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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저녁 8시 50분, 대추리로 통하는 원정삼거리 앞. 이날도 전경들은 1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대추리로 향하던 16번 버스를 막아세웠다. 대추리에서는 '일상'이 된 일이지만 이날 따라 유난하다. 전경들은 말했다."지금 대추리는 주민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주민이 아니신 분은 버스에서 내리셔야 합니다."
ⓒ dczume

▲ 버스에 오른 전경들은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주민 여부를 묻고, 무슨 일로 가는지를 물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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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들은 "저녁도 못 먹었다"며 빨리 보내달라 '부탁'하기도 하고, "내 집에 가는데 왜 이런 검문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형부를 만나러 왔다는 한 승객은 '언니'의 주민번호까지 대라는 경찰의 요구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주민이 아닌' 승객들도 있었다. 대추리도 사람 사는 마을인데, 어떻게 '주민'만이 드나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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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들은 출입 통제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했고, 신분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경들은 수차례 버스를 오르내리며 상관의 지시를 받고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적은 뒤 신원조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주민이 아닌 승객은 마을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주민이 아닌' 승객들은 "(들여보내주지도 않으면서) 신원조회를 왜 하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 버스가 정차한지 40여 분, 기사는 차를 돌렸다.'주민'임이 확인된 승객들은 경찰차를 타거나 가족 차를 타고 대추리로 들어갔다. '주민이 아닌' 사람들은 '예비 범죄자'로 간주되어 되돌아가야 했다.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에 주민 이외에는 통행을 금하고, 신원 파악까지 된 시민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경찰들의 과잉 통제,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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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 곳을 잃은 옛따책방 쥔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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