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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열흘 동안 아주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옷이 흠뻑 젖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3·1절 골프파문'이 알려진 이후 열흘간의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지난 2004년 6월말부터 20개월여 동안 근무했던 정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떠났다.

이 총리는 15일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한 이임식에서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 여러 공직자들과 국민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을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로 인사말을 꺼냈다.

이어 "재임기간 동안 회의를 2천번 가까이 하는 등 참여정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웃고 헤어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사람"

이날 이 총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해 "사회사적으로 보면 농업사회에서 시작해서 산업사회, 지식기반사회 등의 생산요소들이 있는 아주 복잡한 사회"라며 "방폐장·행정복합도시·공공기관 이전·부동산 등 여러 갈등과제들이 얽혀 있는 사회이기에 국민들도 힘들지만 정부를 끌어가는 공직자들도 힘든 사회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양극화 대책, 한미 FTA 체결,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다뤄야 할 주요과제"라며 "이런 과제를 잘 극복해야만 명실공히 선진한국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리는 "경제분야·공직사회만 발전한다고 해서 선진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해야 종합적인 능력이 배양돼서 비로소 품위있는 선진한국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이어 "아직 그렇지 못한 분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들도 많이 생긴다"며 "조금만 지나면 '참 어처구니없었구나'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덧붙여 이 총리는 "정당에서 여러 선거를 치르고 공직 생활을 하면서 부정한 일을 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며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 총리는 "웃고 헤어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사람"이라며 "늘 건강하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맡은 일이 국가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서 매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이임사를 마쳤다.

"부끄러운 일 하지 않으려 노력...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 이해찬 총리가 이임사를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이임사를 전하기 앞서 단상에 올라선 이 총리는 잠긴 목도 가다듬으면서 긴장을 풀었지만, 이임식에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마이크에 부딪히는 등 긴장된 모습을 감추진 못했다.

이날 이임식에는 김진표 부총리를 비롯해 진대제·천정배·정세균·이상수·유시민 장관 등 각 부처의 장·차관들이 참석해 이 총리를 환송했다.

앞서 이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총리공관에서 예정됐던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일정을 취소했으며, 조만간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이임사 전문.

회자는 정리란 말이 있다.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란 말이다. 2004년 6월30일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처음 뵙고, 오늘 2006년 3월 15일 여러분들하고 이렇게 헤어지게 됐다. 제가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서 여러 공직자들하고 국민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을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20개월 동안 저는 열심히 일을 했다. 회의를 아마 한 2000번 가까이 한 것 같다. 참여정부 운영시스템이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한 혁신과제로 삼고 있기에 때문에 모든 논의를 투명한 정책결정과정을 통해 결정했다.

아침 7시 30분부터 대개 저녁 9시까지 일정이 소화되는데, 참 어려움도 많이 있었지만, 여러분이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애정을 갖고 받들어줘서 이렇게 오늘날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게 주어진 당면과제에 언제나 최선을 일하겠다는 자세로 일해왔다.

학생운동할 때도 그랬고, 민주화 운동할 때도 그랬고, 서울시나 교육부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정당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총리실 와서 일할 때도 어떤 어려운 과제 주어져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국가도리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일해왔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땅만 좁을 뿐이지 큰 나라라는 생각을 하고 일해왔다. 사회사적으로 보면 농업사회에서 시작해서, 산업사회, 지식기반사회 이런 생산요소들이 첩경돼 있는 아주 복잡한 사회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갈등과제들이 참으로 많은 사회였다. 방폐장 문제라든가, 행정복합도시, 공공기관 이전, 부동산 문제라든가 이런 여러 갈등과제들이 얽혀 있는 접중된 사회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힘들지만, 정부를 끌어가는 공직자들도 힘든 사회라는 것을 절감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양극화 대책, 다가올 한미 FTA 체결,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다뤄야할 중요 과제다. 이런 계기들을 잘 극복하면 그야말로 선진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이제는 많이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실제로 이런 과제를 잘 극복해야 만이 명실공의 선진한국으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는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기반을 튼튼히 갖추는데 주력해왔고, 이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도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분야나 공직사회만 발전한다고 해서 선진한국 선진사회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여러 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해야, 종합적인 능력이 배양이 돼서 비로소 품위있는 선진한국이 될 수가 있다. 아직 그렇지 못한 분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들도 많이 생긴다. 조그만 지나면 '참 어처구니없었구나'하는 일들이 때로는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사회는 이런 여러 가지 과제들을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해오신 열성과 참다운 마음으로 잘 하시리라 본다. 제한 몸은 이제 편하게 됐습니다만, 여러분들에게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된 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어려운 일을 잘 이뤄내면,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했을 때가 오히려 가장 기쁘고 보람도 크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기쁨과 보람을 맞이하는 날을 상상하면서 일을 잘하리라고 믿는다.

저는 정당에서 여러 가지 선거를 치르고, 공직 생활을 하면서 부정한 일을 하거나 부끄러운 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열흘동안 아주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옷이 훔뻑 젖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을 웃는 낯으로 건강하게 헤어질 수 있게 돼서 참 좋다. 그동안 저 때문에 마음들 많이 상하고 걱정도 하셨을 텐데, 너그러이 이해를 해달라. 여러분들하고 이렇게 웃고 헤어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 참 행복한 사람이다.

늘 건강하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맡은 일이 국가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서 매진해주길 부탁드린다. 아무쪼록 건강하고 건투하길 바란다. 고맙다.


▲ 이해찬 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총리직무대행을 맡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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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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