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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청계2가를 행진하는 대학생들은 흥겨워 보였다.

 

하얀 가면을 쓰고 핑크색 점퍼를 걸친 대학생들은 대학등록금을 떠메고 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담뱃갑을 형상화한 옷을 입고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쓴 영화 '스크림' 가면의 절규하는 표정은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 날 경찰은 '체포 전담조'를 투입했지만 이 흥겨운 '평화시위'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모습마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화일보>는 31일 "경찰이 시위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시위 소음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을 18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제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문화일보>가 어디서 자료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서 나갔다"며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17대 국회에서 발의 돼 계류중인 집시법 개정안 통과를 희망하고 있는중"이라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복면착용금지 등 규제·처벌 조항 강화... 경찰 "너무 앞서 나간 보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정갑윤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11명이 발의한 법안이다. 당시 법안은 복면집회금지, 신고사항위반에 대한 벌금형 강화 등 현행 집시법에 더욱 강력한 제한 및 제재조치를 삽입하는 내용이었다.

 

<문화일보>가 보도한 이번 집시법 개정안의 내용도 이와 상당히 비슷하다. 집회 규제 조항을 확대됐고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우선 경찰은 시위대가 복면을 착용할 경우 시위를 중단토록 명령하거나 해당 시위자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시위자들이 복면을 착용했을 경우, 익명성이 높아져 폭력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시위 현장에서 사진 촬영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복면이나 마스크 탓에 신원확인이 불가능해 처벌이 어려웠던 전례를 없애기 위해서다.

 

현재 70~80dB 기준인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집회 주최 측이 집회 신고시 준법 집회를 약속하고 이를 근거로 경찰은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는 양해각서(MOU)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지 통고된 집회를 강행할 경우 현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처벌 조항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시위자가 쇠파이프나 죽창 등을 휘두를 경우 형사 처벌을 위해 집시법 내에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쇠파이프나 죽창 등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는 조항의 신설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현 집시법에서는 폭력행위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 가능했다.

 

시민단체 "집시법 더 강화한다니 집회 열지 말라는 뜻"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인권·시민단체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등록금 해결 촉구 범국민대회'를 준비했던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집회 때도 법에도 없는 양해각서 체결을 요구했다"며 "경찰이 현재도 신고제인 집시법을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그마저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안 팀장은 "진보 단체뿐만 아니라 보수 단체들도 집회를 열고 시민단체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자신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집회를 여는데 경찰은 집회를 봉쇄하고 시위자들을 구속시킬 생각 밖에 안 하는 것 같다"며 "경찰의 이런 조치에 대해 법적 수단 등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택근 사무총장도 "경찰이 체포전담조를 운영한다거나 대운하 반대 교수들을 사찰한다는데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더 제한하겠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그동안 (경찰이)주장했던 희안한 대책들을 다 모아놨다"며 "이제 집회를 열지 말라는 뜻"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따져보자. 복면 착용 금지는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하라는 뜻이다. 선글라스도, 마스크도, 모자도 안 된다. 심지어 모자 달린 후드 티도 안 될 것이다. 적용 범위가 악용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뭘 입고 나가야 되나? 다음은 소음기준. 현재 주간 80dB로 규제되고 있는 소음기준을 지키는 집회는 없다. 집회가 없어도 서울 주요 도심의 소음은 80dB를 넘는다. 결국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양해각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고 싶은 사람은 그 자유를 침해하는 양해각서 못 쓴다. 결국 집회·시위를 하지 말라는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집시법#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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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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