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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 활성산 구릉위에 아스라이 펼쳐진 연초록 다원
ⓒ 한석종
깊고 은은한 차 한 잔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참으로 큰 것 같다. 끓는 물에 찻잎이 천천히 퍼지면서 깊은 향과 맛을 남기고 그 속에서 사람의 향기가 배어 난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명상에 잠기면, 곧 맑은 영혼이 퍼져 밝고 어둠을 분별할 수 있어 마음 속 가득 사랑이 차오르며 자신의 분수에 맞는 포근한 삶의 여백을 열어 준다.

초록과 연초록의 만남, 녹차 향기와 사람의 향기의 깊고 은은한 만남, 정결한 녹차 숲에 세속에 찌든 나를 내려놓고 발치에서 바라다보면서 나의 참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지 않으십니까?

5월 5일부터 5월 8일까지 우리나라 차 산업의 발상지인 남해바다와 인접한 전라남도 보성군 활성산 기슭의 너른 다원과 온 산을 철쭉꽃으로 치장한 일림산 일대에서 제31회를 맞는 차문화 축제 "다향제"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다신제, 차만들기경연 등 차문화행사, 차음식만들기, 녹차잎 따기 등 체험행사, 국제명차전시, 명다기, 차특산품 등 전시행사, 철쭉꽃길탐방, 가족등반대회 등 일림산 철쭉제, 세계민속공연, 체육행사 등 군민의날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차(茶)라고 하는 것은 차나무의 어린 순(잎)을 따서 저장의 수단으로 찌거나 덖어서 말린 것을 말한다. 찻물로는 잎차나 떡차를 우리거나 끓인 맑은 차탕과 가루차에 뜨거운 물을 붓고 휘저어 탁한 차(茶)유가 있다.

녹차는 담백하여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맛이 쓰고 풀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조용히 음미하다 보면 차 잎에 함유된 여러 가지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쓰고(苦), 떫고, 시고, 단(甘) 맛의 다섯 가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닿는 맛이 쓴 맛이고, 입 안에 오래 남는 맛이 단맛이며, 약간 쓴 듯한 것이 차츰 입안을 상쾌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차의 오미는 흔히 인생에 견주어 지는데, 차를 마심으로써 다섯 가지의 맛을 자기 안에서 서서히 하나의 향기로 승화시켜 지혜롭게 하고, 도와 통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어 예에 이르게 하며 그 멋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다.

▲ 다원입구 양편에 시원하게 하늘 높이 뻗은 삼나무 숲
ⓒ 한석종

▲ 초록과 연초록의 만남, 녹차향기와 사람의 향기의 깊고 은은한 만남, 녹차 숲에 세속에 찌든 마음을 그만 내려놓고 싶다.
ⓒ 한석종
차는 중국의 복건성과 광동성에서 유래된 말로 발음인 가 한국의 발음에 영향을 주어 차(茶), 다(茶) 등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차는 색(色), 향(香), 미(味)가 뛰어난 것을 좋은 차라 하는데, 이는 찻잎을 따는 시기, 시간, 환경조건, 만드는 방법, 보관방법, 우려내는 방법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찻잎은 수용성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전체질소 함유량이 많은 차가 좋은 차이다. 또 같은 시기의 같은 성장도의 찻잎일지라도 위치에 따라서 성분이나 맛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차는 맑은 날 새벽이슬이 덜 마른 때 딴 것을 으뜸으로 치며, 따는 방법은 손따기, 가위따기, 기계따기가 있다. 차의 종류는 발효 정도, 차 모양, 차 따는 시기와 품질 등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발효정도에 따라 불 발효차인 녹차, 반 발효차인 우롱차, 발효차인 홍차, 차 모양에 따라 덩어리 모양을 한 덩이차로 떡차, 떡덩이 모양의 보이차, 벽돌차가 있고, 잎이 말리고 고드라진 것이나 잎이 눌리어 납작한 모양의 낱잎차, 잘게 잘린 싸락차, 꽃이나 곡물을 섞은 쟈스민차, 현미차가 있으며, 가루내어 탁한 차유로 마시는 말차(가루차)가 있다.

▲ 마음은 벌써 녹차밭길로 들어서 있다.
ⓒ 한석종

▲ 시원하게 펼쳐진 연초록 다원, 그 속에 묻혀 찰칵
ⓒ 한석종

▲ 마음은 벌써 녹차밭길로 들어서 있다.
ⓒ 한석종
우리나라의 경우 차 잎을 채취하는 횟수는 1년에 3,4회 정도로, 양력 4월 하순(곡우)부터 5월 상순에 따는 차를 첫물차, 양력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까지 따는 차는 두물차라 하고, 양력 6월 하순부터 7월에 따는 차는 여름차라 한다. 그리고 끝물차는 8월 하순(처서)부터 9월 상순(백로)에 채취 제조하는데 봄차에 비하여 잎이 세고 큰 편이여서 일상 생활음료로 많이 음용되며, 홍차와 막차로 쓰인다.

세차(細茶, 여린차, 세작)는 곡우부터 입하 경에 딴 차로 잎이 다 펴지지 않은 창(槍)과 기(旗)만을 따서 만든 가는 차를 말하고 중차(中茶, 보통차, 중작)는 잎이 좀더 자란 후 창과 기가 펴진 잎을 따서 만든 차, 대차(大茶, 왕작)는 중차보다 더 굳은 잎을 따서 만든 차, 막차는 굳은 잎으로 숭늉대신 끓여 마시는 차를 말한다.

녹차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보성지역이 차생산지로 유명해진 것은 이 지역이 산·바다·호수가 어우러진 지역으로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여 연평균기온(13.4℃)과 강수량(1400mm)이 높다.

또한 토양은 사양토로 많은 강우에도 불구하고 배수가 잘되며 바다와 강이 인접해 있어 온도가 따뜻하고 안개일수가 많아 차나무 성장기에 많은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자연차광에 의한 그늘을 마련하여 주기에 차의 맛을 좋게 하는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차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외형, 향기, 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녹차는 겉모양이 가늘고 광택이 있으며 잘 말려 있는 것이 좋다. 또한 연황색이 나는 묵은 잎의 함유가 적어야 하며, 손으로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상등품이다.

▲ 제일품 첫물차를 이루는 새순의 고운자태
ⓒ 한석종

▲ 여린 녹차잎를 따는 아낙의 마음은 온통 연초록 물결로 일렁인다.
ⓒ 한석종

녹차는 해양성기후와 대륙성기후가 맞물리고 사질양토에다 강수량이 많아야 하는데, 보성의 차밭은 1939년 무렵에 이 같은 조건들을 모두 갖춘 활성산 자락 일대에 30㏊가 조성된 후 그 면적을 점차 확대해 나왔다.

근래 들어 녹차의 효능이 현대인의 건강과 미용에 뛰어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웰빙 열풍이 더해지면서 녹차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차 재배 농가가 점차 늘어나, 2005년 현재 보성군은 646ha의 차밭에서 전국 생산량의 46%를 생산하고 있다.

차나무는 크게 대엽종과 소엽종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차나무는 중국 소엽종으로 온대성 기후에 알맞고 추위에도 강한 품종으로 수입 연대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재래종이고, 남부지방 다원에서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는 차나무는 일본에서 수입한 야부끼다중(藪北) 차나무로서 추위에 잘 견디고 생산량이 좋아 많이 재배되고 있다.

▲ 소용돌이 속에서도 녹차의 향기는 진하다.
ⓒ 한석종

▲ 산 팔부능선 까지 오른 다원, 정상의 정복이 얼마남지 않았다.
ⓒ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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