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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희망동산 산지기 홍순각(49), 서광자(49) 부부.
ⓒ 희망동산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이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에 '희망나눔동산'(아래 희망동산)이 있습니다. 희망동산은 백혈병, 소아암을 앓는 어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완치 후 학교와 사회에 적응해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희망동산의 지킴이는, 지금은 완치됐지만 자신들 역시 백혈병에 걸린 적이 있던 아이를 키우는 홍순각(49), 서광자(49) 부부입니다. 홍순각씨는 약 15년 전 '백혈병 어린이 후원회'(현 한국백혈병어린이 재단) 활동을 시작했던 분입니다.

당시 홍씨의 아들과 함께 항암치료를 받던 아이들 중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가 하면, 치료받는 며칠 동안 병원 복도의 간이 의자에서 잘 수밖에 없던 딱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홍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환자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호소와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마음을 담은 3000여 통의 편지를 사회 각계에 발송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홍씨는 실망하지 않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보름 동안 배낭 하나만 메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일생명의 도움을 받아, 홍씨 부부의 표현대로 하자면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학로에 있는 '제일생명의 집'이라고 합니다.

홍씨 부부는 아이의 병구완 및 그 과정에서 품게 된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습니다. 그 후 전 재산을 처분해 지금의 희망동산을 만들었습니다.

한때 희망동산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씨 부부의 주례이자 안양 새빛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지금은 은퇴한 김명욱 목사의 도움으로 희망동산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도 얼마 전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습니다.

희망동산에서는 매년 병이 완치된 아이들이 참가하는 '완치 기원 국토순례'라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예전엔 순례행사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실시됐으나 작년에는 프로 사이클러들의 도움을 받아 전라도 해남에서 희망동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형태로 실시됐습니다. 이때 '사랑으로 가는 희망버스'라는 KBS 연말특집 프로그램에서 순례에 참가한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전 과정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 희망나무로 다시 태어난 아이들
ⓒ 희망동산
▲ 희망나무로 다시 태어난 아이들
ⓒ 희망동산
해마다 1500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소아암에 걸려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지금은 치료방법이 나아져 병에 걸려도 60~70%가 완치된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참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희망동산에는 희망나무들이 있습니다. 천사가 된 아이들을 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1995년 무렵 소아암을 앓던 정희라는 아이가 자기 시신을 연구용으로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나같이 아픈 아이들이 건강을 찾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간 정희 때문에 희망동산 지킴이 홍순각씨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백혈병 어린이 후원회'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처럼 되지 않던 때였습니다. 홍씨 부부는 그때 은행나무 한 그루를 사서 산골짜기에 심었다고 합니다. 정희의 희망나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지금 희망동산에는 30여 그루의 희망나무가 있습니다.

▲ 희망나무로 환생한 아이들의 형제들이, 희망나무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가 감자심기 체험을 했습니다.
ⓒ 희망동산
희망동산에는 온갖 대의와 견결한 도덕성으로 무장하고 온몸을 흔들며 외쳐대는 구호와 거창한 치장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삶에서 역할을 발견,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 묵묵히 뭔가를 실천하며 헌신하는 홍씨 부부와, 병으로 고통받다가 희망나무로 다시 태어난 아이들과 그들의 환생을 믿는 부모들의 또다른 희망, 그리고 병마의 고통과 싸워가면서 끝내 병을 이겨낼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희망동산에서 발견하는 희망은 화려한 구호와 치장보다 훨씬 아름답고 '짠'합니다. 그곳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못된 병마를 이기고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천사가 된 아이들이 희망나무로 환생했다고 믿는 그들의 부모들과 홍씨 부부에게 행복이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가장 좋은 세상이 있다면, 그곳은 아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입니다. 아이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 희망나눔동산 후원회. 새빛교회 출신들이 대부분인데 젊은 시절엔 민주화를 위하여 치열하게 살다가 고초를 겪으신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 희망동산


희망동산 홈페이지에 있는 가슴 시린 글들

아름다운 세상 (희망동산대표 목사 김명욱)

연초에, 세상 사람들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혈액암(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지는 것이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남은 삶을 전망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묻혀있던 중에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 이란 시가 생각났다. 그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은, 군사정권시절 무고하게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아 폐인이 다 된 몸으로 힘겹게 살다 일찍 하늘로 간 분이다. 누구보다 억울하고, 누구보다 힘들었을 그 분은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는데 나도 가서 세상은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없다. 정말 자신이 없다. 내 삶에 보람을 느끼고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자신이 없는 것일 것이다. 천상병 시인이 부럽기 짝이 없다. 나는 왜 인생을 즐겁게 살지 못 했는가? 나는 왜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지 못 하며 살았는가? 나는 왜 노래할 수가 없었는가?

봄이 되기 무섭게 파랗게 솟아오르는 새 싹들, 어느새 활짝 핀 노오란 산수유 꽃들, 이런 봄의 전령들이 부르는 합창을 속 깊이 들어보지 못 하고 보내버린 수 많은 봄들에 대해, 이제 어찌 반성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불어오는 봄바람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나는 산수유나무 아래에 무릎을 꿇고 싶다. 내 생명 앞에, 나아가, 모든 생명 앞에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한번도 '엄마'라고 부르지 못한 한결이가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 (산지기-홍순각)

한결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백일잔치도 돌잔치도 없이 병원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독한 항암치료를 너무 어린나이에 받아서 언어 능력이 없었습니다. 한번도 엄마 소리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한결이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엄마와 함께 희망나눔동산에 철쭉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철쭉나무 아래 다소곳이 달래가 피어났습니다. 살아서 엄마소리 한번 못해본 한결이가 새 봄을 맞이하여 엄마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엄마 나 이곳에서 잘 지내. 엄마도 행복해야 돼"

2005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하늘나라로 간 현정입니다.(산지기-서광자)

현정이의 꿈나무를 4월1일 온가족이 함께 심었습니다. 하늘은 낮았고 비가 오실 것만 같았는데 현정이는 비조차 막아준 듯 했습니다. 결코 슬프거나 절망이 아닌 희망이어서 그 자리는 환했고 축제를 치루 듯 했습니다.

희망나눔동산에 가장 먼저 수목장으로 자리하게 된 현정이는 늘 입버릇처럼 이담에 크면 산골에 들어가 살겠노라고 했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아빠, 삼촌, 언니, 동생 사촌들...

마음가득 그리움 담아 꿈나무 현정이와 함께 했습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모두가 차에 오르고 사랑하는 온 가족이 희망동산 골짜기를 벗어나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쏱아졌습니다. 현정이는 봄비를 맞이하며 희망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현정이의 작은아빠는 평소 군인이 직업이어서 잘해주지도 못했다며 일찍 오셔서 현정이가 자리할 곳을 다듬고 가족들이 비 맞을 새라 천막을 치느라 애쓰셨습니다. 며칠 동안 부지런히 잡목을 치우고 땅을 고른 자리에 이렇게 이쁘게 자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슬퍼하기보다 축복해 주기로 맘을 정하신 것 같았습니다. 감사하며 사랑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현정이나무를 빙 둘러서서 가족사진을 찍을 땐 멀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 바로 저것이 사랑이구나. 서로를 위해 울기보다 웃어주는 노력이 오직 이곳에만 잠시 비를 멈추게 했고 기적처럼 돌아가기 위해 오른 자동차 위에 내리던 빗줄기...

이제 사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이란 것을. 그 소중한 기억의 힘을. 진정한 사랑에 대해. 삶과 죽음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란 사실을 말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이런 감동이 있어 힘든 줄도 모르고 오늘도 어둠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잡목을 모아 연기를 품어내는가 봅니다.

연천에 첫 번째 다녀온 뒤 (재열이 엄마)

재열아 토요일 날 너와 같이 심었던 나무를 볼려고 서울에 갔지 엄마는 너를 만나러 가는 마음처럼 들뜨고 기쁜 마음이고 또 설레이기도 해서 통 잠을 잘 수가 없었지.

근데 그곳에서 너의 나무를 보면서 엄마는 너무 마음 아팠다. 그 나무도 너가 떠나는 그 얼마 뒤에 너무너무 아팠고 힘들었다는 그 말에 그 나무도 알고 있었나봐. 네가 이세상에 없는 것을. 다른 나무에 비해 잘 자라지 못한 너의 나무를 보면서 속상했지만 그래도 와서 보기를 잘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생기 있게 잘라나는 새싹을 보았기에 한편으로 안심이 되고 너의 나무가 잘 자라수 있도록 옆에서 모든 정성을 들이고 계시는 홍 선생님이 계시기에 엄마는 편한 마음으로 나무와 작별인사를 하고 또 다음을 기약하면서 올수가 있었단다 다음에는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으리라 여기면서...

너로 인해 맺어진 그 모든 인연이 나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너로 인해 배운 사랑 정말 이 엄마를 참된 사랑을 알아가게 되었고 너로 인해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값진 것을 알게 되었고 너로 인해 겸손함을 배우게 되었다 너는 이 엄마의 삶을 또 다른 게 살아가라고 가르켜 준 선생이야. 재열아! 고마워 네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 잊지 않을 께

보고 싶은 내 딸 박상은 (상은이 엄마)

상은아! 엄마 상은이 생각 만 해도 가슴이 메여와. 우리상은이 잘 지내고 있겠지?

상은아! 오늘 따라 유난히 네 생각이나. 병원에서 환하게 웃던 네 모습이 생각나. 아프면서도 항상 웃던 네가 생각나서, 내 딸이 보고 싶어서...상은아 잘 있지?

엄마가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프게 해서 미안해.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깔깔거리면서 웃던 네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지금도 어디선가 엄마 부르면서 나타날 것 같아.

너무 예쁜 나의요정 이었는데. 항상 엄마 미안해. 상은이 아퍼서 미안해 하던 네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아퍼. 언제나 해맑게 웃던 우리 상은이 너처럼 예쁘고 착한 아이가...

차라리 때 쓰면서 울기라도 하지. 엄마 많이 힘들게 힘들게라도 하지. 그러면 엄마가 조금은 덜 미안 할 껄. 상은아! 내 딸 상은아! 엄마 우리 딸 안고 싶고 보고 싶다.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늘나라 신께 기도합니다. 우리 딸 부디 아프지 않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켜주세요.

그리고 이 세상에 다시올 때 부디 훌륭한 부모만나 조금도 아프지 않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랑 많이 받는 아이로 훌륭한 사람이 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상은아! 날이 밝아도 어두워져도 우리 상은이를 잊을 수가 없어 어떡하니? 엄마 상은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상은아. 그때는 정말 내 목숨을 다해서 내 온몸이 찢어져도 널 아프지 않게 지킬께.

상은아! 예쁜 내 딸 상은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우리 상은이는 정말 요정 이었는데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 항상 엄마에게 힘이 되었는데 예쁜 우리요정님. 상은아! 행복해 항상 건강하고 하늘나라에서도 사랑 많이 받는 행복공주 되거라.

사랑한다. 정말 사랑해. 사랑해. 상은아 안~녕 잘 자거라. 예쁘게. 예쁘게 행복한 꿈만 꾸거라.언젠가 만나길 바라면서... 엄마가.^^

상은이에게 보낸 카드를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산지기-홍순각)

상은이 아버님! 상은이에게 보낸 카드를 본의 아니게 보았습니다. 아이들 나무 밑에 잔디를 심다 바람에 날렸을 카드를 발견하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습니다. 아버님이 상은이에게 보낸 카드였습니다. 가슴이 아려와 잠시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카드는 다시 상은이 나무에 올려놓았습니다.

승표가 치료를 마친 때가 7살이었습니다. 그 녀석이 밤이 되면 저희 부부들 잠자리로 파고들어 잠을 깨우곤 하여 귀찮았습니다. 그러다가도 녀석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리곤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과 부모님들 생각이 났습니다. 그 허한 가슴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죄스러움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많은 녀석들 얼굴을 기억하며 그 녀석들의 꿈이라도 기억하자며 희망나눔동산을 구상하였습니다.

아이들 나무 옆에서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무심코 찾아오는 헛된 생각들을 부끄럽게 떨쳐냅니다. 마음을 맑게 닦아 내려 애써봅니다.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아이들의 메세지를 귀 기울여 들어봅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말없이 전해 주는 선물들이 너무나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 희망나눔동산홈피에서

덧붙이는 글 |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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