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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일부 고등학교가 급식소 출입구에 급식비 미납 식별기를 설치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해당 학교를 형사 고발하기로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급식비 징수 및 미납자 관리에 대해 학생들의 심리적 배려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돈을 내지않고 밥을 먹는 학생들에게 무슨 인권침해냐"고 반발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 24개교 급식비 미납 식별기 설치... 학생들, 인권침해 방치

▲ "급식대상 학생이 아닙니다". 급식비 미납학생이 학생증을 체크하면 경적음과 함께 이런 문구가 모니터에 나타난다. 이와 관련 민노당은 인식기를 설치한 해당 학교를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 민노당 광주시당 제공
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시내 24개교가 지난 2000년 전후부터 급식비 미납 식별기를 설치 운행해 오고있다. 이들 학교들은 "급식비 미납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설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급식비 미납 관리 시스템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미납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은 급식소에 들어가기 전 바코드가 찍힌 학생증을 인식기에 체크해야 한다. 그러면 곧 바로 미납 학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미납 학생인 경우, '삐'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급식해당 학생이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빨간색'으로 나타난다. 완납 학생은 '식사가 허가된 학생입니다'라고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화면이 주위의 모든 학생들에게 알려진다는 것이다. 또 급식소 관계자들이 "급식비도 안내고 밥을 먹으려 하느냐" 등의 발언도 하고 있어 수치심 등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식기를 설치한 ㅇ고등학교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광주 ㅇ고등학교 학부모 윤아무개씨는 "가정형편상 며칠 미납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하면 그 학생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겠느냐"며 "학교에서 이런 비교육적인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에 이런 장치는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해당학교 교사에게 항의전화를 했지만 이 교사는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임금 문제가 생긴다, 내지 않은 학생은 밥을 먹지 않아야한다'말도 들었다"면서 "급식비를 받아낸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근본문제는 광주시가 급식지원 한 푼도 안하는 것"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학교에서 거꾸로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행위가 버젓이 벌이지고 있다"며 ㅇ고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또 민노당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학생의 경우 급식비 면제 대상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병윤 민노당 광주시장 후보는 "가난한 학생들의 무상급식과 위생급식을 위한 광주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며 "차상위 계층 자녀들에게도 무상급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차은 민노당 비례대표 후보는 "우선 학교 측이 인식기를 철수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광주시가 학교급식비에 대해서 단 1원도 쓰고 있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민노당은 1단계로 초등학생과 차상위층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 제공을 위해서 광주시 총 예산 대비 사회복지 예산 25%을 30%로 증액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고 있는 ㅇ학교 측은 "급식비 미납액이 1500만원에 달하는 등 심각해서 설치했고 설치 이후 1000여만원으로 줄었다"며 "인권 못지 않게 돈을 내고 먹는 급식을 하는 학생들의 권리도 보장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미납자 학생에 대한 심리적 배려 철저 ▲급식에 대한 인식제고 연수 실시 ▲지원대상 학생 노출 방지 등을 일선학교에 지시했다. 국가인권위 광주사무소 한 조사관은 "구체적 조사를 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식기 설치학교 "할 것도 안하는데 인권침해냐"

그러나 이 같은 교육청의 방침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는 "돈을 내지 않는 학생들을 가려내는 것도 인권침해냐"며 지속적으로 운영할 뜻을 내비쳐 빈축을 사고 있다.

ㄱ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식별기가 없으면 급식비를 안낸 학생들이 와서 먹는다"며 "그럼 학교에서는 무엇으로 구분을 해야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자기(학생)들이 할 것 다하고 했는데 불이익을 받았다면 모를까, 할일도 안한 애들 식별하는 것이 그게 인권침해냐"고 주장했다.

ㅂ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우리는 식사를 했는지 안했는지만 체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어떤 학생들은 3년 동안 돈 한푼도 안내고 졸업한다, 이런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0일 광주를 방문한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돈이 없어서 학교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에게 식당출입을 제한하고 미납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만큼 비교육적인 처사는 없다"며 "학생이 경제적 여력만을 이유로 교육 당국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조선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학생들의 인격을 훼손한 해당 학교 학교장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것"이라며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대추리 주민 강제진압을 하면서 철조망을 설치하는데 투입할 100억원은 있고 밥을 굶어야 하는 학생에게 지원할 급식비 135억원은 없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 규모는 268명이고 전국적으로 2만2570명에 이른다. 노 의원은 이들 학생들에게 급식을 지원할 경우 년간 135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전주지역 14개 학교가 급식비 납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되자 전북교육청은 일선학교에 철수를 지시했고 국가인권위는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 등을 침해했다며 철수를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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