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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이
“귀차르도 백작은 딸을 베토벤에게서 빼앗아 다른 곳에 시집을 보냅니다. 결혼생활은 물론 행복하지 못했지요.”

음악평론가 선병철씨의 해설에 참석한 주부들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한다. 베토벤 사망 180주년 추모 피아노 음악회인 만큼 베토벤의 생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베토벤의 첫사랑이었던 줄리아드 귀차르도와의 안타까운 이별 이야기에 이어 '월광 소나타'가 이어졌다.

두 번째 이야기는 피아노 연습곡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기에 앞서 그에 얽힌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소개됐다. 베토벤이 사랑했던 테레지아라는 여인을 위해 작곡하고, 그녀의 이름을 땄던 곡이 영문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엘리제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이처럼 일산 라뮤즈 아카데미 영상콘서트는 클래식 음악만 듣는 시간이 아니라 음악에 얽힌 사연과 삶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자리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일산 백석동 지역난방공사 2층 강당에서 진행되는 라뮤즈 영상콘서트는 선병철씨가 작년부터 지역에 사는 지인들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됐다. 개인 집에서 출발한 모임에 사람들이 늘면서 롯데백화점, 킨텍스, 뷔페파크, 지역난방공사로 자리가 옮겨졌다. 40명 정도였던 관객들은 이제 130명이 넘게 늘어나 136명 정원의 좌석이 매번 모자란다. 3월 22일에는 70회 기념 콘서트로 진행돼 한명숙 전 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음악은 안다, 모른다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들어서 좋으면 되는 겁니다. 분석적으로 평가하는 건 평론가들의 몫이고 일반 관객은 그저 들어서 좋은 음악을 골라 들으면 됩니다.”

이처럼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선씨의 해설은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너무나 편안하고 쉽게 다가간다. 라뮤즈 영상콘서트를 한번 찾은 이들은 선 씨의 팬이 되고, 라뮤즈의 회원이 된다.

라뮤즈 아카데미(cafe.naver.com/ilsanramuse)의 회원이 되면 월 1만원으로 매주 영상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회원이 300명이며 이중 130명 정도가 매번 영상콘서트에 참여한다고.

라뮤즈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김정호 회장은 “처음엔 10명정도로 시작했는데 계속 회원이 늘어난다”며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주부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클래식을 즐기는 남성들도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음악전도사로 제2의 인생"
[인터뷰] 음악평론가 선병철씨

ⓒ김진이

라뮤즈 아카데미 영상콘서트를 만들고 이끌고 있는 음악평론가 선병철(62)씨는 2000년 공직에서 명예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음악으로 시작했다.

“앞으로의 삶은 음악전도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일생동안 음악을 취미로 갖고 틈틈이 자료도 보고 공부도 계속했죠. 지금의 생활에 너무나 만족합니다.”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기 위한 준비에는 많은 희생이 있었다. 30년동안 음반만 2만장을 모았고 그중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희귀음반도 많다고.

“제가 2천만원 전세 살 때 4천만원짜리 오디오를 갖고 있었지요. 믿음으로 저를 지지해준 아내가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국내에 영상콘서트라는 분야를 처음 소개하고 이끌어온 전문성을 인정받아 신씨는 국회, 교보문고와 강남 등 서울에서만 8곳의 음악해설을 맡고 있다. DVD만 있으면 영상으로 전세계의 음악과 최고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에 영상콘서트는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신씨의 생각이다.

일산 라뮤즈 아카데미는 지인들과의 친분으로 시작하게 됐다. 보수도 전혀 받지 않고 봉사하는 기쁨으로 2년 동안 71회를 단한번도 쉬지 않고 이끌어왔다.

“1년만 저와 함께 하시면 전세계의 클래식부터 발레, 오페라, 올드팝까지 두루 듣고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신씨를 만나는 일은 목요일 영상콘서트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고양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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