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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든 출장을 가는 길에도 입이 궁금하면 서운하다.

이럴 때의 간식(군음식) 내지는 주전부리로서 호두과자만한 게 없다.

 

입에 들어가는 즉시로 포근하면서도

달콤하며 맛깔나게 으깨어지는 호두과만의 독특한 맛!

그에 더하여 화룡점정으로 혀에 와

부딪치는 호두 알갱이의 맛은 정말 압권인 때문이다.

 

전국의 휴게소와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팔고 있는 게 호두과자다.

그렇지만 진짜배기 호두과자를 먹으려면 충남 천안으로 달려가야 옳다.

 

천안에는 70년이 넘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호두과자의 원조인 ‘할머니 학화 호두과자’가 여전히 오롯하다.

근데 개인적으로 호두과자는 나에게 있어 슬픈 음식이다.

 

본의 아니게 너무도 일찍부터 소년가장이 되었다.

그리곤 고향인 천안역 앞에서 호두과자를 광주리에 담아 팔았다.

 

호두과자를 잘 팔았을 땐 점심으로 국수를

사 먹을 수 있었지만 (그 때도 국수는 밥보다 쌌으므로)

장사가 안 될 땐 호두과자를 점심 대용으로 먹기도 예삿일이었다.

 

하지만 물도 없이 먹는 호두과자는 퍽퍽해서

반드시 물 내지 음료수를 파트너 삼아줘야 했다.

온종일 퍼붓는 장맛비의 날이나 어제처럼

지독하게 추운 날엔 손님이 뜸하여 호두과자로 점심을 때웠다.

 

그러면서 때론 엄마가 그리워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씹는 입의 호두과자 사이로 들어가

물이 없이도 호두과자를 너끈하게 목 안으로 넘어가게도 했던 것이다.

 

그런 과거와 맥락으로만 치더라도 오늘 일독한

<달콤한 호두과자 / 크리스티나 진 지음 / 명수정 그림 / 예담 출간>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로는 어쩜 나의 지난날을 끄집어내는 듯도 하였다.

 

물론 마로는 나처럼 편부가 아니라 편모와 외로이 살긴 했지만.

일찍 아빠를 잃은 소년 마로는 엄마와 단 둘이 살면서

성장의 고통과 극복이라는 큰 줄기의 만만치 않은 암초와 씨름한다.

 

엄마는 자신의 삶이 머지않음을 인지하지만 아들에겐 의도적으로 냉정하다.

그건 남편이 남기고 간 많은 호두나무와 현재의

호두과자 가게가 마로로선 앞으로 먹고 살아나가야 할 토양인 때문이다.

 

자신의 생이 다함을 깨달은 엄마는

마로를 불러 촛농으로 봉한 호두를 절개하라고 이른다.

그 안에는 엄마가 적은 종이쪽지가

들어있었는데 그 내용이 그만 독자의 눈시울을 적신다.

 

‘(이걸) 잘 간직하렴.

누군가가 천국의 문에서 우리에게 암호를 대라고 물을 게다.

 

그때 이건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열쇠가 될 거야.

가족은 영원하리라.’

 

저자의 이름과 등장인물, 그리고 주변의 상황까지도

마치 외국 작가의 작품으로 오해할 만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게 이 작품이다.

 

따라서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서 보자면

한동안 다소 막연하고 이질적이기까지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그런 건 그다지 중요치 않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엔 역시나 가족 이상으로 훈훈한 모닥불은

다시없음을 각인시키고 덩달아 감동의 강에 독자를 풍덩 빠지게 하니까.

 

오는 일요일엔 고향 죽마고우들과의 정례모임이 있다.

돌아오는 길엔 슬펐기에 더 단(甘) 호두과자를 한 상자 사 가지고 올 참이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예담(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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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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