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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화 <빠삐용>을 아시지요. 빠삐용은 무죄지만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붙인 검사에 대한 복수 때문에 탈출을 시도합니다. 첫 번째 탈주는 실패하여 무시무시한 독방에서 2년을 보내게 됩니다.

다시 탈주를 시도하여 겨우 콜롬비아에 도착하였으나 수도원 원장에게 속아 다시 잡혀 독방에서 끔찍한 5년을 보내게 됩니다. 또 다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이제는 아직 아무도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는, 주위는 상어떼가 득실거리는 악마의 섬으로 보내집니다.

그러나 빠삐용은 끝까지 자유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는 수 십 미터가 되는 벼랑 위에서 야자열매를 채운 자루와 함께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마침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 2005년 겨울 빠삐용 촬영지로 알려진 호주 시드니항 입구에서 본인과 아들
ⓒ 이태욱
우리 학교에도 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빠삐용 토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업계 학교라 기계, 화공약품을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학생들의 정서가 메마른 것 같아 정서순화를 위하여 작년에 학교 뒤 공터에 조그마한 동물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 동물원 구경하는 학생들
ⓒ 이태욱
처음에는 시골 장터에서 사온 토끼 2마리와 칠면조 2마리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식구가 불어 이제는 제법 많습니다. 칠면조, 거위, 공작, 토종닭, 오골계, 오리, 비둘기, 잉꼬… 여기에다 이웃에서 놀러온 참새와 까치까지 합치면 아마 백 여 마리도 넘을 겁니다.

▲ 우리 안의 동물들
ⓒ 이태욱
너무 숫자 밀도가 높아지다 보니 아마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나 봅니다. 그래서 동물들끼리 영역 다툼도 벌이고 싸움도 합니다. 호랑이 없는 골에 지금 왕 노릇을 하는 놈은 칠면조입니다. 그러나 오골계는 성격이 사나워 칠면조에게 지지 않고 막 달려듭니다. 그래서 자기 영역을 지킵니다. 공작은 공작다워서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가끔씩 화려한 꼬리를 펼칩니다.

▲ 공작이 꼬리를 펼치면 참 아름답습니다. 펼치는 시기는 자기 기분따라 입니다.
ⓒ 이태욱
토끼는 번식력이 아주 좋습니다. 얼마 전에 귀여운 새끼를 보았는데 금방 커져있고, 또 다시 새끼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중 한 토끼가 적응하려고 색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것은 탈출이었습니다. 토끼는 땅을 잘 팝니다. 그러니 장점을 살려 구멍을 뚫어 탈출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 토끼는 구멍을 뚫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토끼는 숲 속을 누비며, 관찰하는 모든 이들의 따뜻한 시선과 탄성을 받으면서 한동안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대책이 있었습니다. ‘토끼몰이’라는 방법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숲을 삥 둘러싸고 조금씩 좁혀갑니다. 이 방법을 몇 번 되풀이하자 토끼는 꼼짝없이 잡혀 다시 우리로 들어갔습니다.

자유를 맛 본 토끼는 또 다시 땅굴을 파고 탈출하였습니다. 방법을 안 우리도 다음날 바로 체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토끼에게 '빠삐용 토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토끼는 우리 안에 가만이 있지 못하고 사람을 피해 이리저리로 뛰어 다닙니다.

이를 측은히 여긴 일부 선생님들이 동물원에 숫자가 너무 많으니 일부 토끼를 방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토끼에게도 자유를 얻을 기회가 오게 된 것입니다.

▲ 토끼를 방사하고 있는 학생들
ⓒ 이태욱
토끼를 방사할 때 빠삐용 토끼도 방사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다른 토끼들은 적응을 못했는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다만 빠삐용 토끼만은 여전히 살아서, 숲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유는 꿈꾸는 자의 몫인가 봅니다.

▲ 방사된 토끼
ⓒ 이태욱
▲ 빠삐용 토끼
ⓒ 이태욱

덧붙이는 글 | 우리 학교 부산 동아공업고등학교는 2004년에 교육인적자원부와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가 주최한 아름다운 학교 공모전에 전국 최우수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또한 2005년에는 부산광역시가 주는 부산녹색 환경상 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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