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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나를 있게 해 주신 분께 감사의 편지를 쓰는 시간
ⓒ 장옥순
몸은 어른이면서도 생각하는 정도가 서너 살 수준인 소화 성가정의 장애우들과 짝꿍이 되어 허브 이야기와 허브 비누만들기, 허브 차 마시기를 하며 아름다운 분위기에 취한 우리들은 나눔의 미학은 가진 사람만 나눌 수 있는 미덕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들보다 더 천진하게 웃고 사랑을 표현하는 장애우들의 웃음에 오히려 행복이란 지극히 단순함에서 오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들도 당연하게 걸레를 빨아서 식당을 닦고 정리하며 나름대로 밥값(?)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몸으로 배우는 공부만큼 좋은 스승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차가운 물에 걸레를 빨며 날마다 그렇게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시는 부모의 노고를 알았을 것이고 한 끼 식사를 위해 제 몸을 내주는 식물들과 음식을 위해 많은 정성과 노고를 들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한 톨의 쌀도 버릴 수 없다는 소중한 가치를 배운 오늘의 의미는 어떤 체험학습보다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원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역시 3부 행사였습니다. 짧은 시간 준비한 장기 자랑이지만 아이들은 설레며 기다렸고 연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며칠. 촛불의식으로 숙연해진 아이들은 자신의 촛불을 들고 명상에 잠겨서 삶의 진정성과 생명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고 곱게 살아야 함을 다짐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실어 보낸 촛불을 보며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아이들 모습이 그 순간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나도 편지를 썼습니다.

▲ 촛불처럼 살겠어요
ⓒ 장옥순
물질적 가난 속에서 배움의 잔을 높이 들고 유년의 언덕을 힘들게 올라서서 청소년기의 방황조차 모르고 독학으로 어설픈 앎의 길을 돌아오면서도 나를 지켜주신 건 오로지 보이지 않는 위대한 분을 믿고 따르며 견뎌낸 내 '첫 사랑'의 대상이셨던 하나님께 나도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는 감당 못할만큼 받은 은혜와 사랑을 아이들에게, 세상 속으로 구체적인 보이는 증거로 돌리겠다는 지천명을 알게 된 감사함으로 눈물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 순간 나는 소화 성가정의 손님이 아니라 그분들의 작은 손발이 될 결심을, 너무 늦은 부끄러운 약속을 했으니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야외무대를 만들어 놓고 등까지 걸어둔 아름다운 공간에는 자기 몸을 태워 우리를 밝혀줄 나무들이 캠프파이어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대학생자원봉사자 모임(써니)의 이배곤 학생과 김주일 학생은 다음 날 학교 시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를 위해 1박 2일의 일정을 우리와 함께 해주어서 또 감동을 했습니다. 우리 연곡분교에 햇살 도서실을 만들며 무더운 여름날 몸살이 났던 그 학생들입니다. 봉사란 시간이 남아서 물질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나타난 행동의 결과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장애우들이 준비한 무용과 장기 자랑, 우리 아이들이 준비한 무용과 노래, 마술 공연, 핸드벨 공연으로 후끈 달아오는 야외무대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행사 진행을 위해 많은 금액을 기부한 자매결연사(SK텔레콤 서부마케팅본부)의 직원들, 소화성가정의 식구들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캠프파이어의 불꽃보다 더 진한 사랑의 감동을 가슴 복판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터지는 박수 소리와 웃음 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별빛으로 새겨지던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며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기를 서로 어깨를 비비며 좋아하던 우리들.

▲ 우리는 친구입니다 (원예치료실)
ⓒ 장옥순
장애우들이 멋진 무용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은 텔레비전의 무용수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분들이 그 곳에서 받고 있는 재활 훈련과 살아가는 연습은 사랑의 힘이 아니고는 단 하루도 지탱할 수 없는 지리한 일이어서 가족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임을 생각하면 그 분들을 작은 꽃(소화)으로 받들고 가정의 모습을 선사하고 있는 아버지같은 원장 수녀님과 어머니같은 직원들이 이룬 사랑의 하모니를 세상에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3년 간 배운 핸드벨(종음악)을 연주할 때는 어두운 밤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춤을 출 것처럼 환상적이었습니다. 이 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사랑의 불씨를 온 세상에 종을 쳐서 알리고 싶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불씨가 번지기를 기원하는 간절함을 담아서 화음을 이룬 그 순간. 음악의 아름다움은 지극한 사랑과 동의어가 됨을 깨달으며 행복, 사랑, 기쁨, 감사라는 단어만 생각났습니다. 촛불의식과 캠프파이어, 장기자랑의 감동이 커서 얼른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재우고 2일 행사를 위해 자정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요
ⓒ 장옥순


(다음 이야기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 *우편번호 506-454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거동 607-5 시설명 : 소화성가정 
윤 남원장(소화데레사) 전화 02)944-4037 
찾아 가시는 길 : 비아(광산 IC진입)-좌회전(나주, 공항방향)-송정 영광통(지하도로 우회전)-영광방향 22번도로 진입-호남대 광산캠퍼스-송산교-삼도 소재지-도덕삼거리(좌회전 나주, 함평방향 300미터-소화성가정 시내 교통편: 광천공용버스터미널 500번(도덕 삼거리 하차)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당신의 사랑을 환영합니다.** 

산골분교 아이들이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아 떠난 '장애체험학습' 이야기가 길어서 3번에 걸쳐 올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훈훈한 사랑을 막지 못한답니다.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분들의 삶을 스케치했습니다.
<한교닷컴><웹진에세이>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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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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