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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돌산 서덕리에 가면 돌산갓만 있는 게 아니다. 명품으로 꼽는 돌산갓에 버금가는 무농약 재배 친환경 토마토가 있다. 빨갛고 탐스러운 무농약 친환경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면 그 차지고 달큼한 맛에 금방 반하고 만다. 지금껏 우리가 먹어왔던 토마토의 그 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

 

토마토는 유통편의상 푸른빛이 도는 토마토를 수확해 판매한다. 하지만 진짜 토마토의 참맛은 토마토가 노지에서 빨갛게 완전히 익었을 때라고 한다. 노지에서 완전히 익은 다음에 따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가 있다고 돌산 상산골 작목반의 최기운(59)씨는 말한다.

 

달처럼 아름다운 승월마을의 친환경 토마토

 

최씨는 이곳 승월마을에서 무농약 친환경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2006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농산물로 인증(인증번호: 제 15-02-3-26호)까지 받았다. 승월마을 이장을 4년째 맡고 있기도 한 그에게 "임기가 1년인데 너무 오래 장기집권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이장할 사람이 없어서 죽으나 사나 내가 해야 돼요"라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여수 돌산도 승월마을의 옛 지명은 '되달리'다. '되달리'를 한자로 쓰면 승월(升月)이다. 승월을 '되처럼 작은 들'이라 풀이하여 마을 주민들이 놀림을 받게 되자 되 승(升)자를 오를 승(昇)으로 바꾸어 떠오르는 달처럼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승월마을은 그 이름에 걸맞게 가장 품질 좋은 돌산갓 주산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토마토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품질을 알아준다. 승월마을 앞뜰은 토지가 비옥하여 이들 작물재배에 아주 적합한 땅이다.

 

오이에서 토마토로... 무농약 친환경에 도전

 

이 땅에서 최씨는 7년간 오이재배를 하다 친환경 영농을 위해 토마토로 작목 전환을 했다. 4년 전이다. 그러고 보니 친환경 토마토 농사지은 지가 벌써 4년이나 됐다. 그간 아픔도 많았다.

 

"도새 그거(오이)는 무농약으로 못해 보것길래 작목 전환을 했어요."

 

지난해에는 토마토 하우스가 태풍 '나리'의 직격탄을 맞아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토마토를 한 알도 못 건졌다. 그때는 수확은 고사하고 복구비용 때문에 정말 앞이 캄캄했었다.

 

"농촌에서 이거 아니고는 할 게 없어요!"

"토마토 드셔 보세요. 여기 오면 먹는 게 일입니다."

 

무농약 재배로 수지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들어도 천직이라 그만 둘 수가 없다고 한다. 이제 내년에는 무농약 친환경을 넘어선다. 유기농업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차고 다부진 각오다. 무농약 재배 3년 이상이면 유기농에 도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무농약 토마토재배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 약을 안치기 때문에 곰팡이 피해가 많다. 또한 채 익기도 전에 열매가 떨어지는 낙과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토마토는 땅에 가까운 하단에서부터 열리기 시작한다. 열매가 맺히는 부분을 다섯 단계로 구분해 5단까지 키운다.

 

토마토 꽃이 피면 호박벌이 수분을 돕는다. 벌통 1개에 85000원에 캐나다에서 수입해 온다. 국산 호박벌은 게을러 일을 덜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산 벌을 쓴다고 최씨는 말한다. 토마토가 익기 시작하면 매일 수확을 한다.

 

토마토하우스 600평 1동에 소요되는 난방비는 600만원 남짓. 이는 5개월 난방비다. 면세유를 사용하는데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높은 기름값 파고를 넘어서기가 버겁다. 근처에서 토마토를 재배한다는 한 농민도 난방비가 걱정이라며 한숨이다.

 

"기름 값이 비싸 못해 보것씁니다."

"이 시세로는 올 겨울농사 못해요."

 

붉은색이 진하고 선명도가 좋은 것이 당도가 높고 맛있어

 

무농약 친환경 토마토 산지 가격은 1kg에 4천원. 그것도 최상품 가격이 그렇다. 등외는 반 토막, 2~3천원에 거래된다. 최씨는 무농약 친환경재배를 해보겠다고 토마토와 4년 전 인연을 맺었었는데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농약을 안치고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고심 끝에 선택한 일인데…."

 

지금까지 이나마 버텨온 것도 실은 그의 아내 내조덕분이다.

 

"난방비 때문에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오이 농사지을 때 맨날 꼴아 박고 그란께 동네사람들이 미친 놈 취급했어요."

 

"아주머니가 내조를 잘하시나 보죠."

"안 긁은께!"

 

"아주머니! 대단하시네요."

"어린애도 아닌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믿었죠."

 

"시중에 나온 토마토는 푸른빛이 돌던데, 토마토를 언제쯤 따야 맛있나요?"

"토마토는 붉은색이 진하고 선명도가 좋은 것이 당도가 높고 맛있어요."

 

토마토는 토마토나무에서 제대로 익혀야 맛있다. 아직까지는 토마토의 상품성을 인정받아 판로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올 겨울부터 넘어야 할 난방비 파고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토마토는 상품성이 떨어진 제품이 오히려 잘 팔린다. 가격이 저렴해 이를 구입 주스용으로 많이 사간다고 아주머니는 말한다.

 

유기농을 위한 끝없는 도전... 연구에도 몰두

 

최씨는 토착미생물을 주변 토양에서 채취 대량 증식을 하는 등 유기농을 위한 끝없는 도전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바다의 무법자 불가사리를 작물에 활용하기 위해 목초액과 토착미생물, 흑설탕 등을 일정 비율로 배합한 후 발효시킨 액비를 만들어 작물에 살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풍부한 탄산칼슘과 질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불가사리는 구입하기가 용이하다. 또한 불가사리로 만든 액비는 작물의 생육과정에서 마디가 짧아져 질소에 의한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나면 저녁시간에 영농일지를 쓴다. 매일매일 농사기록을 하는 것이다. 최씨의 이러한 노력이 무농약 친환경 토마토의 빨간 열매처럼 차지고 달큼하게 결실을 맺는 날, 우리나라 유기농 농업의 밝은 미래도 함께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토마토#무농약 친환경 토마토#유기농#돌산 승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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