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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한마음축제에 참여한 안애순무용단 '백색소음' 의 한 장면
ⓒ 김기
작년 천 원짜리 명품무용공연으로 화제가 됐던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윤성주·아래 지원센터)가 문화관광부에 정식 등록하고 재단법인형태로 공식 출범하였다. 기초예술분야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무용계는 이로써 예술복지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는 가장 화려해 보이긴 해도 기실 무용수들의 현실은 수입은 물론 재해에 대해서도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 물론 국공립단체에 소속된 무용수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보호를 받고 있지만, 무용계를 지탱하는 절대 다수의 무용수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그런 사실은 지원센터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원센터는 지난 1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과 극장 '용'에서 ‘전문무용수 상해예방과 재활에 따른 지원방안’을 위한 심포지엄, 독립무용수를 위한 잡마켓(Job Market) 그리고 무용관객을 위한 1만원 균일의 ‘2007 무용인 한마음축제’를 연달아 열었다.

15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서 처음으로 무용수들의 부상과 치료 그리고 재활을 주제로 한 사례를 엄성웅, 이경태 등 국내 의료진이 발표하였고 무용수 지원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모나코 왕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으로 무용의학자로 직업을 전환한 피터 뉴튼 모나코 무용의학협회 회장을 초빙해 선진사례를 들었다.

▲ 17일 오후에 열린 국내 최초 무용수 잡 마켓에서 안무가들과 응시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기
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전문무용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무용수들의 현실에 대한 최초의 조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막연하게 논의되던 국내 무용수들의 문제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현역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의 90% 이상이 부상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10년, 20년씩 땀 흘려온 무대를 떠나는 동료, 선배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항상 불안감을 안은 채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국공립단체와 극소수의 민간단체만이 단원들에 대해서 보험, 연금 등의 혜택을 주고 있을 뿐, 많은 독립무용수와 민간단체 단원들은 부상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하다.

이렇듯 불안정한 무용수들에 대해 직접적인 복지대책마련도 필요하겠지만 문화정책당국이 다른 장르 등도 고려해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기에 신속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무용계의 이런 자구노력에 대해서 문화관광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지원하고자 하고 있어 지원센터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전국 무용수 실태조사를 비롯해서 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현역 무용수들에 대한 복지문제를 당장에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독립무용가들을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잡마켓(Job Market)은 젊은 무용수들에게 관심을 끄는 데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접수와는 달리 17일 일요일 오후에 열린 잡 마켓은 예정보다 대폭 줄어든 규모로 마감하고 말았다.

▲ 국립발레단 김주원이 연기한 '디 원'의 한 장면
ⓒ 김기
국내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들이 거의 총동원된 잡 마켓이건만 실제 오디션에 등장한 무용수는 8명에 불과했다. 신진 무용수라면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배움과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안무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응시자가 적다는 것은 대단히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원센터가 무용계 전반을 대상으로 한 폭넓은 대안을 고민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무용계가 모두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은 않은 것이 그 원인이었다. 지원센터가 견지하고 있는 문제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무용계 전반에 대한 설득이 필요해 보였다. 지원센터는 올 11월로 예정된 두 번째 잡마켓에서 신진무용수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16일과 17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열린 ‘2007 무용인한마음축제’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에서 국내 최고의 단체와 개인 무용수들을 1만원에 볼 수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거뒀다.

작년에는 국립발레단, 유니버셜발레단 등이 대거 참가하여 발레가 크게 부각되었는데, 올해는 상대적으로 서울발레시어터만 상대적으로 큰 작품인 ‘두 잇(Do it)을 내놓았고 대부분 솔로나 듀엣 작품을 선보였다. 안애순무용단, 댄스 컴퍼니 더 바디, 댄스시어터온, 댄스씨어터 까두 등 상대적으로 대작들을 선보여 현대무용작품들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특히 이번에 참가한 현대무용작품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현실감 충실한 주제들을 표현해 특히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 댄스씨어터 온의 '아Q 中' 한 장면
ⓒ 김기
현대무용에 대해서 특히 일반관객들은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댄스 씨어터 더 바비(안무 이윤경)의 ‘Waiting’이 장애의 문제를, 댄스 씨어터 까두(안무 박호빈)의 '엘리 베이터 살인사건'이 동성애를, 댄스씨어터 온(안무 홍승엽)의 ‘아Q 中’이 인형을 오브제로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안애순무용단(안무 안애순)의 ‘백색소음’이 현대인이 직면한 표면적 자유 속 억압된 표현으로 인한 공황 등을 주제나 오브제로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음은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들로 21세기적 한국현대무용의 경향이 진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또한 한국대표 발레리나 김주원(국립발레단)과 한국무용가인 이정윤(국립무용단)이 함께 연기한 ‘디 원(The One)’과 같은 흔치 않은 작품이 선보여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유니버셜발레단의 황혜민과 엄재용이, 광주시립무용단의 조나경, 서태용이 클라식 발레를 선보여 여전한 발레 인기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무용수들을 저렴한 1만원에 모두 만나는 시간은 일반관객들을 위한 무용계의 헌신이라 할 수 있는데, 한마음축제에 모든 무용수들은 출연료 없이 기꺼이 참여했다. 17일 한마음축제를 관람하고 나가던 한 관객은 “춤추는 만원의 행복이 티비 프로그램보다 훨씬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원센터는 향후에도 무용수 활동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일반인들을 위한 사업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무용#복지#발레리나#현대 무용#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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