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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앞. 10여명의 사진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간판 밑에는 영업정지를 알리는 금융위원회의 긴급조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간간히 사무실을 오가는 직원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기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차라리 뉴욕에 물어보시라", "리먼브러더스 한국지점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답했다. 리먼브러더스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며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다.

 

미국계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연방준비은행에 400억 달러의 '브리지론'(단기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을 요청해 '유탄'을 맞은 한국 AIG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KBS, MBC 등 방송 3사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명동 AIG 생명보험 본사의 고객방문센터를 촬영해갔다.

 

AIG 생명보험 홍보팀 관계자는 "죄송하지만 직원이나 고객방문센터의 고객들을 취재하는 것은 힘들다"며 취재협조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국내 AIG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보험액 보장 여부 등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사가 망하는데 지점이 멀쩡하겠나"

 

 

인터넷 상의 혼란은 뉴욕발 금융시장 혼란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AIG'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AIG 파산'이 함께 떴다.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경제토론방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누리꾼 '돌쇠'의 'AIG 종신 보험 해약해야 하나요?'라는 글이 7만6300여 번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AIG 보험 해약과 관련한 찬반 의견은 팽팽히 맞서 있다.

 

8년째 보험 설계사로 일하고 있다는 누리꾼 '한걸음 더'는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고 있다"며 "보험사가 파산하더라도 보험계약을 타 회사에서 인수하면 아무 문제없이 보험은 유지된다"고 해약하지 말라는 의견을 남겼다.

 

누리꾼 '차카게살자'도 "섣부른 행동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부를 수 있다"며 "일단 기다려보면서 사태를 주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남겼다.

 

반면 누리꾼 'coca_cala'는 "예금자 보호법이고 뭐고 이미 신용에 금간 금융사를 뭘 믿고 유지하나?"라며 "다만 며칠 더 지켜보다가 해약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는 댓글을 남겼고, 누리꾼 '인하'는 "AIG 본사가 망하는데 지점인 한국AIG가 멀쩡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며 "당장 해약해야 한다"고 맞섰다.

 

인터넷 상의 혼란은 현실로 직결됐다. AIG 생명보험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약 문의를 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지만, 명동 AIG 생명보험 고객방문센터를 나서던 장아무개(43)씨는 "인터넷에서도 말이 많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번 들렀다"며 "꼭 보험을 해약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불똥 맞은 한국 AIG, 진화에 진땀

 

 

파문이 확산되자 AIG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본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더라도 국내 지점이 자금지원에 나설 수 없는 데다 본사 부실이 국내 지점으로 이전되지도 않기 때문에 국내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46.6%(생명, 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53.8%)에 달해 보험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질병·상해보험은 물론 원금보장을 약속한 변액보험도 그대로 보장된다"며 "최악의 경우에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도 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AIG 파문과 관련해 밝힌 내용과 같다. 강영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AIG 본사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보험사는 준비금 상당의 재산을 국내에 보유하도록 하고 있으며 AIG 국내 지점들의 지급여력비율도 그리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지난 7월 말 기준 AIG 생명은 총자산 7조1000억원, 320만건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고, 손해보험은 총자산 2374억원, 121만건의 보험계약을 가지고 있다.


#AIG#리먼브러더스#미국발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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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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