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4월 10일(음력 3월 13일)은 올해 연세 86세이신 친정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엄마의 생신이 주중인 월요일인 까닭에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은 주말을 이용하여 친정집에 모였습니다.

토요일인 4월 8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창원 우리 집을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서 친정집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 군데의 휴게소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았습니다.

친정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을 때, "명라냐?" 하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나와 반갑게 맞아 주시는 엄마의 모습을 본 순간, 저의 마음 한곳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8월 아이들 여름방학 때 찾아 뵌 후, 올해 들어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야위었고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훌훌 날아가 버릴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 우리집에서만 볼 수 있는, 직접 만든 딸기 케이크
ⓒ 한명라
▲ 손자, 손녀들이 손뼉을 치며 할머니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립니다.
ⓒ 한명라
ⓒ 한명라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가 알고 지내던 제 주변의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분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가 풀리고 따뜻한 날씨가 시작되는 이 즈음이면, 추운 겨울동안 그 모습을 뵙기가 더 어려웠던 나이 드신 분들의 안부가 더욱 궁금합니다.

ⓒ 한명라
ⓒ 한명라
어쩌면 그것은 제가 결혼을 하고, 또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 주위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세 80살을 넘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게 되면, 저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사실 만큼 사시고 돌아가셨네요…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조차도 애써 조심을 하고, 아끼게 됩니다.

올해로 연세가 86살이 되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이제는 연세가 80살을 넘고 90살이 된다 해도 결코 '사실 만큼 사신' 연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촛불 밝혀 놓고, 물 한그릇 떠 놓고 기도하시는 엄마
ⓒ 한명라
▲ 그 누구를 위해 엄마는 두 손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걸까요?
ⓒ 한명라
제가 결혼한 지 어언 16년이 넘고, 그 기간 동안 친정엄마를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만나 뵐 수 있음에, 전화를 하면 언제든지 "여보세요? 명라냐?" 하고 반겨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오래도록 우리 열두 남매들 곁에 머물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는 어쩌다 제가 지치고 힘이 들 때에 엄마의 힘이 되어 주는 목소리를 듣고 다시금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지금의 86세라는 연세에도 이른 새벽이면 일어나셔서 정한수 한 그릇 떠 놓고, 향불 하나 피워 놓고, 한 자루의 촛불을 밝히고, 남보다 많은 자식들과 자손을 위해 두 손 모아 올린다는 친정엄마의 간절한 기도가 제게는 아직도 더 필요한 까닭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번에 친정집을 다녀온 이후,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 작업을 끝낸 지도 며칠이 지났지만 정작 단 한 줄의 글조차 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뵈었던 모습보다 너무나 많이 늙으신 엄마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엄마께서 지금보다 더 건강하신 모습으로 저희들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