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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이 헌법으로부터 그 법적 권한을 받은 이후로 대한민국의 사교육시장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영어 교육의 도입에 맞물려 사교육이 다양한 초등영어교육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사교육은 초등학교를 넘어 유치원까지 두 배로 확장되고 있다. 

 

학원들은 교육기업으로 성장하여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이룬 튼튼한 재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도 진출하는 등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메가스터디 같은 경우는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외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고 떠든 지가 10년도 넘어가고 있다. 언론들도 사교육 때문에 가계가 휘청대며 교육정책들이 바뀔 때마다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고 늘 개탄을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사교육을 줄여줄 것처럼 장담을 하며 정책을 발표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이 떠들면 떠들수록 대한민국의 사교육시장은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와 언론이 사교육 팽창의 원인을 잘 모르고 잘못된 처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원인을 알고 바른 처방을 해야 사교육 축소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교육이 팽창하는 것에 대한 원인은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교육정책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그러나 정부가 무슨 안을 제시하든 그것이 사교육을 축소시킬 것이냐는 응답에 대해서는 아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드물다.

 

사교육 해법1: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누그러들 것이다?

 

사교육 팽창 원인에 대해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공교육 부실론'이다. 공교육 부실로 불만족을 느낀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교육은 팽창했다고 보는 견해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런 방식의 생각들이 받아들여져서 '공교육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강도 깊게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의 강화를 위해서 정부는 교사연수체계의 확충, 교원평가, 성과급, 학교평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평준화 보완책으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확충 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유명인사가 된 공정택 교육감은 학력신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평준화를 해체하고 중학교부터 시험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조차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교육 강화정책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자체효과는 있을 지 모르지만 그것이 전혀 사교육을 감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은 목표 자체가 공교육과 다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고 공교육 강화정책은 학교교육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어서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을 이중고에 시달리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한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만들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덜 찾게 될 것이라는 가정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학원들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미끼로 삼아 학생들을 더 입시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이론적으로는 공교육의 부실이 사교육이 팽창의 원인이므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은 감소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이 팽창하기 전에 미리 철저하게 공교육강화정책을 썼다면 사교육의 팽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교육이 번성한 상황에서 아무리 공교육 강화를 해봤자 공교육 강화는 공교육 강화로서의 효과만을 가질 뿐 사교육의 축소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사교육은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 나설 것이고, 학원에 안 다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에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을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특보로 있다가 물러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사교육의 팽창 원인을 평준화에서 찾고 있다.

 

평준화가 학부모들의 수월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그래서 수월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평준화 이전에는 교육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중입시험'과 '고입시험'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입시험'이 더 치열해지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70년대 이전에는 국민들이 가난해서 수업료가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을 꿈도 꿀 수 없었다. 그 때 대입시험이 치열하지 않은 것은 국민 대다수의 가난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누구나 대학교 보낼 돈 정도는 버니까 대학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거기다가 사교육에 돈을 투자할 여력이 되니까 사교육 시장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강화정책이나 평준화 해체 정책으로도 사교육 시장은 축소되지 않는다. 평준화 때문에 사교육이 팽창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평준화 이전 상황으로 간다고 해서 사교육이 침체되거나 교육경쟁이 누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사교육의 불길에 기름을 붇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다.  

 

사교육 해법2: 교육경쟁을 해소하면 사교육이 누그러 들 것이다?

 

사교육의 팽창을 공교육의 부실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남보다 더 잘하려는 경쟁의식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공교육을 내실화해 봐야 더 잘하려고 하는 경쟁심 때문에 사교육은 계속 번창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교육의 팽창을 지나친 과열 교육경쟁에서 찾는 사람들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지 말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자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그리고 영어교육 강화 등은 사교육의 팽창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사교육을 팽창시킬 뿐 아니라 정부에서 실시하는 정책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영재들을 모아 천재의 특성을 살려 내야할 특목고가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훈련을 받은 학생들로 모인다던가 오히려 그 전 단계 교육기관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바뀐다던가 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사실상 정부에서 실시하는 어떤 정책도 입시와 관련되어 있는 한 학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내신비중을 늘리면 내신강화반이 등장하고, 특목고가 생기면 특목고 대비반이 생기고, 논술시험을 보면 논술지도 학원이 등장한다. 

 

만약에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 주장대로 입학전형을 완전 자율화해서 대학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대입시험이 등장한다면 또 다양한 입학전형 대비반이 생길 것이다. 전형이 다양화하고 복잡해질수록, 그리고 정책이 자주 바뀔수록 국민들은 불안해지고 사교육 시장에 돈을 바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입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정책도 펼 수 없는 상황에 내던져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을 이대로 둔다고 해서 사교육이 팽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므로 이러나 저러나 사교육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 해법3: 불경기 해소되면 사교육 시장이 누그러들 것이다?

 

사교육이 팽창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취업난과 불경기를 드는 경우도 있다. 사는 것이 각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는 것이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주장대로라면 사교육의 팽창과 교육과열은 우리나라의 불경기가 해소되면 따라서 해소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직장은 적고 경쟁은 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쟁이 심하다는 것이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웬만큼 먹고 살게 되면 이러한 경쟁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불경기는 많은 고학력 실업자들을 불러왔고 이것이 학부모들의 경쟁심리를 부추기고 한편 고학력 실업자들이 학원으로 진출해 고소득을 창출하면서사교육의 팽창을 불러왔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견해 역시 많은 모순점이 있다. 사교육의 증가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관련지어 상승하고 있다. 국민들이 학원에 보낼 돈이 없다면 한사코 애써 학원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몇백년 동안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어느 수준부터 국민들이 교육경쟁 대열에 뛰어들지 않고 여유와 넉넉함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너무 미래의 일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단기적으로 오히려 고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에서 사교육이 팽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소득이 많이 늘면 늘수록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 교육경쟁 대열에 뛰어들게 될 것이고,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도 사교육을 받으려 들 것이다. 즉 불경기 해소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누그러들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실제로 정반대되는 견해이다.

 

왜 사교육이 범람하기 시작했나? 

 

사교육이 범람하는 이유는 세가지 차원에서 정의될 수 있다.

 

첫째, 국민성이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범람은 남이 하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외향적인 국민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교육이 범람하는 것과 관련된 대한민국 국민성은 자존심은 강한 데에 비해서 철학이 빈곤하고, 주위와 잘 비교하고 쉽게 동조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요인이다. 50년간 가파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학력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으며, 하류층 노동자의 삶에 대한 국민의 편견과 의식 가치관은 아직 후진국 수준으로 남아 있다. 

 

노동자의 권익의 향상에 대한 엘리트층의 거부감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실패하도록 하였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계급의식은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존해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의식은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이다. 따라서 아직 국민들은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신분상승 및 유지의 욕구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외국의 상류층은 교육에 집착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상류층은 오히려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셋째, 교육시스템의 요인이다. 1990년대에 획일적인 입시위주 교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교육계가 노력하는 순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관리가 소홀해졌고, 정부의 정책과 따로 노는 국민들은 그 사이에 사교육 시장에 매달리게 되었다. 교육제도와 학부모가 따로 놀게 된 것은 이것은 교육계의 흐름에 대한 정부의 홍보부족, 혹은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교육적 문화적 사회적 모든 요소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통제될 때라야 교육문제는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

 

사교육 관련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이미 상승세를 탄 사교육 시장은 어떤 공교육 강화정책이나 어떤 교육경쟁해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스스로 타오르고 있다. 이것은 국민의 교육열과 사교육시장의 생존욕구를 땔감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의 섣부른 문제제기나 정부의 정책들은 오히려 거기에 기름을 붓거나 부채질을 하는 역효과들을 낳고 있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은 오히려 홍보가 되고, 정부의 정책들은 오히려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몰려들도록 조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사교육이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는 이유는 정부가 사실상 사교육을 심각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교육 관련정책이 실패하는 까닭은 교육입안자들이 사교육 시장 내부에 대한 규제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외부의 지엽적인 문제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공교육 당사자인 교사나 정책입안자인 교육 관료들 역시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지출되는 데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을 통해 이뤄지는 보충 심화학습 효과, 학력증진의 효과 등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사교육 시장이 넓게 형성된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의 고용효과에 대해서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사교육은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해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성장하고 정치적으로도 성장해 있다. 이 정도 성장한 조직체는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고 또 완전히 사라지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제는 이 사교육 시장이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변신을 하면서 정부의 교육정책들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런 정책도 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1% 영재아들을 선발해서 영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선발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어떤 테스트를 만들 건 사교육시장은 그것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려들 것이고, 그 테스트를 훈련시킬 것이고, 그리하여 그 테스트의 타당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가 무슨 수로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선발되도록 하겠다고 공언을 하는 것인가?

 

사교육의 이러한 과잉행동 정부정책 파괴행동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없이 정부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선발되는 전형을 만드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매년 바뀌는 도깨비 전형을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교육시장의 정상화를 바란다면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책은 사교육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번번이 무력화시키는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운영형태에 대한 법안을 만들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법은 법이라고 볼 수가 없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형태를 아무런 규제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국민의 정부가 아니며 그것을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자율과 창의로 부터 발전한다. 그렇다면 사교육 시장 역시 자율을 보장받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앞으로도 창의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교육시장의 비정상적인 운영형태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를 통해서 정부는 사교육이 과열경쟁 부추기기에서 벗어나 제 자리를 잡도록 방향을 인도해야 한다.  


#사교육 #미친교육 #국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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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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