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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떨어지지만 결코 나무는 죽지 않는다.'

박철 기자가 자신의 첫 기사에서 한 말이다. '느릿느릿 이야기'로 박철 기자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까? 건망증 때문에 아내까지 잃어버리고 다니는 이 좌충우돌 목사님의 또 다른 면을 살펴보자.

▲ 우리에게 느리게 사는 삶의 중요성을 말하는 박철 기자.
ⓒ 심은식
사실 또 다른 면이라고는 했지만 그의 기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동안 국가보안법문제나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까지 그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깊고도 치열하다. 우선 첫 기사를 쓰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2003년도 4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어요. 그날은 황사가 심했는데 외출 후 돌아오는 중에 그 뉴스를 들었습니다. 분하고 화가 치밀어서 잠을 못 잤습니다. 그래서 낙화라는 시를 사진하고 같이 올렸던 겁니다."

▲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표지.
ⓒ 나무생각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첫 기사는 효순, 미선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이었다. 비록 생나무였지만 말이다. 그는 언제부터 이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떠올린 종교적 질문이 '그리스도인들이 입술로는 왜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면서 싸우는가?'였다면 이해가 될까? 그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대학을 가면서부터였다.

"신학대를 다닐 때도 현실문제에 대해 늘 고민을 했어요. 목회보다 사회개혁에 관심이 많아서 졸업을 앞두고 농촌목회를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몸으로 부딪쳐보자. 그렇게 정선, 강화 등을 거치며 20년간 시골 목회를 했죠. 신념과 신앙의 약속이었고 만족합니다."

그간 농촌 목회를 해온 그에게 얼마 전의 농민 집회는 어떤 의미일까?

"한국사회에서 힘없는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나 관심은 소홀합니다. 점점 더 심각해지고 더 커질 겁니다. 이 때문에 그들의 폭력성보다 절박함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만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런 천성 때문에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빨갱이 전도사'로 찍혀 고생을 한 시기도 있었다. 전화가 도청당하는 것은 물론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고. 농촌을 떠나 부산으로 임지를 옮긴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 부산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철 기자의 손.
ⓒ 심은식
"농촌이냐 도시냐의 문제는 없습니다. 구조적인 약자의 지위는 형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이곳도 교회 뒤쪽 산복도로에 빈민층 재건축지역이 있는데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그 풍경을 기록해서 포토 에세이를 만드는 걸 계획 중입니다. 노인들이 나와 해바라기 하는 모습 같은 여러 가지 모습들도 있겠고 그 안에서 가난하지만 존엄함을 지키는 모습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 사라질 풍경을 기록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진지하니 독자들을 위해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예의 건망증 얘기를 꺼냈다.

"목사니까 당연히 장례식을 인도할 때가 많아요. 거쳐서 가신 분이 많죠. 그런데 건망증이 심하다보니까 장례식 도중에 갑자기 죽은 사람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 거에요. 얼마나 진땀이 나던지 결국 고인의 이름을 한번도 언급 않고 진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최근 기사가 뜸한데 그런 좋은 기사거리를 안 올려주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분명 부산은 이야기 소재가 많지만 바로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더 살아보고, 더 겪어보고, 그렇게 이해해서 쓰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특히 동구 수정동 일대가 빈민과 노인가구, 결손가정이 많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느리지만 깊이 있는 삶의 자세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 느리지만 삶에 대한 자세와 고민만은 치열한 박철 기자. 그의 새로운 기사를 기대해 본다.
ⓒ 심은식

박철 기자는 누구?

박철 목사는 농촌목회 20년 생활을 접고 부산 좋은나무교회(skmchurch.org)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시인이기도 한 박 목사는 각종 신문과 잡지에 프리랜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신어림),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나무생각),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뜨인돌) 등이 있으며 현재 느릿느릿 이야기(slowslow.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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