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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회담 때만 해도 미국과 같은 세인트 레지스 호텔(國際俱樂部)을 사용했었던 일본이 이번에는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창푸궁(長富宮) 호텔에 본부를 차렸다.
지금까지 북핵 6자회담에서 주로 미국 대표단과 같은 숙소를 사용해왔던 일본 대표단이 이번에는 다른 숙소에 들어, 취재진들 사이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대표단은 지난해 12월 회담 때만 해도 미국과 같은 세인트 레지스 호텔(國際俱樂部)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창푸궁(長富宮) 호텔에 본부를 차린 것. 한국 대표단은 늘 사용하는 차이나 월드 호텔 (中國大飯店)에 여장을 풀었다.

창푸궁 호텔은 일본 뉴오타니 호텔 체인으로 일본 대표단은 6자회담 초기 이 호텔을 사용했었다. 그러다 도중에 미국대표단이 사용해온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옮길 때도 '일부러 미·일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견고하게만 보였던 미·일 공조도 지난 달 북·미 간 베를린 접촉을 계기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영변의 핵 시설들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면 중유 등 대체 에너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초기단계 이행조치'의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단지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보상'을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의 사이에 '납치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은 북한을 좀 더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사 이번에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합의되더라도 일본 정부는 대북 지원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이번에 미국과 다른 호텔을 잡은 것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좁혀가고 있는 합의안에 대한 '불만표시'이며, 안이하게 타협하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일본 측 관계자는 이 같은 정치적 해석을 부정하면서 "일본 대표단이 한동안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사용한 것은 호텔측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일 뿐이며 본래 사용하던 일본계 호텔로 돌아간 것"이라고 순수한 경제적 측면에서 숙소 이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진위야 어떻든 이같이 불거져 나온 미·일간 갈등설 자체가 이번 회담의 분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 힐 차관보가 7일 오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6자 모두에게 달려있다"고 한 것이나, 한국 수석대표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합리적 상응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인색하거나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향후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보다 나머지 5개국 내에서 '상응조치'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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