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서 영상물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 코리아 발표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인터넷 통제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사이버 망령론'까지 나왔다. 나 역시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에 "자기 발등 찍은 인터넷 실명제"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를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청와대 발등찍은 인터넷 실명제"라는 제목으로 올렸는데, 청와대 블로그인 <푸른팔작지붕 아래>에서 '엮은글' 형식으로 1) 정부가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다 2) 정부가 이제는 유튜브에 동영상 업로드를 하지 못한다 3) 청와대가 국가 설정을 '한국'에서 바꾸기가 힘들어 난처할 것이다는 주장과 견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대통령 연설, 유튜브에 계속 올라갑니다."라고 했다.

 

 

<푸른팔작지붕 아래>는 이어서 "유튜브의 청와대 채널은 처음부터 국내가 대상이 아니라 해외홍보를 목적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청와대 유튜브 채널은 처음부터 '한국'이 아닌 '전세계'(worldwide)"라면서 구글의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유튜브를 통해 평상시와 같이 업로드하여 전세계에 배포된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대통령 연설 동영상 업로드 계정이 '한국' 아니라 '전세계'였다는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자기 발등찍은 인터넷 실명제'라고 비판부터 한 것은 기사로서 분명 부족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연설 계정은 '전세계'일지라도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누리꾼들이 대한민국 국적으로 동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달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조금 감성적인 접근이지만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를 경험했다. 나라 잃은 사람들로서 '국적'은 굉장히 중요하다.  나라가 있는데도 나라이름으로 동영상과 글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은 받아 들이기 힘든 것이다.

 

"대통령 연설, 유튜브에 계속 올라갑니다" 글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누리꾼이 세계최고 UCC 사이트에 한국인으로서 영상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네티즌은 전세계 최고의 UCC 사이트에서 한국인으로서 영상을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한국 국적 아닌가, 우리도 다른 나라로 바꿔 영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자존심 문제입니다. 저 머나먼 아프리카에서도 올릴 수 있는데 왜 우린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상조차 올릴 수 못하느냐는 말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왕따가 되고픈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Pearl Jam'

 

구글 발표 이후 '사이버 망명' 흐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국외 사이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은 구글이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8일 다음에 '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http://cafe.daum.net/naneoneonaism)'이라는 카페를 개설했는데 12일 현재 535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자존심' '사이버 망명' 같은 말이 감성적일 수 있지만 인터넷은 인간이 만든 어떤 것보다 사상과 이념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다. 민족과 국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자기 생각을 여과없이 주장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공간을 제한는 것은 인터넷 강국,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와는 반대되는 길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인터넷 통제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전에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를 재고해야 한다.


#청와대#유튜브#인터넷 실명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