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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아경 국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있는 국회 사진
▲ 국회의사당 아경 국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있는 국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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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인 국회의 법률 위반이 새삼스레 주목을 받는다.  주요 언론들은 지난 4일 ‘18대 국회는 임기 개시후 7일내에 첫 집회를 갖도록 한 국회법 규정을 지키지 못해 출발부터 `위법'의 오점을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의 보도도 잇따랐다. 현행 국회법 제5조 제3항은 “국회의원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개시 후 7일에 집회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는 국회라는 언론의 매서운 비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언론만의 비판이 아니다. 현재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만약 5일 국회의장 선거를 못 하면 헌법 정지상태를 초래하게 된다.”(4일 기자간담회) 

민주당 등 야3당의 등원거부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법률전문가인 홍 대표의 말은 틀렸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장 선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한나라당은 오늘(5일) ‘반쪽 국회’라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회에 등원했다.

입법부인 국회가 스스로 법률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국회의 법률 위반에 대한 언론의 감시 보도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반문해보자. 국회의 이와 같은 법률 위반, 법률 무시가 새로운 일인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회개년도 개시 30일 전)을 넘기는 것은 매년 일어나는 연례행사(헌법 제54조 제1항 위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최근의 국회 개원과 관련한 보도와 같이 언론에 심각하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2007년 정기국회에서 발생했던 너무도 중요한 국회의 법률 위반사례를 굳이 기사를 통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국정감사기간 ‘20일’은 더 이상 불변기간이 아니다

2007년 국정감사기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로 인해 행정부 감시의 주요수단인 국정감사기간이 ‘불변기간’이 아닌 ‘가변기간’으로 바뀌었다.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한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의하여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감사기간 20일은 법정기간으로서 연장 또는 단축할 수 없으며, 그 시기 변경마저도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국정감사기간과 관련한 해석은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주요 국가시험의 주요한 기출지문이었다. 

하지만 2007년 국정감사에서는 불과 19일(2007.10.17~11.4)에 불과했다.  더구나 11월 3~4일은 주말인 탓으로 실제 국정감사기간은 17일에 불과했다. 당시 12월 19일 제17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운동 등을 이유로 국회는 그들이 정한 법률을 어겼다. 

이는 단순한 법률 위반의 측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 근본기능 중 하나인 행정부 견제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법률 위반인 것이다. 

알다시피 행정부의 입장에서 국정감사는 1년 중 가장 힘든 기간이다. 거의 모든 감사현장이 생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므로, 각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의 ‘한건’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또 국정감사는 현행법상 정부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이루어지게 된다.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의 그간의 정책과 예산 집행에 대한 총체적 난맥상을 파악하게 되고, 이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회의 가장 주요한 수단이 되고, 행정부로서는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기간이 되는 것이다.

궁색한 국회의 사이버입법교육자료

국회의 사이버입법교육 화면 2008년 6월 현재 국회의 교육자료에 국정감사기간을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여 단축한 예가 있다는 궁색한 변명이 실려있다.
▲ 국회의 사이버입법교육 화면 2008년 6월 현재 국회의 교육자료에 국정감사기간을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여 단축한 예가 있다는 궁색한 변명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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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7년의 위법으로 인해 국정감사 ‘20일’ 규정에 대한 그간의 해석은 이제 바뀌었다. 국회 홈페이지에 있는 사이버 입법교육 중 ‘국정감사 및 조사과정’에서 국정감사 기간에 대한 설명이다. 2007년의 선례로 인해 그 해석조차 대단히 궁색하기만 하다.

“국정감사는 20일간 실시한다. 이 20일간의 감사기간은 법정기간이므로 이를 연장할 수는 없다고 보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본회의 의결에 의하여 단축 실시한 예는 있다.”

현행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에서는 ‘본회의의 의결에 따라 시기를 변경할 수 있’음을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교육자료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본회의 의결에 의하여 단축실시한 예가 있음만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에도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국정감사를 단축 실시할 수 있'는지가 학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대단히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언론의 ‘국회’ 감시, 그 보도기준이 궁금하다

국정감사 기간 20일은 이제 더 이상 ‘불변기간’이 아니다.  언제라도 국회 본회의 의결만 있으면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이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거의 찾기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정감사기간 20일 단축’을 키워드로 한 포털사이트의 검색결과에서 이와 관련한 언론의 비판은 전혀 없다.

단언컨대 17대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주요한 감시수단 하나를 잃었다. 이제 국회의원 과반수를 점한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국정감사기간 단축은 본회의 의결이라는 절차만 있으면 가능하다. 국회관계법규에 대한 국회의 선례는 그와 같은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것이고, ‘특별한 사정’은 언제든 발생하거나 만들어질 수 있다.

국정감사기간 ‘20일’을 불변기간으로 법 개정해야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행한 17대 국회의 선례이지만,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고마운 선례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국회에서는 상임위 소관부처 조정 등을 포함하여 국회법 개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국회관계법 개정에 있어 17대 국회의 잘못된 선례가 다시는 발생할 수 없도록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감히 제언한다.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을 이와 같이 개정하자.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한다. 다만,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여 그 시기를 변경하거나 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으나 기간을 단축할 수는 없다.”


#국정감사#불변기간#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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