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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어지는 산수책> 표지
ⓒ 넥서스BOOKS
집 전화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지갑을 찾다가 냉장고 안에서 발견한다는 등 심한 건망증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면서도 속으로는 '혹시 내가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그만큼 치매는 이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 어린시절 지겹기만 하던(?) 산수를 놀이로 엮은 책이 있다. 인기 수학강사인 김승태의 <거꾸로 먹는 나이 젊어지는 산수책>이다. 재미나게 뇌를 자극시키는 이 책의 정체는 '실버 세대를 위한 치매 예방 산수책'이다. 물론 저자는 "이 책은 치매 치료책이 아니다. 뇌 전문의가 쓴 책도 아니고, 노인 전문가가 쓴 책도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그러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노령화사회를 앞둔 한국인의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 중에서도 뇌졸중과 암 다음으로 심각한 것은 서양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치매다"며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되는 건망증과는 달리 치매는 뇌기능이 저하되면서 일어난다. 이 감소를 막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이 책을 '뇌 자극용 산수 놀이책'으로 적극 권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화투장을 두들겨 팔이며 허리가 성하지 않는 분들, 수다가 치매를 멀리하는 대비책이라는 믿음으로 온동네가 떠들썩하게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본다. 그 모든 노력보다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책은 다름 아닌 규칙적인 뇌 훈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산수책이 놀이책이라고?

이 책의 디자인 컨셉은 '복고'다. 붓글씨체로 책 제목을 디자인하고, 누런 봉투 재질로 표지를 만들었다. 생활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60, 70년대 교과서를 꺼집어낸 것 같다. 하지만 외형과는 달리 표지를 넘기는 순간, 만나는 내용은 그 시절의 고리타분한 산수책과는 거리가 멀다.

곧장 저자의 솜씨를 몇 군데서 맛보자.

1장 <'반복'이 인체 시계를 돌려 놓는다>에서는 손주와 할아버지가 게임을 하듯 수의 나열을 통해 같은 수를 크게 만들고 작게 만드는 연습을 하도록 배려했다. 또 거울에 비춰진 시간을 알아 맞추는 문제를 통해 뇌 운동을 극대화시켜주기도.

3장 <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활성화된다>에서는10,100,1000을 묶어서 발음하면 연예인 '임백천'의 사촌이 된다고 강변한다. 이름하여 '수학의 임백천'이다.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다. 수학에서 '배는 곱셈을 나타낸다'며 자장면 곱빼기의 '배'도 곱셈이라고 우긴다.

4장 <'생활'을 즐겁게 하는 뇌 회전 연습>에서는 연필을 떼지 않은 채 한 번만 지나고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을 찾는 '일필휘지'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해서 그려 보는 '속 보이네' 등 코너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유쾌한 생활을 통해 늙음을 긍정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 가슴도 따스해진다.

젊어지는 산수책 - 거꾸로 먹는 나이

김승태 지음, 넥서스BOOKS(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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