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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사진도 다 있었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을 맞아 ‘제19회 들불대동제’를 준비하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가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한 말이다. 한 간부가 옛 자료들을 정리하다 발견한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마산창원노동조합연합(마창노련) 창립 2주년 기념으로 1989년 12월 14일 열린 ‘제1회 들불대동제’ 행사에서 강연했던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사진 속의 노 대통령은 점퍼 차림이다. 지금 국회의원 가운데 양복을 입지 않는 단병호 의원을 연상할 정도다. 강연이라면 공식적인 자리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국회의원이지만 양복을 입지 않았다. 이런 그의 모습은 ‘친노동자’로 비춰졌다.

 

당시 마창노련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심했다. 마창노련은 창립 2주년 행사를 마산 경남대 완월강당에서 열 예정이었다. 당시 나온 <마창노련신문>에 의하면 “행사 시작 3시간 전 경찰의 기습적인 원천봉쇄로 장소를 ‘수미다’로 옮겨 열렸는데, 조합원 1500여명이 참석했다”고 되어 있다.

 

‘한국수미다’는 마산자유수출지역 안에 있는 외자 기업으로, 당시 조합원들은 ‘외자 횡포 분쇄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첫 ‘들불대동제’에는 가수 김원중이 초청되어 노래를 불렀고, 당시 노무현 의원은 초청강연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9년전 노동자 집회장에서 강연했던 모습에 대해, 당시 마창노련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당시 마창노련 의장은 현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었고, 현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시 경남노동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허재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마창노련의 실무를 맡아 일하기도 했다. 이흥석 본부장을 비롯한 상당수 노동계 인사들은 당시 ‘제3자개입금지’ 위반 등으로 구속되거나 수배된 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첫 ‘들불대동제’에 강연했을 때 마창노련 의장 권한대행은 현 이종엽 창원시의회 부의장이 맡고 있었다.

 

당시를 회상한 이 부의장은 “당시 마창노련 간부들이 대거 구속과 수배로 탄압을 받고 있을 때였다. 마산에 있던 마창노련 사무실이 경찰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앞장섰던 사람이 지금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입장에 서 있다.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서글픔을 금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마창노련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던 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죽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한반도의 반쪽자리 대통령이 되다보니 전체 국민도 생각해야 하다보니 부자도 생각하는 입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흥석 본부장은 “들불대동제가 처음 열릴 때는 홍성교도소에 있었다. 어떻게 해서 당시 노무현 의원이 와서 강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노동자들은 그가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 설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들불대동제#마창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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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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