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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서점가 경영 코너를 꽉꽉 채우고 있다. 기업을 비롯해 모든 조직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리더십이라는 데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책 표지>
ⓒ 랜덤하우스중앙
어쨌거나 리더십은 '카리스마'로 통한다. 하지만 요즘엔 카리스마 하면 '야심찬 비전을 미끼로 마음껏 밀고 당기는 추진력' 정도로 여겨지는 듯하다. 상당히 부정적이고 자조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구겨진 리더십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책이 나와 화제다. '겸손의 리더십'이 그것.

'윤리경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국전력 중앙교육원장인 김경복씨가 썼다. 저자는 "이제 세상은 복잡하게(글로벌하게) 변하고 있어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글문을 텄다.

겸손의 리더십?

저자는 먼저 서구에서 성공한 리더십을 익혀 우리 조직에 그대로 대입시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교 전통을 가진 특수한 조직체여서 우리 사회 구조에 어울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불상의 받침대로 많이 쓰이는 연꽃은 피는 것과 동시에 열매를 맺기에 인과(因果)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연꽃은 내세의 무량한 생명을 상징, 따라서 우리 선조들은 진실로 인간다운 삶을 살면 자연적인 삶을 다하고도 초월적인 삶이 연장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사람이 연꽃처럼 되기 위한 조건은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공동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규칙을 잘 지켜서 질서를 유지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규칙을 달리 표현하면 '윤리'입니다.

'윤리경영의 재발견'에서 공자의 윤리관을 소개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각자의 명분에 해당하는 '다움'을 실현한다면 올바른 기업경영과 기업질서는 저절로 잡힌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공자의 중심사상이 정명론(正名論)입니다. 모든 사람이 잘잘못을 구별할 수 있는 심성과 자질을 갖추고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윽박질러 자기 뜻대로 따라오도록 강제할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모두가 만족스럽게 더불어 살며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중략> 윤리경영의 원칙을 잘 실천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이야말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주장했던 윤리경영은 21세기의 기업환경에서 너무도 유효한 명제라는 것입니다.


2500년 전 공자의 '말씀'이 현재 상황에 적용되다니 너무도 놀랍지 않은가.

바디랭귀지는 '겸손'의 구체적 표현

'겸손의 리더십'의 가장 구체적 표현으로 바디랭귀지를 든 것도 신선하다. 어휘와 음성, 표정 가운데서 표정이 가장 확실한 전달 수단이라는 것. 이와 함께 유머의 유용성도 덧붙인다. 유머는 조직원들을 자유롭고 활력 넘치게 해 능동적인 공동체로 이끌어 준다는 얘기다.

끝으로 이 책에 들어있는 저자의 독특한 제안 하나가 시선을 오래 붙들어맨다. 각종 경력 증명서에 유효기간을 두자는 것. 다분히 혁명적인 느낌이다. 검증 받을 능력이 되지 못하는 여러 자격증, 학위증에 10년, 25년 등 유효기간을 두어 실제의 능력을 다시 검증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으로서는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이 책은 가장 보수적일 거라는 공기업 현장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짐작하기 힘든 주장들로 꽉 차 있다. '상상력'이 우대받는 시대에 고정관념을 깨는 도구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여 일독을 권한다.

겸손의 리더십 - 몸을 낮추어 마음을 얻는 법

김경복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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