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여야 의원 23명을 대표해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FTA 협상이 국회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7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여야 의원 23명은 7일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미FTA 체결에 대한 국회의 반란이 시작됐다.

여야 23명의 국회의원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회의 체결 동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 진행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한미FTA 협상 위헌 소송에 나섰다. 특히 여당 의원 13명이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은 동참하지 않았다.

이들은 7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정부가 한미FTA 협상 체결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조약 체결에 관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협정문 초안 및 1, 2차 협상 결과 등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FTA는 헌법 60조 1항에 명시된 '국회의 조약체결, 비준에 관한 동의권'의 대상이 되는 조약이라며 "국회의 동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정부의 정보제공 의무는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민변측 대리인은 "권한쟁의소송 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협상이 중단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지 여부는 국회의원들이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의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태홍, 강창일,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이경숙,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임종인, 정봉주, 최재천, 홍미영(이상 열린우리당),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현애자(이상 민주노동당), 손봉숙 민주당 의원

여 지도부 "강력한 유감"

▲ 여야 의원 23명은 7일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김태홍 의원(65). 여당 중진 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처지라 위헌 소송 명단에 서명할지 여부가 그에겐 끝까지 고민이었다. 김 의원은 "많은 심적인 고통과 갈등을 겪었다"며 "상임위원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되겠나 싶어서 뺐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넣었다"고 말했다.

지도부로부터 압박도 심했다. 강봉균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견해 가진 의원들은 당내 특위나 국회 특위라는 제도적 통로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 협상이 제대로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오늘 아침만 해도 비난성 얘기도 듣고 동서남북에서 당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미FTA가 체결됐을 경우, 국민 생활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사태를 예감하고 몸을 던져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한미FTA 협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의 투명성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정부와 미국이 추진하는 협상의 속도는 세계 역사상 최고의 코미디"라며 "1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니 말이 안된다, 내가 탱크 앞에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일보>, <합동통신> 기자 출신으로 5공 군사정권 시절, 이른바 '보도지침'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대표, <말>지 발행인, 광구북구청장, 새천년민주당으로 16대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접촉했다"며 "그 과정에서 오늘 청구인 명단에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속도와 준비, 쟁점에 대해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아직 정부측 협상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한미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소송의 대리는 이돈명, 송두환, 박성민, 백승헌, 이동직, 박주민, 한택근, 송호창, 송기호, 이찬진 변호사 등 17명의 변호사들이 맡았고 이날 오후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당 내 한미FTA 협상 위헌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당 차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기에 적절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난감하다"며 "헌법 소원을 해도 '각하'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와 미국이 추진하는 협상의 속도는 세계 역사상 최고의 코미디"라며 "1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니 말이 안된다, 내가 탱크 앞에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