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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참패의 충격에서 헤매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 당의 노선과 가치, 정당개혁 등 '근본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민주개혁진형의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재)광장준비위원회(위원장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가 27일 오후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였다.

 

'광장'은 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를 지지했던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어 대선이후 '책임론'에 맞서기 위한 친노세력의 새로운 조직이라는 평을 듣고 있으나, 이들은 미국 민주당의 브루킹스 연구소와 같은 진보개혁세력의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모임의 영속성을 위해 재단법인 형태로 만들었으며, 재단출연금은 3억원이 목표인데 현재 그 절반정도가 모였다"고 밝혔다.

 

'광장'은 이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 시절 운영했던 책방의 이름이자, 그의 지지자들의 모임 이름이다.

 

이해찬 "한국적 제3의 길을 찾자"

 

이 전 총리는 축사에서, "우리가 패배주의에 젖어 서로 탓을 하면서 분열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철저한 반성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친노그룹 2선 후퇴론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역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며 일본 사회당과 영국 노동당의 두 사례를 들었다.

 

"영국의 노동당은 복지국가의 원형을 만들었지만 '복지병'이라 불리는 비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1979년 보수당의 대처 총리에게  정부를 내주었으나, 노동당은 스스로 철저하게 반성하면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제3의 길'을 찾아냈다. 그 노력이 바로 (1997년)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 정부를 일구어 냈다.

 

반면 1994년 자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였으나 스스로의 혁신에 실패했던 일본 사회당은 1996년 자민당 자유주의자들과 연합한 민주당, 사회민주당, 신사회당으로 분열됐다.. 민주당은 자민당 탈당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사회당의 후신이라 보기 어려우며 사실상 사회당의 노선을 계승한 사민당은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6석, 신사회당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여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이치범 준비위원장도, 인사말에서 두 당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국적 제3의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탄없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적 성장지상주의자들의 승리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의 패배"

 

1부 토론은 김형주 의원이 '한국사회 변화와 새로운 정치노선' 제목으로 발제를 했고, 백원우 의원의 사회 손혁재·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우원식 의원, 전민용 신당 부대변인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 의원은 "이번 대선은 보수적 성장지상주의자들의 승리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의 패배"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이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가 이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집단이 공유하고 확신하지 못함으로써, 당의 지도부는 당원들이 처절하게 싸울 기회마저 박탈한 셈"이라면서 "우리 당원들은 우히 후보의 '이회창과의 공동정부 제안'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정동영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위기 탈출 해법은 국민 개인의 삶과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곧 진보라는 '일상적 진보'와 국민에게 공정하고 보람되게 일하고 살아갈 기회를 신장시키는 '실질적 민주주의'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쇄신위 실망... 총선불출마 5인 정도가 쇄신안 만들어야 신뢰받을 것"

 

손혁재 교수는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과 민심 이반도 컸지만, 범진보진영이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대선이후 지금까지 신당의 쇄신움직임도 너무 실망스럽다.이렇게 해서 선거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신당 쇄신위원회의 민간부문 위원인 정해구 교수도 "쇄신위 회의 가봤는데 답답했다. 국민들 마음속에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건치'(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소속으로, 신당결성에 참여한 전민용 부대변인은 "5분 정도가 총선포기를 선언하고, 쇄신안을 만들어야 당원들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2부는 윤호중 의원이 '정당 개혁과 정당 현대화'에 대해 발제했고, 서갑원 의원이 사회를 정상호 한양대 교수, 조정관 전남대 교수, 양승조 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윤 의원은 21세기형 현대정당 건설을 위해 ▲가치 중심의 정당건설 ▲수평적 리더십을 통한 견제와 균형 ▲지도부와 당원(대의원)의 상시적인 의사소통 통로 마련 ▲공직후보 선출과정의 투명성 확대 ▲당 조직의 효율적 운용 ▲ 당내 규율 확보를 위한 윤리위원회 권한 강화 ▲뉴 미디어 활용으로 국민, 당원과의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특히 신당의 진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지도체제, 공천심사 방식 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특정 정치세력에 의한 사당화를 막기 위해 당의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자"며 "최대 1000명의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최고위원 7~10인을 선출하고, 호선으로 당의장과 원내대표, 정책연구원장을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공천심사위는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80%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공천심사위에서 2, 3명으로 예비후보를 압축한 뒤 중앙당 주도하에 선거구별 선거인단을 구성해 인터넷, 모바일 투표를 중심으로 최종 공천자를 선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기존에 30%가 허용됐던 전략공천제도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상호 교수는 "한나라당은 직능단체 등 직업적 이익단체들과 긴밀히 결합했고, 사학법 문제 등을 통해 교회와 학교를 적극 연결했다"며 "신당도 개별적인 시민보다 각 직능단체들과의 연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초의회에 지방자치단체를 논외로 하고 정당체제를 고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 지금부터 '2010'프로젝트를 준비해, 2010년 지방선거에 나설 출마자들과 정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관 교수는 "한국의 정치문화가 집단지도체제를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조언했고, "진보개혁세력은 지역정치에서 한나라당보다 열세이기 때문에, 지역 직능조직과 연대와 함께 오프라인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약 60명의 참석자들에게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유시민 "당분간 한국에서 잘 되기 어렵지 않겠나"

 

플로어에서 4시간 가까운 토론을 지켜본 유시민 의원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보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잘 뭉치고, 진보는  이상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경향이 있어서 생각이 다르면 많이 찢어지는데, 지금 우리는 찢어질 수도 없다"며 "인구 많은 지역을 보수당이 깔고 앉아 있어서, 갈라지면 죽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의 개성을 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역주의에 기반한 소선거구제도를 비판하면서 "한국 정치발전의 원죄와 천형과 같아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슬 같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기간당원제 실패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보면 열린당의 당원협의회 개혁이 실패한 것은 현역국회의원들의 기득권 때문"이라며 "기간당원제와 상향식공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정당에서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원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괜한 시도를 했었구나 하는 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말씀들이 이상적이고 좋은 애기들인데 당분간은 대한민국에서 잘 되기 어렵지 않느냐"고 끝맺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 의원 외에 이창복 전 의원,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 이광철, 유기홍,  이화영, 최규성, 장향숙, 강혜숙, 이경숙, 김태년, 신명, 홍미영, 박찬석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해찬 #광장#유시민#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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