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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다니지 않는 장 씨의 가게 앞에는 예전 주인이 붙여놓은 '명성교회' 마크가 있었다.
ⓒ 손기영
29일 오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주변은 '주일'을 맞아 예배를 마친 신도들로 붐볐고 삼삼오오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근처 상점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곳 주변에는 상점이 많다.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회 신도들로 붐비기에 상권이 발달한 곳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명일역 4번 출구에서 내려 교회로 가는 길에 위치한 대부분의 상점 앞에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명성교회'라는 교회마크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교회 바로 앞 상점은 한 곳도 빠짐없이 이 마크를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부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교회 안 믿으면 장사하기 힘들죠. 휴…."

명성교회 주변에서 3년 전부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아무개씨는 힘겨운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곳 상인들의 실정을 이야기해주었다.

"교회 주변 대부분의 상인들은 명성교회에 나가고 있죠. 물론 오래 전부터 신앙이 있어 교회를 나가던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으로 가게를 옮긴 뒤부터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워낙 명성교회가 크고 신도들이 많으니깐 이곳 주변은 장사가 잘되는 편이죠. 또한 교회 사람들은 우리의 절대적인 단골손님이죠."

장씨의 가게 한편에는 다른 상점과 같이 '대한예수교 장로회 명성교회'란 교회마크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장씨는 교회신도가 아니었다. 이전에 가게주인이 붙여놓았던 것을 아직까지 떼지 않고 놔뒀다고 한다.

"이전에 여기에서 장사하신 분이 명성교회에 다니면서 가게 앞에 교회마크를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떼어버릴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냥 보기에 좋을 것 같고 남들도 다 그러니깐 놔뒀죠. 저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소수상인에 속합니다. 3년 전 이곳에 가게를 차렸는데, 교회에 다니라고 전도사들이 가게를 방문했죠.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계속 간청을 해 마지못해 한번 교회에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가게에 전도사들이 방문했을 때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주면, 그 이야기가 신도들에게 퍼져 장사가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씨는 이제 가게 앞에 붙은 교회마크를 떼어버리고 싶다고 항변했다. 3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보아온 대형교회 사람들의 배타성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교회 사람들은 '우리'란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에게는 한없이 관대합니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아 '우리'가 되지 못하면, 그때부터 '남'이 됩니다. 워낙 편을 많이 가르죠. 교회 신도가 운영하는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를 구분 짓습니다. 교회를 다니고 명부에 등록되고 감사헌금을 내고 그러면 교회 내부에서 그 가게에 대한 홍보를 한다고 합니다. 교회 모임이 있으면 자주 찾아주고, 간식이 필요하면 신도 가게에서 주문을 하곤 한답니다. 교회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미풍양속은 좋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상인들은 그에 비해 매상이 적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교회를 다니는 것이 편합니다. 저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매상이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장사하려니 단골고객을 잡지 못하고 매상이 그때 같지 않죠…." (쓴웃음)

이어 장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주변 상인들의 애로사항 못지않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주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 서울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 전경. 명성교회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이다.
ⓒ 손기영
"'주일'만 되면 이곳 주변에 교통이 말이 아닙니다. 교회를 드나드는 차들 때문에 길이 꽉 막히고 교회 주차요원들은 신도들의 차를 먼저 들여보내기 바쁩니다. 주변에 주택가도 많은데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들고 사고위험도 높습니다. 언젠가 몇몇 주민들이 이점에 대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주변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도 명성교회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교회를 믿는 사람들의 동네인 '명성타운'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다니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은데 나중에라도 교회를 다닐 생각이 있냐고 묻자 장씨는 "믿음은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며 "물론 교회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우리와 타인을 구분하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성경의 말씀 중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비록 내 이웃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개개인의 판단에 달렸지만, 사랑과 용서 그리고 화합의 가르침을 소중히 하고 따르는 교회공동체라면 같은 종교의 우리는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있는 그대로 그들을 인정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관용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형교회#명성교회#배타의식#명일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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