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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수학을 배우면서 느꼈을 고충에 대해 '누구나'라는 표현까지는 무리겠지만 '대부분'이라는 표현은 가능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수학에 대해 '아, 이런 골치 아픈 건 도대체 왜 배우는 거야!'라고 한번쯤 생각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그 수학하고 놀자고 말하는 이 사람. 바로 <수학하고 놀아봐>의 저자 이태욱 기자다.

▲ 수학을 통해 세상을, 세상을 통해 수학을 보는 이태욱 기자 - 그에게 수학은 곧 철학이다.
ⓒ 심은식
수학은 현재 과중한 소화불량 상태

수학하고 놀자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그가 생각하는 수학이란 어떤 것일까?

"수학은 철학이에요. 의미를 통해 음미하지 못한 채 자꾸만 기술적인 산수 수준의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까 사람들이 지루해하고 대학가면 그나마 다 잊어버리게 되죠. 지금의 수학은 과중한 소화불량 상태예요. 미적분 같은 것은 사실 1억짜리 수표 같아서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람 외에는 나가면 써먹을 데가 없어요. 이젠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점수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통합교과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 인간의 손가락이 10개라 십진법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해주는 이태욱 기자 - 그의 손가락도 10개였다.
ⓒ 심은식
그는 계산을 잘한다는 것이 수학 공부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계산 잘한다고 수학 잘한다'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재봉틀 잘 돌리므로 훌륭한 디자이너'이고 '목탁 잘 두드리니 부처님'이란 말과 같은 의미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렇게 계산과정을 무조건 강조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수학을 시켜도 세계적인 수학자가 너무 없어요. 너무 빨리 키만 자라 내실이 없는 거죠. 수학사에 대해 흥미도 느끼고 해야 하는데 지금 교과과정에서는 아득한 얘깁니다."

나는 수학을 제일 못해

그러면서 그는 수학을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숫자 자체가 큰 역할을 합니다. 출산통계만 봐도 사회를 이해할 수 있죠. 그 밖에 수학의 유용성을 일상에 적용하자면 복권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복권의 확률이 거의 0이기에 몇 장을 사도 수학적으로는 마찬가지로 거의 0이 됩니다.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얘기죠. 행복을 찾는 값과 재미의 값 정도로 생각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거기에 인생이나 기대를 걸면 결국 안 좋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그는 수학적 사고가 바로 객관적이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수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정보는 일단 믿지 않는다.

▲ <수학하고 한번 놀아봐> 표지
ⓒ 경문사
"통계의 정규분포 곡선은 신이 쳐 놓은 곡선입니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죠. 이런 수학적 분석이 바로 과학의 힘입니다. 허구와 미신을 타파하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수학적 검증이 안 된 정보는 일단 믿으면 안 됩니다. 사회 현상들을 수학적 판단으로 검증한 후에 얘길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위 '카더라'가 되고 맙니다."

한참을 흥겹게 수학에 대해 말해 놓고도 그는 자신이 제일 못하는 게 수학이고 수학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엄살이다.

"너무 어려워요. 수학을 가르치는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래서 좀 쉽게 수학에 대해 말하려고 책을 낼 생각을 했죠.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쉽게 썼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조금 부담스러운 모양이에요. 가끔 생나무로 걸리고 그러면 상심하기도 해요. 그래도 얼마 전에는 2만 원짜리 고료를 받아서 홍어도 먹었죠.(웃음)"

그에게 수학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었다.

▲ 이번에 책을 내기 위해 이태욱 기자는 10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 심은식

이태욱 기자는 누구?

양산통도사 아래 마을 출신이며 동아대학교 일반대학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주대학과 부경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오랜 세월 보따리장사(시간강사)를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부산 동아공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칠까 항상 고민한다. 사람들이 놀러오면 언제든지 반가이 맞이하고 듣기 싫어도 수학 얘기를 하나쯤 해주는 푸른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수학하고 한번 놀아봐>(경문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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