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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어제도 밤 11시에 귀가했습니다.

학교 공부 외에도 도서관에 들러 공부를 더 하느라 늘 그렇게 늦게 돌아오곤 하지요.

 

"저녁은 먹었니?"

"네."

 

"먼저 잘 테니까 너도 일찍 자거라."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잠이 들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시간은 새벽 5시였습니다.

헌데 그 때까지도 아들은 거실에 있는 PC 앞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밤 새운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의 눈에 하지만 피곤과

잠 기운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음은 물론이었지요.

 

"오늘도 학교에 갈 건데 그리 밤을 새우면 어떡하니? 건강도 생각해야지...!"

그러면서 아들이 대체 뭘 공부하기에 밤을 새울

정도로까지 열정인가를 주마간산으로 살펴봤지요.

 

헌데 언뜻 보기에도 아들이 밤새 공부한 '과목'은 고등학교 공부 과정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아들이 구했다는, 그래서 오는 주말부터

시작한다는 어떤 고교생의 '과외선생' 알바 자리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나 된 아들인데 그로 말미암아

"제가 잘 해 낼지 모르겠네요..."라며 적잖아 걱정을 했던 부분까지도 말입니다.

 

그러했기에 노파심과 책임감에서 아들은 자신의 학과 공부 외에도

자신이 가르칠 학생의 공부에 대한

부분까지를 가외로 그처럼 밤새도록 '열공'했던 것이었지요.

 

아무튼 그같이 열심히 하는 아들을 보자 대견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솔직히 '늘그막(?)에 저게 무슨 고생인가?' 싶어

마음 한켠이 알싸하게 아파왔던 것도 속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늘그막' 이란 늙어 가는 무렵을 일컫는 낱말입니다.

고로 아직 30도 안 된 아들에겐 그같은 비유는 어불성설의 적용이긴 합니다.

 

그러함에도 아들을 보며 그러한 생각을 구태여 떠올렸던 건

군대까지 다녀와서 복학을 했고 그래서 올부턴 4학년 졸업반이 된 아들인 때문이었지요.

 

아울러 든 아들에 대한 측은함, 아니 저에 대한 자괴감은

'우리 아들도 내가 남처럼 돈을 '적당히'만 버는 가장이었더라도

휴학을 하지 않고 진즉에 졸업을 했을 것이고 또한

저같은 알바는 안 해도 되었을 터인데!' 라는 어떤 자기부정이었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같은 말은 실제로 속담으로도 회자되고 있지요.

 

그러나 그같이 차라리 젊어서 고생은 할지언정

늘그막에 고생한다는 것만큼 참혹하고 비참한 것은 또 없다고 봅니다.

 

그런 걸 다 아는 까닭으로 우린 누구라도 젊어서부터 사서(買)는

아니더라도 당면한 고생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겠지요.

 

여하간 아들의 오늘 고행이 나중엔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믿으며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들이 다 성장한 다음의 '실질적인' 늘그막엔

지금의 고생도 반드시 종착역에 닿으리라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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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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