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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및 내각 인선작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내정됐거나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0일 발표된 청와대 수석 내정자 가운데 여성은 사회정책수석으로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가 유일하다. 장관급을 포함한 국무위원 하마평에는 환경부 장관에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 회장이 오르내리는 것이 전부다. 현 참여정부와 지난 국민의 정부가 출범 초기에 각각 4명과 2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한 것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여성계에서는 “여성가족부를 거대 보건복지부에 통폐합시켜 양성평등정책을 축소시키는 데 이어 청와대 수석과 각료 인선 과정에서도 여성을 배제하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의 양성평등 의식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위공직에 여성의 등용을 적극 시사한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에도 위배된다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30일 본지와 80여개 여성단체가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장·차관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능력에 따르되 같은 조건이면 여성을 선택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와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의 여성 참여율 또한 “30%보다 좀더 하려고 한다”고 말했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성가족부에 대해서도 “여성가족부는 뚜렷한 자기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들이 다른 부처의 기능에 흩어져 있으면 오히려 그 기능을 모아주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인수위가 임시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개편안에는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와 통폐합되면서 양성평등 및 여성정책은 광범위한 복지정책에 묻혀 보건복지여성부 내 일부 업무로 형편없이 축소됐다. 첫 번째 공약 뒤집기였다. 또 청와대 및 각료 인선 작업에서도 여성이 거의 배제되다시피 하고 있어 여성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번째 공약 파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구성 또한 다르지 않다. 인수위의 총인원은 인수위원, 전문위원, 실무위원, 사무직원을 통틀어 184명이다. 이 중 여성은 불과 11명으로 전체의 5.9%에 불과하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여가부 통폐합 논의에 있어 꼭 성별로 의견이 나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여성들이 더 많았더라면 아무래도 여가부 존치에 힘이 실렸을 가능성이 좀 더 있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연숙 전 정무제2장관 역시 “처음부터 여성계가 다소 실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인수위원장이 여성이 되면서 30% 이상 위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 등을 놓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 측은 내각 참여 여성 비율은 적지만 여성일자리 창출, 보육정책 시행 등 ‘실용’을 화두로 한 여성 관련 정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성이 많다고 해서 여성친화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성 비율이 적다고 해서 양성평등 의식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주 대변인은 특히 여성가족부 통폐합 논란에 대해 “여성정책을 축소시키거나 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통폐합시키되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한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 기구로 격상시키는 것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 등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인수위 여성 참여와 관련해 그는 “인수위 구성은 행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이뤄지는데 공무원 남녀 비율을 따져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라며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이었을 당시 누구보다도 여성친화적인 정책을 펼쳤고, 그로 인해 여성단체로부터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합류 여성들은 전문성 인정받은 실무형

14일 현재 새 정부 합류가 결정됐거나 유력시되고 있는 여성인사는 총 4명이다.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내정된 김은혜 전 MBC 기자, 청와대 제2부속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 환경부 장관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 회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과거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각각 학계와 NGO, 언론계 등지에서 전문영역을 개척해온 실무형 인사들인 만큼 이명박 당선인의 실용코드에 의해 발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가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여성학회 재무위원장, 한국가정관리학회 상임이사를 역임하는 등 보건복지, 보육분야에서 꾸준히 일해왔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 당선인 캠프에서 보건복지·여성·보육분야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때 서울복지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함께 일했고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청와대에서 외신담당 부대변인을 맡을 예정인 김은혜 전 MBC 기자는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1993년 MBC에 입사한 후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거쳤다. 99년 여기자 최초로 MBC 메인뉴스 앵커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 당선자의 부인 김윤옥 여사 관련 업무를 총괄할 제2부속실장에 내정된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는 대선 선대위의 양성평등본부에서 보육공약을 가다듬는 역할을 했다.

 

약학과 출신이지만 전공을 바꿔 독일 튀빙겐 에베하르드칼스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의 눈에 자연히 띄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새 정부에서 첫 여성장관이 될 가능성이 큰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 회장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환경과문화연구소장, 환경정의시민연대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참여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맡은 바 있다.


#이명박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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