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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사무실로 출근한 아침 시간이다.

"어마나! 참 예뻐요"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이 뭔가를 보았는지 감탄하였다. "뭔가?" 하고서 확인하니, 서양란 줄기 사이의 화분 바닥에서 노란색의 작은 버섯 하나가 밤 사이에 나타난 것이다. 여직원이 난 화분에 물을 주다가 우연히 발견한 모양이다.

카메라를 갖다 댔다. 촬영하여 두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약 2센티 정도의 작은 버섯이라 겉보기와는 달리 렌즈로 확대해서 보니 더욱 보기가 좋았다. 마치 뱀밥 모양으로 생겼으나 노란 색깔이 예뻤다. 그래서 사진으로 몇 장 남기고서는 잊어버렸다.

▲ [첫째날] 서양란 줄기 사이의 화분 바닥에서 고개를 내민 노랑각시버섯.
ⓒ 성종환
그런데, 며칠 후 같은 장소에서 이번에는 여러 개가 한꺼번에 나왔다. 노란 끝 부분이 땅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주위에는 까뭇까뭇한 돌기들이 몇 개 더 보였다. 아마 며칠 전에 피었다가 죽은 버섯의 자식들인 모양이다. 이번에는 자라는 과정을 꼼꼼히 관찰해 보기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하루 한 번씩 카메라에 담기로 하였다.

하루가 지나자 노랗게 머리를 내밀던 것은 2센티 정도 자라면서 제법 뱀밥 모양의 형태를 갖추었다. 맨 처음 보았을 때 그 모양이었다. 옆에서 까뭇까뭇하게 보이던 돌기들은 차차 노란색으로 변해가면서 키가 1센티 정도로 커졌다.

사흘째가 되자 버섯의 키는 3센터 정도 자라면서 갓이 완전히 펴졌다. 제대로 버섯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그 사이 옆에서 자라던 노란 돌기는 뱀밥처럼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 (왼쪽 사진부터)[둘째날] 버섯대가 뻗어나며 뱀밥같이 위용을 뽑내고 있다. [셋째날] 갓이 피어 나면서 완전히 버섯의 형태를 갖추었다. [넷째날] 갓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채 허리가 꺽여졌다.
ⓒ 성종환
나흘째가 되자 펴졌던 갓은 오그라들면서 키도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목이 부러지듯 갓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버섯대가 넘어졌다.

▲ [닷샛날] 검게 변하면서 완전히 형태를 잃어버린 노랑각시버섯. 뒤로 자식들인 거뭇머뭇한 돌기들이 표출됐다.
ⓒ 성종환
닷새째 되는 날에는 완전히 노란색을 잃어버리고 애초의 검은 빛깔로 되돌아가면서 버섯의 형체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짧았던 닷새간의 버섯 일생을 끝냈다.

3센티 남짓 작은 버섯의 한살이에서 인생을 보았다. 요즘 유행처럼 노인 계층에서 번지는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의 인생살이라고 치면 유년기의 20년은 검은 돌기로 땅 위에 솟아나 노란색으로 키를 키우기 시작하던 첫날이다. 화려하게 자라며 뽐내는 청년기까지의 40년은 뱀밥처럼 가장 모양새를 뽐낸 이틀째이다.

화려하게 갓을 활짝 펴고서 버섯의 위용을 자라하던 사흘째 되는 날은 인생살이의 60년까지인가? 갓이 오그라들고 버섯대가 꺾여지며 고개 숙이던 나흘째, 인생으로 치면 80까지이리라. 그리고 닷새째, 처음과 같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형체를 잃어가던 날은 마지막 하늘나라로 가는 100세까지로 볼까?

다양하게 촬영한 사진을 통해 무슨 버섯인지를 전문가에게 알아보았다.

노란각시버섯(Leucoagaricus birnbaumii)이란다. 주로 화분의 부식질에서 발생하며, 퇴비의 이용률을 높이기 때문에 식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식용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너무나 작고 예쁜 버섯이기에 식용으로 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생을 살다가 사진으로 남겨졌으니 보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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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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