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노동당은 1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첫 정책토론회를 열고, 통일·외교 분야와 정치개혁 분야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3명의 민노당 대선 후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민노당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3후보의 정책을 적극 알려내는 데 힘썼다. 그러나 당내 정책토론회에도 불구하고 다른 당 후보에 대한 정책평가 비중이 커 토론회 후보들간의 열띤 공방은 보기 힘들었다.

먼저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각 후보들의 통일·외교 정책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먼저 권영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정책과 관련 "먹는 것 갖고 그러는 게 아니다"며 "대북 쌀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면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의 통일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반통일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노회찬 후보는 "작년 10월 북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한나라당이야말로 집권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한나라당은 '원산을 쳐야 한다'는 식으로 한반도 불바다론을 얘기했는데, 평생 대결과 미국만 쳐다본 이들이 바로 한나라당이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에 대해서도 "처음 이 정책을 듣고 음료수 이름인지 알았다"며 "이 정책은 분량도 적지만 철학의 빈곤, 비전의 결여가 더 큰 문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씨의 정책은 북에서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3000불 국민소득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남한의 CEO(최고경영자)가 돼서 북한을 M&A(인수·합병)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 14일 오후 도라산역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평화통일분야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손을 잡고 참석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4일 오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열리는 도라산역에서 헌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심상정 "토론회 밋밋하다, 민노당 정체성 얘기해보자"

▲ 14일 오후 도라산역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잠잠한'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상호토론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이를 주도해 나갔다. 심 후보는 "토론회가 밋밋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예민한 질문을 꺼내겠다"고 운을 뗀 뒤 민노당의 정체성에 대해 권 후보에게 질문을 했다.

심 후보는 "민노당이 그동안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위해 혼신을 다해 싸워왔지만 일부는 민노당을 친북당으로 생각한다"며 "이처럼 민노동이 친북당 이미지를 뒤집어 쓰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민노당이 친북당으로 낙인 찍힌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며 "여러 차례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평화와 통일을 만드는 것인데, 어떻게 북한을 적대시 하고 평화를 애기할 수 있나"고 항변했다. 수구좌파의 매도에 의해 친북 정당으로 낙인찍힌 만큼 여기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도 여기에 동조해 "수구보수 언론의 색깔공세가 (민노당의 친북당 이미지에) 크게 작용했는데, 민노당이 여기에 단호하게 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내부성찰도 필요하다"며 "민노당은 그 어떤 배후도 없고, 배후는 오직 서민뿐이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권 후보가 나서서 심 후보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권 후보는 "심 후보의 대북정책이 경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햇볕정책과 본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대한민국의 평화체제는 곧 7000만 남북한 국민이 함께 더불어 잘사는 통일로 가는 길이 돼야 한다"며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길은 7000만 국민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발전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게 내 정책의 핵심이다"고 반박했다.

"국민들 사이비 정치세력인 범여권에 속지 말아야"

▲ 14일 오후 도라산역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노회찬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선을 200일 앞으로 남겨 놓고 최근의 정치 국면에 대해서도 후보자들 간 설전이 오갔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 대 민노당의 대결이라고 얘기하지만 최근 범 여권이 한축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며 "언론도 그쪽 중심으로 가다보니 묘하게 대선 국면이 다자간 구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10개월 째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은, 참여정부의 실정 때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박·이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박·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한테 감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서민의 고달픈 삶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도 3후보들은 한나라당과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민노당의 길이 곧 정치개혁의 길"이란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권 후보는 "제가 걸어온 길, 민노당 길이 정치개혁의 길이다"며 "(현 정부에서 정치개혁 성과로 내놓고 있는) 지역주의 해소는 수술환자에 반창고 붙인 것뿐이고, 진정한 정치개혁은 노동자, 농민, 서민에 권력 돌려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해 '제7공화국 헌법론'을 내세웠다. 그는 "제7공화국 헌법은 평등, 통일 헌법으로 4대 서민 생존권을 국가가 법률로 정하고 토지공개념과 완전 무상교육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를 다음달 17일 제헌절에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서민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정치세력 갈구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대통령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양극화를 해소하고 희망을 주는 대통령을 선택하느냐를 판가름 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형성되고 있는 다자간 구도를 깨고 사이비 정치세력인 범여권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며 "한미FTA 반대투쟁과 비정규직을 위한 정책을 통해 서민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14일 오후 도라산역에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통일분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 성토대회' 방불...홍준표 같은 '스타'는 없었다

▲ 14일 오후 도라산역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권영길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른 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함께 제기됐다. 노 후보는 "민노당은 그동안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으나 그러기 위해선 민노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 운동권들의 자족적 집회나, 정파 갈등에 대한 혁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3후보는 자신들의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공격도 이어갔다. 이 때문에 토론회는 '한나라당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다른 당 후보에 대한 정책 공격이 지나쳐서인지 아니면 토론주제(통일·외교) 때문인지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자들간의 날카로운 공격과 방어가 없었다. 여기에 각 후보들 간의 정책 차별성이 크지 않아 상호 토론 질문시에도 "서로의 의견을 높게 산다"는 식의 칭찬이 줄을 이었다.

토론회의 하이라이트인 후보간 상호토론에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답변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후보가 없었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후보 같은 '스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선 1시간 30분 가까이 많은 정책 비전과 공약이 쏟아졌지만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엔 부족함이 커 보였다.

#민노당#권영길#노회찬#심상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