐가 필요하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11시 10분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0분 뒤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부부가 마을회관에 차려진 빈소로 들어섰다.

백 교수는 "최선의 다한 그분의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분이 있었으니, 이제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 명예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태그:#노무현 서거,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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