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9일 밤 10시께 만취한 취객이 주정을 하자 상봉지구대 대원들이 자초지종을 묻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중랑경찰서 상봉지구대는 난리북새통이었다. 29일 저녁 7시에 주간 근무조와 교대한 야간근무 경찰들은 일찌감치 들이닥친 각양각색의 취객들 뒤처리를 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었다.

술에 취해 지구대에 실려온 4명의 여중생 가운데 한 여중생은 소파에 구토를 했고, 술에 취한 60대 남성은 경찰에게 일장 연설하다 사라졌다. 곧이어 찾아온 60대 여성은 한참 동안 가정문제를 하소연하다 돌아갔지만, 시비 끝에 찾아온 50대의 남성은 경찰에 삿대질하며 혼을 뺐다.

조은장 경장(40·상봉지구대)은 오전 9시까지 밤을 꼬박 새며 취객들에 시달리면서 사건 처리를 해야할 일을 생각하면 벌써 목이 뻣뻣해진다.

한밤의 파출소, 총성없는 전쟁터

▲ 차량 접촉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조은장 경장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경찰 근무 11년째인 조 경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취객들의 과도한 행위, 심지어 위협적인 행위들에 답답하기만 하다. 조 경장은 "과격한 취객이나 피의자들은 피를 뿌리고 행패를 부리며 경찰을 위협하기도 한다"며 "총성만 없을 뿐이지 전쟁터나 다름없는 근무 환경에서 14시간 야간근무를 하다보면 몸은 녹초가 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랑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치고 싶은데 아빠는 맨날 일만 하러 가니까 싫어요. 그리고 아빠 없이 놀러가는 것도 싫고요. 아빠랑 엄마랑 손잡고 놀러가고 싶어요."

조은장 경장의 막내아들 경환(11·휘경초 3년)군의 소망이다. 조 경장은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들이 공무원 주5일제에서도 제외된 사실에 서글픔을 느끼지만 이보다는 아빠의 직업적 애로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있는 막내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경찰 9만3500명 가운데 교체인원이 없는 해안초소 등의 근무자 3천여명과 지구대, 형사, 교통 등 24시간 근무 부서에서 일하는 경찰 5만여명이 주5일제 근무에서 제외된다. 경찰청은 공무원 주5일제 근무실시에 따른 일선 경찰들의 불만과 사기저하에 따른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9일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불만이 컸는데 주5일제 근무에서 소외되고도 경제적 보상 등의 대책이 별로 없어 더 큰 불만이 예상된다"며 "주5일제에 맞게 치안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와 인원 충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주 5일제로 '한달에 두달' 일하게 된 교정 공무원

"다른 공무원들이 한달 일할 때 두달 근무해온 우리에게 주5일제 근무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토요일 휴무로 근무 인원은 줄어드는 대신 토요일 접견이 늘어나고 수형자들에게 운동시간을 더 제공하는 등의 업무가 강화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공무원 주5일 근무제 시행 하루 앞두고 만난 김동석(42) 교위와 강병규(36) 교사는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격무에 지친 공무원들에 대한 대책마련 없이 시행되는 주5일제 근무제가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들인 셈이다.

두 사람은 한 달에 두 달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3교대 근무자인 이들은 한 달에 320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주5일제(5일×8시간=40시간×4주=160시간) 근무 공무원보다 한달 더 일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초과수당으로 60시간 밖에 받지 못한다는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100시간의 임금을 체불하는 셈이다.

두 사람은 격무에 지친 몸과 경제적 불이익도 문제이지만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어려움도 크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1남(고1) 1녀(중1)의 아버지이자 종손인 김동석 교위는 "근무 형편 때문에 9개나 되는 집안 제사를 직접 모실 수 없어 아들에게 제사를 대신 맡겨왔다"며 "아이들에게 교도소 견학을 시키고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며 아빠의 근무 환경을 이해시키려고 했지만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강병규 교사는 "비번 날이면 아내와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으면서 남편의 빈자리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다"며 "부모님이 서울에 계시는데도 근무형편상 찾아뵙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아들을 찾아오는 형편"이라고 자식노릇을 못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교정 공무원은 전체 1만2800여명에 가운데 행정직 3759명을 제외한 9000여명이 주5일제 근무에서 제외된다. 법무부 교정당국 관계자는 30일 "주5일 근무에 해당되는 행정직이라고 해서 매주 토요일 쉴 형편은 아니다"며 "업무가 밀려 있는 일근 근무자들도 한 달에 한번 정도밖에 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강병규 교사가 사동을 점검하고 있다. 강 교사는 40년이 다 된 안양교도소의 시설 노후화로 인해 수형자와 교정 공무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교도소 시설을 반대해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소방 공무원 "충분히 쉬어야 시민에게 더 잘 할 수 있다"

2만7604명(2004년 기준)의 소방공무원 중 일선 소방파출소의 화재 진화 요원, 구급대원, 119구조대원 등 2만여명은 업무 특성상 주5일 근무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소방방재청(이하 소방청)은 이들에 대한 보상 방안으로 순번 휴무제 및 격무부서 3교대 근무제를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이들은 '24시간 당번·24시간 비번' 형태로 근무하고 있으며 순번 휴무를 쓸 경우 1일 근무 후 3일을 쉴 수 있다(당번-비번-순번 휴무-비번).

소방청 관계자는 29일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순번휴무제에 따라 최소한 월 1회씩 휴무를 취하고 있으며 인력 사정이 좋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2달에 3번 꼴로 쉬고 있다"고 소개한 뒤 "'2달에 3번 순번휴무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9년까지 13000명을 증원해 '격무 부서 3교대 근무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한 뒤 "올해 증원 목표인 3450명 중 상반기에 1828명을 충원했다"고 덧붙였다.

일선 소방공무원들은 순번휴무제 확대 및 인력 충원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정해진 시간까지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이 지방공무원이고 광역자치단체별로 인원을 충원하는 상황이기에 해당 광역자치단체의 충분한 예산 배정 및 단체장의 의지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구급대원 A씨는 "지난 10년간 장비와 차량은 늘었으나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언제 인원이 충원될지 솔직히 멀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부족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출동해야 하는 날이 많다"고 호소한 뒤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더 잘 하기 위해서도 충분히 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방청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각 지자체에 증원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1명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자체와 꾸준히 대화하고 충원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군대도 주5일제 한다
미해당 부대 장병에게는 휴가로 보상

주5일 근무제는 군대에서도 실시된다. 그러나 국방부 민원실, 각 군의 최전방 경계부대 및 24시간 근무 부서 등은 제외된다. 신병교육 기관도 올해 말까지는 현행대로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지만 2006년부터는 주5일 근무 제외 대상에 합류한다.

주5일 근무에서 제외되는 인원들에게는 휴가가 주어진다. 간부의 경우 1달에 1번씩 2박3일의 보상휴가를 갈 수 있으며 병사들은 위로휴가를 받는다.

또한 육군은 주5일 근무에 해당되지 않는 GP 등에 근무한 간부에게는 보상휴가 외에 인사상 혜택(장교는 인사 이동시 주5일 근무 미해당 부대 근무 경력 반영, 부사관은 진급심사 때 근무평가 점수 5점 가산)을 부여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 간부에게 부여되던 월 1회, 2박3일의 외박 제도는 폐지된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