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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산은 눈 구경하기가 무척 힘든 곳이다.

간혹 눈이라도 오면 사람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그 반가운 배경을 다양한 단체 사진으로 기록한다. 아이들은 서로 내기라도 한 것처럼 친구보다 더 큰 눈사람을 만드려고 눈뭉치를 한없이 굴리는 풍경이 연출된다.

요즘은 부산에도 눈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번 겨울 들어 세번째다. 새해 하루 전날을 시작으로 지난 1월 16일, 그리고 3월 5일. 모두 주말이나 주말 무렵에 눈이 내렸다.

지난 5일에 내린 눈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 공연인 것마냥 마구 퍼부었다. 폭설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도로 사정으로 지하철은 사람들로 미어터졌고, 차가 가지 못하는 곳은 눈 속을 헤집고 걸어가야 했다. 주말 오후 약속 장소로 향하며 잔잔한 눈발을 신기하게 보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 갑작스러운 폭설은 하루벌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 김수원
나는 번잡한 한 대학 앞 거리에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차가 밀려 늦을 거라는 전화를 받고 그 풍경들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눈을 피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 사이로 호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주머니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고 있었다. 장사는 되지 않았고 노점을 집으로 가지고 가는 것도 문제였을 것이다. 그대로 두고 간다고 해도 다음날이 문제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가 주말 장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날 뉴스에서는 부산에 10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이들은 일요일 달콤한 늦잠도 팽개치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보다 더욱 황홀한 광경에 아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눈싸움에 열중했다.

▲ 다음날 눈은 그쳤지만 추위에 얼어 붙은 눈은 며칠동안 노점상의 이동을 방해할 것이다.
ⓒ 김수원
갑작스러운 폭설은 하루 하루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과 반대로 작용한다.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며칠 장사를 완전히 공칠 수밖에 없다. 눈이 그치더라도 추위에 얼어 붙은 길은 며칠 동안 노점상의 이동마저 꽁꽁 얼게 만들 것이다.

그동안 날마다 갱신하는 최저 기온에도 참았고 이제 봄날 장사를 시작하려는 상인들에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늘도 이번에는 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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