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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S>의 주인공 세븐과 허이재. 이들의 캐릭터의 원조는 <궁>의 채경!
ⓒ iMBC
<궁S >가 드디어 방송이 되었다. 방송 전날에 <궁> 제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MBC 측에서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이 나와 제작사와 방송사의 법정시비까지 불거진 가운데,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첫 방송은 <궁S >에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선 시즌제의 첫 도입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궁S >에 대한 기대심리와 이전투구 속에서 실패로 끝날 경우 서로가 떠안을 상처, 네티즌들의 비난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들 때문이다.

헌데, 첫 방송 이후 주인공 이우를 연기한 세븐의 연기력이 찬반논쟁이 불거졌고, 이와 함께 내용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물론 시청률은 15%대가 나오면서 전작 <90일, 사랑할 시간>보다 무려 11%가 뛰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남자 버전 좌충우돌 궁 정복기 <궁S >

그러나 시즌2를 표방해 기획했지만 주인공과 스토리가 변형되어 별개의 작품인 <궁S >는 결과적으로 전작 <궁>과 별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궁>의 외전인 스핀오프(spin-off)로 볼 수도 없다. 외전은 스토리의 틀을 차용하여 주인공과 내용이 바뀌어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데, <궁S>는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신입사원>의 2탄 격인 <무적의 낙하산요원>이 주인공이 백수에서 첩보원으로 배경이 기업에서 첩보기관으로 바뀐 채 재탕한 것과 비슷하다. <궁S >도 방학기간인 10대 청소년을 위해 다시 한 번 <궁>을 방송하는 느낌이다.

<궁S >도 결국 <궁>을 원작으로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데, <남자판 궁>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이번 황인뢰 감독은 "<궁>에서 이야기하다 만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궁S >에서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궁>과 별반 다르지 않는 네 명의 주인공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이 눈에 띌 뿐이다.

<궁S>는 강화도령을 모티브로 자신이 황족임을 모른 채 살아가는 이후가 어느 날 황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궁으로 들어와 궁궐에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기본 골격이다. 그런데 이 기본 골격이 <궁>과 다를 게 없다.

<궁>에서 채경이 자신이 세자와 결혼할 운명이라는 것을 모른 채 천방지축 고교생활을 하던 중 궁궐로 들어가 신과의 로맨스가 펼쳐지며 좌충우돌 다양한 해프닝들이 일어났다. 즉, 내용 기본 골격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

또한 주인공 이후와 채경의 캐릭터를 차별화하지 못했다. 천방지축이지만 늘 긍정적인 캐릭터였던 채경처럼 이후 또한 밝고 쾌활하며 긍정적이다. 단지 남자 버전으로 바뀌면서 화려한 액션신이 등장한다는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

조연 캐릭터도 <궁> 캐릭터들의 붕어빵

▲ <궁S>의 이준을 연기하는 강두는 <궁>의 이신을 닮았다.
ⓒ iMBC
게다가 다른 여타의 주인공 캐릭터도 전작과 배우 흡사하다. 그래서 <궁S>는 다시금 <궁>을 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이 <궁>의 채경과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을 차치하더라도 다른 여타의 캐릭터도 그대로다. 방송 전 황인뢰 감독이 "주인공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을 잘 살려내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자세히 뜯어보자. 우선 황태후를 연기하는 오미희를 보면 전작 김혜자의 캐릭터와 흡사하다. 물론 오미희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 없다. 충분히 극의 무게감을 잡으면서 신인연기자들의 미흡한 연기를 보충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후의 휴대폰을 들고 사용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은 영락없이 김혜자가 연기한 황태후의 모습이다. <궁>에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을 몰래 보면서 박장대소하거나, 채경이 그려준 초상화를 보며 "뽀샵처리를 해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이 그러하다.

또한 양순의 역을 연기하는 허이재는 <궁>에서 채경의 캐릭터와 오버랩된다. 덤벙거리면서 실수를 연발하는 채경이와 양순의는 쌍둥이 자매와 같고, 이준을 연기하는 강두 역시 <궁>에서 무게를 잡는 이신과 빼닮았다.

다만 야심찬 신세령을 연기한 박신혜의 칼춤 연기가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악녀 연기를 펼칠 그녀의 연기가 기대되고는 있지만 이마저 이성적이며 욕심 많았던 <궁>의 효린과 얼마나 차별화를 이루어 낼지가 의문이다.

<궁> 따라하기는 상술

이렇듯, 주인공을 필두로 다른 캐릭터도 <궁>에서 옮겨온 듯 똑같다. 물론 아직은 방송 초반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 그들이 달려야 할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궁S >의 성공여부도 아직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내용이 전작을 이어가는 시즌제에서 변화했는데도 캐릭터들을 그대로 옮겨와 기본골격까지 흡사한 것은 인기요소를 등에 업고 시작하겠다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더욱이 <궁S >는 시즌제를 표방했다가 제작사가 바뀌고 주인공들이 전면 교체되면서 이미 한 차례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을 생각해 볼때 앞으로의 방송에서는 더 이상 <궁>의 그림자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전작의 인기를 업고 자기 복제를 통해 갇혀버린 드라마는 분명 시간이 흐르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호된 질책을 받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저작권 시비가 불거진 가운데 방송되는 만큼 <궁>과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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