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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에서의 ‘볼거리’는 단순한 양념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줘, 갈수록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점차 다양해지는 뮤지컬 장르만큼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 또한 풍성해지는 것이 요즘 추세. 더구나 작품과 잘 어울린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자! 그럼 올 여름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맛깔스런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뮤지컬 4편의 최대 볼거리를 찾아보자.

▲ 뮤지컬 '브루클린'에 나왔던 공연의상- 빨간 고무를 덧댄 작업용 장갑을 의상소재로 활용했다.
ⓒ PMC프로덕션 제공
<브루클린>-재활용 쓰레기로 만든 명품의상

뒷골목 가수를 소재로 한 뮤지컬 <브루클린>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예술품으로 거듭난 재활용 의상들.

완성품은 그야말로 이태리 명품 패션쇼에 나올 법한 화려한 의상들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비닐봉지, 두루마리 휴지, 쌀 포대 등을 소재로 활용했다. 버려진 우산은 멋진 우산이 되고, 빵 봉지는 소매가, 구멍 난 과자봉지는 왕관으로 거듭난 것.

제작사측은 공연에 앞서 작품과 어울리는 공연의상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당선된 작품은 제작사가 주최한 서울 인사동 쌈지길 패션쇼에 출품되기도 했으며, 공연흐름과 맞는 의상들은 배우들에게 입혀져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기회가 제공됐다.

▲ 뮤지컬 '페이스 오프'무대에 소품으로 사용된 조명공예
ⓒ 루나틱 제공
<페이스 오프>-무대를 수놓은 조명공예

개그맨 출신 연출가 백재현의 두 번째 뮤지컬 작품으로 유명한 <페이스 오프>. 인간의 이중성을 파헤쳐 가는 스릴러 형태의 새로운 뮤지컬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남편‘태준’과 이혼하려는 부자 아내 ‘윤서’가 세운 치명적인 계획으로 이야기는 엮어진다.

볼거리는 무대 안에 들어선 ‘조명공예’. 조명은 무대를 비추는 것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깨고 무대 안에서 빛을 발하게 했다. 조명공예가 민숙현 교수가 제작한 작품들이 무대세트의 일부분인 것처럼 사용됐다.

민 교수의 작품은 자연을 대상으로 했다. 민 교수는 자신의 작품과 관련, “살아있는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다. 굽이굽이 둘러 쳐진 산등성이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바다 속에서, 또 수줍은 자태로 만개를 기다리는 이름 없는 들꽃의 몸짓에서 경이로운 태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에 등장한 조각상 '왈츠'
ⓒ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까미유 끌로델> - 볼거리 이상인‘조각품’

이만큼 예술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천재조각가 까미유의 굴곡진 인생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냈다. 무대에서 까미유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배해선은“물을 조각하고 싶다”고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그녀의 예술적 열정은 물에 형태를 불어넣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에서의 조각품은 볼거리 이상의 기능을 발휘한다. 즉, 내용상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셈이다. 무대에서는 인류사의 걸작으로 손꼽히는‘지옥의 문’을 비롯하여 ‘키스’, ‘사쿤탈라’, ‘왈츠' 등 까미유와 로댕이 제작한 작품을 보는 조형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앙상블들이 몸짓을 통해 직접 조각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볼거리.

▲ 침대 밑에 또 한 명의 배우가 숨어 있다. 뮤지컬 '베이비' 공연장면 중에서.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베이비> - “헉! 침대 밑에 사람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침대 하나. 그렇다고 야한 생각은 하지 말라. 생명을 만들어내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출산장려 뮤지컬로 화제를 낳고 있는 뮤지컬 <베이비>가 그것.

그런데 침대가 갑자기 움직인다. 무대 위에는 레일이 깔려있어 자동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람이 침대 밑에 들어가 있었던 것.

제작사인 오디뮤지컬 컴퍼니측에 따르면, 무대 스태프 한 명이 전체 2시간 30여분 공연동안 중간휴식 10분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침대 밑에 엎드려‘예술 혼(?)’을 발휘했던 것. 침대는 마치 자동으로 조종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 눈썰미가 좋은 앞좌석 관객들은 침대 밑으로 갑자기 쑥 내려오는 검은 손 모양을 보고 기겁했다는 얘기도 있다.

뮤지컬 무대는 종합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대부분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몸 바쳐(?) 헌신하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한의신문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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