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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먹을 게 없다 손 치더라도 이것도 음식이라고 먹냐?"

변소에서 갓 퍼 올린 듯한 역한 냄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암모니아 냄새가 가슴에 스민다. 한 점이라도 먹고 나면 먹자마자 토할 듯한 느낌, 자리가 자리인지라 뱉지도 못하고 한 점이라도 삼켰더라면 아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식중독으로 쓰러질 듯한 예감.

▲ 홍어회+돼지고기+삭힌 김치=삼합
ⓒ 이태욱
이쯤하면 맛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홍어맛이다. 독립 운동하는 셈치고 몇 점 입에 넣어 보기로 한다. 도저히 씹지는 못하겠다. 꿀꺽 삼킨다. 아무 탈이 없다고들 말들은 하지만.

'그들은 이미 어릴 적부터 천한(?) 음식에 적응이 되어서 그렇지!'
'그런 말 다 믿다가 저승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마다 개인차가 얼마나 큰데.'

▲ 길가 허름한 홍어집 간판
ⓒ 이태욱
특히 속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아마 내일은 무사히 출근하기 힘들겠다는 예감이 든다. 내 생각에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기적같이 아무 탈이 없다.

보통 속이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라면, 그 전날 술이라도 한잔하면 다음날 변소를 들락날락. 그런데 이 썩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속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저 평온하고 편안할 뿐이다.

그쯤 되면 이 음식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정말 이 음식을 먹어도 괜찮을까? 그때쯤 되면 옆에 있던 남도사람이 한마디 거든다. 우리 고장에서는 잔칫상을 아무리 잘 차려도 홍어회가 빠지면 "뭐 별로 차린 게 없구먼"이라고 한마디 토를 단다고.

처음에는 홍어회에 그렇게 혼이 났지만 그래도 뭔가 당기는 맛은 있긴 하다. 매혹이라면 그 참혹할 매혹, 뭐 그런 것. 머리가 찡해지고 코끝이 아려옴에도 그 탁 쏘는 듯한 맛은 사람을 끄는 듯하지만 그래도 차마 한 점 하러 갈 맘은 없다.

우연히 삼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삼합이란 홍어회에,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함께 싸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그 맛이 일품이란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그건 조금 나을 듯하다. 동료들은 직장 근처인 부산 송도해수욕장 주변에 가면 삼합을 잘하는 집이 있으니 한번 가 보자고 한다.

▲ 부산 송도해수욕장
ⓒ 이태욱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1960년대만 하여도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이었다. 나도 어릴 적 이 해수욕장에서 삼각팬티를 입고 수영을 한 기억이 있다. 이 해수욕장은 좁은 백사장과 더러운 물로 인해 점점 명성을 잃게 되었고 그 영광은 해운대로 옮겨갔다.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이 해수욕장이 다시 명성을 찾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대적인 공사를 하여 모래사장을 확장하고 주위 환경을 개선하여 지금은 아주 멋있어졌다. 야경도 해운대 못지않게 좋다. 관심이 있는 분은 한번 찾아와도 후회하지는 않을 듯하다.

이 홍어집은 여기 송도해수욕장에서 감천으로 넘어가는 길옆에 미미하게, 허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홍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물어 찾아온다. 20년을 넘어 장사했다는 아주머니는 "찡하구 마이"라는 남도의 구수한 사투리를 썩어가면서 홍어를 자랑한다.

▲ 삼합을 설명하는 주인 아줌마
ⓒ 이태욱
여기서 나는 홍어회의 맛은 알게 되었다.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았던 이 홍어회가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로 왔다가 이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홍어회 한점 하러 가자고 권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이제 '홍탁삼합'이라고 삼합에 담은 막걸리 한 사발까지 들이키면 그 맛의 절묘함을 맛본다고나 할까?

홍어는 자가 효소에 의해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소화성이 좋은 성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삭혀도 탈날 염려가 없다. 이는 먹어 본 사람은 다 안다. 톡 쏘는 암모니아도 많아서 일반 부패세균의 발육이 억제돼 목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특히 좋다고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기분이 나면 구수한 '진도 아리랑'을 장구 장단에 맞추어 한곡 뽑아주기도 한다. 여기 '갱상도'에서 남도의 향기가 물씬 풍기어 오가는 이의 마음을 훈훈케 한다.

▲ 기분이 나면 구수한 진도아리랑도 한 가락
ⓒ 이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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