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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금오산 정상에서~
▲ 금오산 금오산 정상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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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이면 또 가을산이 그립다. 강산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고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산객들을 홀린 듯 이끌고 있다. 가을이면 산은 산열매와 들꽃들로 또 무성하고, 단풍은 나날이 더 짙게 물들어 간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오늘은 삼랑진 금오산으로 간다.

잘 알려진 구미 금오산과 여수 금오산과는 달리 경남 밀양시 삼랑진과 단장면, 양산시 원동면에 걸쳐 있는 금오산(760미터)은 부산, 양산 등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근교산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에 속한다. 반면에 삼랑진 금오산과 이웃해 있는 천태산은 많이 알려진 산에 속한다.

금오산 오르는 길에~
▲ 금오산 오르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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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지만, 이곳 삼랑진 금오산은 약초 산행하는 사람들에겐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잘 알려진 산이라는 것을 이번 산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가을로 접어든 우리 강산, 그 깊어가는 가을, 깊어가는 산으로 간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아도 삼랑진 금오산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란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어 별 기대 없이 가을 산으로 향한다. 별 기대 없이 가는 길이라지만 어쨌든 새로운 곳은 언제나 약간의 설렘을 동반한다. 양산을 벗어나 삼랑진 IC를 빠져 나와 원동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에 수력발전소 입구를 지난다.

금오산 정상에서...저기 아래로 안태호가 보이고, 멀리 낙동강까지 보인다...
▲ 금오산 정상에서...저기 아래로 안태호가 보이고, 멀리 낙동강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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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에서~
▲ 금오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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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를 지나 쭉 올라가면 안촌마을이 나온다. 산자락에 자리한 산촌 마을은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안촌마을을 넘어 천태호 갈림길에서 숭촌 마을 쪽으로 올라가면 숭촌 마을 넘어 가기 전, 재에 금오산 등산 안태표지판이 나온다.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한적하고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가는 길가엔 어느새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다. 금오산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낮 12시 10분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 나는 별 기대 없이 산을 오른다. 산 들머리는 생각보다 수풀이 많이 우거지지 않았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여백이 있어 안심한다. 너무 빼곡하게 들어찬 숲, 인적 없는 산에 대해 약간 경계하는 경향이 있는 나는 일단 안심하고 올라간다. 앞서 가는 남편의 뒤를 따라 걷는다. 산길엔 둥글레 나무와 밤나무에 풋풋한 풋밤이 달려 있고, 또 떨어져 뒹굴고 있다. 도토리 열매들도 제법 보인다.

금오산` 알알이 익어가는 도토리 열매~
▲ 금오산` 알알이 익어가는 도토리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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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금오산에는 산열매로 가득하고~야생밤도 톡톡~ 익어만 간다~
▲ 금오산~ 금오산에는 산열매로 가득하고~야생밤도 톡톡~ 익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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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보다. 숲은 온갖 산열매들을 달고 있다. 그리고 때 이른 산열매들이 떨어져 뒹군다. 오르는 산길 곳곳엔 산토끼가 만든 흙구덩이가 가끔 보인다. 바람을 등지고 걷는 길에 제법 몸이 땀에 흥건히 젖는다. 약 30분 이상을 걸었을까. 바람이 자유롭게 불어 땀에 젖은 몸을 말린다. 조용하던 산길에서 산객을 만난다. 중년의 부부가 함께 왔나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오르는데 바로 뒤에서 영지버섯을 발견했노라고 좋아서 소리친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 손에는 도토리가 든 천으로 된 가방이 불룩하고,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을 듯한데 아저씨는 작은 영지버섯을 캐서 자랑스럽게 손을 높이 들어 보인다. 우리는 산행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길을 가지만 이분들은 길을 벗어나 산을 샅샅이 뒤지며 걷는 듯 하다.

금오산~ 토종 보리수 열매~
▲ 금오산~ 토종 보리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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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산 구석구석을 누비려면 꽤 시간이 오래 걸릴 듯 하다. 이분들은 이 산에 많이 와 본 듯하다. 넉넉히 30분이면 금오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뻥을 쳤던 남편, 한 시간이 넘었지만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저기가 정상이라고 손짓하며 빨리 오라고 해서 뒤따라 가 보면, 금오산 정상은 저만치 뒤로 물러나 앉아 있고, 기껏 내가 오른 곳은 높은 전망바위다.

‘거짓말도 잘해요!’ 하고 말하면, ‘이것저것 보면서 천천히 걸어서 그래요, 조금만 가면 돼요. 바로 저기 보이네’ 하고 말한다. 아니 보이는 것 하고, 정상에 도착하는 것 하고 같은가 말이다. 나는 괜히 얄미워서 눈을 흘긴다. 전망 바위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른다. 계속 오르막인가 싶더니 이젠 갑자기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로 내려섰는가 싶은데 높은 암벽이 버티고 있다.

금오산~ 산정에서 ...
▲ 금오산~ 산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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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을 잡고 겨우 비탈진 바위를 건너고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로 오른다. 숲은 짙은 그늘로 어둡다. 경사 높은 길을 다 오른 끝에 금오산 정상이 나온다. 금오산 정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전망이 뛰어나다. 금오산 정상에서는 멀리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줄기가 보이고, 그 위로 철교가 보인다. 바로 앞에 천태산 정상이 조망되고, 토곡산과 안태호, 만어산 등이 두루 펼쳐져 있다.

바로 눈길 아래엔 푸른 안태호의 물빛이 눈에 들어온다. 금오산 정상에서 쉬고 있노라니 다른 방향에서 밧줄을 타고 올라오는 산객들이 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지 않고 밧줄을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이들은 산정 부근 바위에 자리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비가 오려나,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금오산~ ...
▲ 금오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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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어느덧 단풍이 곱게 들고~
▲ 금오산~ 어느덧 단풍이 곱게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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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하산한다. 왔던 길을 버리고 낯선 길을 택한다. 한 번도 와 보지 않았던 금오산을 올랐고, 또 낯선 길을 따라 하산한다. 하산 길은 굴곡 없이 계속 내리막길이다. 빠른 산행로다. 약 20분쯤 내려갔을까. 이제 임도가 나온다. 흙과 돌 자갈로 된 임도를 따라 한참동안 걷는다. 길가엔 이제 피기 시작한 억새들과 가을 들꽃들이 무성해 걷는 길이 즐겁다. 호젓한 임도를 따라 걸어서 한참을 간다.

하산 길은 임도를 걷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가끔 산 중에서 사람들 소리 들려온다. 산을 뒤적이며 약초를 캐거나 도토리를 줍거나 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약초 산행지로는 많이 알려진 것일까. 차를 세워둔 산 들머리에 도착해 도로 사거리에서 앉아 쉬고 있노라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이 보인다.

다른 산객들이 맞은 편 천태산 쪽에서 내려오더니 보리똥(보리수)을 발견했노라고 말한다. 우리도 함께 가본다. 정말 보리수나무들이 많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보리수 열매들이 빨갛게 익었다. 아직 채 익지 않은 것들도 보이지만 무르익어가는 보리수를 손으로 딴다. 어릴 때 보았던 보리수열매는 그렇게 커 보였건만 이렇게 작았던가 싶을 정도로 파리똥만큼(?)이나 작다.

그래도 익은 보리수 그 맛은 어릴 때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열매가 작아서 그런지 제법 많은 양을 땄는데도 양이 많이 불지 않는다. 네비게이션 따라 왔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섰다는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서 한참 동안을 떠들썩하게 보리수랑 야생 밤을 따면서 소리치며 좋아라, 한다. 천태산 쪽에서 내려오는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 그들의 머리 위엔 도토리일까, 머리 위에 자루가 묵직해 보인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산행이었지만, 보리수나무 열매를 따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며, 또한 우리 못지않게 어린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며 소리치며 산열매를 따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의 여러 모양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어 나름대로 즐겁고 흐뭇한 산행이었다.

산행수첩:
일시:2008.9.15
산행대상: 약초산행, 가족산행
산행기점: 삼랑진읍 안촌마을 위쪽, 송촌 마을 입구
진행: 금오산 입구(12:10)-금오산 정상(2:10)-하산(2:30)-금오산 약수암 입구(2:50)-금오산 입구(3:30)
특징: 도로 옆 보리수 나무 열매 많음. 둥글레, 도토리 밤 등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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