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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
ⓒ 송춘희
계절은 가을이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은 영락없는 겨울의 날씨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거리의 노숙자들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거리에서 종이 박스 안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굶기를 습관적으로 하다보면 사고로 아까운 생명을 잃는 불행한 일도 종종 접하게 된다.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전해 줄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광야교회 주차장에서 진행된 '광야인의 날'이 그것이다.

행사는 18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었으며 전도 집회와, 위로공연, 식사 나눔, 그리고 점퍼 나눔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를 지난 7년간 주도해 온 임명희 목사님을 만나보았다.

"노숙인들이 뭔가 남과 다르거나 무섭다고 멀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과 떨어져 삶의 고통 속에서 살면서 많은 상처를 받은 분들입니다. 우리가 보여주는 작은 관심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안겨드리고 싶어 해마다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노숙인들을 위한 위로 공연으로 태권도 시범이 선보였다.
ⓒ 송춘희
▲ 행사를 지켜보는 쪽방 주민들과 노숙인들의 모습
ⓒ 송춘희
1부로 예배가 끝나자 2부 공연에서는 전통춤이 선보이기도 하였고 초등학생들의 멋진 태권도 시범도 있었다. 아이들의 기합소리로 송판을 깰 때 마다 오랜 삶의 고통을 내려놓은 듯 노숙자들과 쪽방 주민들은 활짝 웃으며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노숙인들은 말 그대로 집이 없는 사람이나 옥외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다. 쪽방이란 성인 한 사람이 잘 수 있는 0.5평이나 1평정도의 비좁은 공간으로 별도의 화장실이나 각종 편의 시설 없이 하루에 5000~8000원 월세로는 보증금 없이 15~20만원을 내고 사는 주거공간을 지칭한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화장실이나 욕실을 함께 이용해야하니 그 고통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별도로 쪽방 상담소를 두고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그 작은 공간이나마 생활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있었다.

▲ 제공받은 점퍼를 입어보며 기뻐하는 노숙인들
ⓒ 송춘희
행사 마지막 순서로 점퍼를 나누어주었다.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번호표를 받아 자신의 치수에 맞는 잠바를 들고나서는 노숙인들의 얼굴은 해질 녘 노을이 번지듯 밝은 표정이었다.

우리나라는 점점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양극화현상으로 거리의 노숙자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런 종교적인 모임뿐만 아니라 정부나 우리 시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협조하여 그들이 희망을 가지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어묵 국물을 건네는 자원봉사자의 모습
ⓒ 송춘희
▲ 백화점앞 풍경
ⓒ 송춘희
쪽방에서 불과 100여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대형 백화점이 있다. 화려한 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여인의 모습보다는 쪽방앞에서 에서 김이 나는 어묵 국물을 뜨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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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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