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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한라산 1100고지에서부터 이어지는 도로는 온통 신록으로 가득했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울창하게 숲을 이룬 나무들. 5월의 햇빛은 마치 은빛 꽃가루를 뿌린 듯 반짝인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숲 속에서 새어나오는 관현악의 선율이 5월의 하늘을 수놓고 있다. 한라산 영실은 늘 산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세상이다. 더구나 시시때때로 신비로움이 감춰져 있으니 사람마다 한라산의 영상은 다르게 비춰진다. 한라산 영실 산행은 계절마다 그 운치가 다르지만, 5월에 떠나는 산행은 그리운 '님'의 연분홍 치마폭에 푹 빠져 볼 수 있어서 좋다.

ⓒ 김강임
한라산 영실 1600고지. 숨을 헉헉대며 오른 산행길에서 한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1600고지 전망대에 서니 제주도의 해안선과 능선, 그리고 대지위에 지붕처럼 솟아 있는 오름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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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구름 속에 덮여 있던 병풍바위도 오늘은 어여쁘게 단장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멀리 서귀포 시내와 범섬의 모습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산에서 보는 바다, 산에서 보는 능선, 그리고 산에서 바라보는 오름은 눈높이를 낮출 수 있음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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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야! 장관이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 같구려."

오백장군 아래에서 모드락 모드락 피어나는 철쭉꽃이 절벽위에 피를 토하듯 붉게 타오르고 있다. 산 아래 서귀포 바다가 안개에 젖어 있다. 해안선을 타고 형성된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바위 머리에는 분홍색 댕기를 두르듯이 철쭉이 아스라이 피어있다. 정교하게 자른 병풍바위 곁으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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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철쭉보다 먼저 피어난 진달래가 수줍게 고개를 떨군다. 5월의 햇빛에 꽃잎이 늙어감을 한탄이라도 하듯이. 꽃잎 하나하나에 인사를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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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무성한 골짜기를 타고 피어난 철쭉의 군락이 신록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지난겨울에는 하얀 솜이불을 깔고, 지난 가을에는 알록달록 비단 이불을 깔았더니 지금은 새색시 시집가는 연분홍 비단 이불이다.

ⓒ 김강임
주렁주렁 달려있는 키가 큰 진달래 꽃잎 사이로 멀리 아스라이 오름들의 모습이 보인다. 100년을 살다간 주목의 모습이 연분홍빛에 물들어 산 자와 죽은 자의 모습을 교차하는 순간이다. 5월의 영실 산행은 산행이 아니라, 철쭉꽃을 따라 걷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골짜기에서 피어난 꽃소식은 벌써 윗세오름 앞산까지 연분홍 꽃소식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 산도 저 산도 모두 연분홍 치마폭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 산 한가운데 서니 마치 내가 무릉도원에 와 있는 기분이다.

ⓒ 김강임
선작지왓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접어들자, 산사람들은 저마다 기나긴 산행길에서 여정의 배낭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락을 이룬 꽃 그림위에 저마다의 추억을 담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분주하다.

ⓒ 김강임
늘 윗세오름 정상에 서면 백록담 정상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젖었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능선위에 보이는 백록담의 모습이 초라하게 보인다. 능선마다 불을 지피고 피어오르는 연분홍빛 무리들. 넋을 잃은 듯 '님'의 연분홍 치마폭에 푹 빠져 있었던 1시간 30분의 산행 길. 자연의 신비 속에 빠져 있는 황홀함이여!

덧붙이는 글 | 한라산 등산로는 영실코스,관음사코스,성판악코스, 어리목코스가 있다.
 백록담 정상 코스로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 코스가 있으며 ,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윗세오름까지 등산이 허용된다.
 특히 영실코스는 5월 중순경부터 철쭉이 장관을 이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황홀함에 젖게 한다. 영실코스의 산행은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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