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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너에게 가는 길 (대전 갑천에서)
ⓒ 장옥순
얘야, 너에게 가는 징검다리를
서른 일곱 개나 건너왔구나.
멀게만 느껴지던
너에게 가는 길이
손에 잡힐 듯
한 걸음에 달려갈 듯 가까워진 걸 아니?

열아홉 개구쟁이들에게
길들여져 가는 어설픈 나를 향해
날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사랑스런 너를 날마다 가위질해서 참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얘들아, 정말 미안해!

이제 남은 170여 일
170개 징검다리를 다 건너기 전에
내가 너의 마음속으로
너를 내 마음 속에 꼬옥 안으려 해

너에게 가는 길에
징검다리 넘치는 홍수가 와도
발걸음 떨리는 강풍이 몰아쳐도

아이야, 너에게 가는 길
잰 걸음으로 달리련다.


열아홉 개구쟁이들에게 보내는 연서입니다. 26년의 교직 경력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으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든 나의 아이들을 이제 사랑하나 봅니다. 금방 꾸지람을 듣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님을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따스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야단치고 심하게 가위질한 하루가 참 부끄럽습니다. 아프지 않고 성숙하는 열매는 없겠지요? 상처 많은 우리 아이들이 모두 진주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아파하렵니다.

덧붙이는 글 | <에세이> <한교닷컴>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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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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