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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손병관 박형숙 최경준 권박효원 기자
- 사진: 이종호 기자
- 동영상: 김윤상 기자


▲ 28일 오후 긴급소집된 한나라당 의총장으로 김덕룡 원내대표와 남경필 수석부대표가 들어오고 있다.(왼쪽) / 한나라당이 대정부질문을 거부한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총리가 본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6신 : 28일 저녁 6시45분]

이해찬 '차떼기당' 발언으로 정국 급랭
대정부질의 등 향후 의사일정 불투명


한나라당이 총리 해임·파면결의안 제출 등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고 이에 맞선 열린우리당은 물러설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정국이 불투명해졌다.

더구나 5일간의 대정부질의 이후 이어질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안의 처리를 공언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4대 악법'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정국은 더욱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야당을 자극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려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여야를 모두 흙탕물로 몰아가려는 선두에 총리가 있다"고 비난했다.

남 부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며 "총리가 한나라당을 인정하지 않듯이 나 역시 총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향후 일정과 관련 남 부대표는 "현재로선 내일 대정부질의에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며 29일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28일 대정부질의를 거부한 한나라당은 애초의 사과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무위원해임건의안 또는 공직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 향후 대응을 놓고 강경론이 우세하지만 정부여당을 압박할 만한 뚜렷한 대응카드가 없다는 것이 원내대표단의 고민이다.

한나라당은 작년 9월 헌법 63조에 규정된 '국무위원해임건의안'을 이용해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을 관철시킨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원내 과반수라는 숫적 우위를 이용해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지만, 원내 2당으로 추락한 상태에서는 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건의안이 부결 또는 자동 폐기될 경우 당 지도부가 인책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지도부의 운신을 좁히고 있다.

'72시간내 처리'라는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해임건의안 대신 처리시한에 구애받지 않는 공직사퇴권고결의안을 내자는 의견이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결의안은 아무 소용없다"는 반론에 직면해있다.

당내에서는 "총리 해임안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상생의 틀을 깨서는 안된다"는 온건론도 만만치 않다.

제5정조위원장을 맡고있는 이군현 의원은 "사과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수적 열세로 해임이나 파면결의안이 통과되기는 어렵겠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고, 임인배 의원도 "설사 통과가 안되더라도 해임건의안을 내야한다. 되든 안되든 자꾸 그런 걸 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소수가 되니 국회에서 되는 게 없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인 원희룡 의원은 "총리가 빨리 사과하고 끝내야 한다"며 더 이상의 확전은 소모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삼아 정국경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렸다.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 '새로운 모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한나라당 안택수·주성영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과 동료의원들을 매도했다"며 이들의 발언취소와 사과를 촉구했다.

이종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도 "총리가 틀린 얘기했나"라며 총리의 발언을 적극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부대표는 "총리 본인도 사과할 문제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하고 우리(원내대표단) 역시 본인의 입장이 그렇다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정부 질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이념논쟁을 주제로 웅변대회하듯 목소리를 높이더니 대정부질의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고,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 총리의 발언이 지나쳤고, 한나라당도 문제를 의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5신 : 28일 오후 3시35분]

강경론 일색의 한나라당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해야"


한나라당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여야 대화를 통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등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내부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날 오후 속개된 의총에서 "국회의원 세 번 했으면 많이 한 것"이라고 운을 뗀 김문수 의원은 당 지도부를 맹렬히 공박했다.

"저들이 수도이전으로 나라를 흔들어놓고도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작태를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대로 못하니 교계 등 여러 인사들이 새로운 신당 창당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이 당의 존재가치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 존경하는 박근혜, 김덕룡 대표님. 지난 번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것이 전략전술도 아니라고 본다. 대표는 남아있고, 나머지는 나가있다니.... 골목대장도 이렇지 않다. 지도부가 앞장서서 나가고, 복잡한 것을 풀어내고 희생을 해야 이 작은 국가와 당을 지켜지는 것이지.

이런 상태로 가서 나라를 지켜내고 민생을 건질 수 있겠나? 우리는 사과 못 받아서 환장한 사람들이 아니다. 말 몇 마디가 아니라 국민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 사람들의 정치를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데, 한나라당도 똑바로 하라는 게 아닌가?

매시 매시마다 너무 실기하고 있다.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오전에도 당했는데, 오후에 또 들어가면 또 당한다.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지,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지도부가 앞장서서 나가야 한다."


당 지도부는 일단 28일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막후 협상을 통해 총리 사과를 종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좀더 강한 수를 써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등을 떠밀고 있다.

김 의원의 발언 이후에도 홍준표 의원은 "이 총리의 헌법 위반적 행동을 용서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사람을 앉혀놓고 국정 운영하는 이 정권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해임건의안을 내야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빗발치자 김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을 내면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 걸 이해해달라"며 의총을 마치려고 했다.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김문수 의원이 "이렇게 당을 운영하면 안된다는 겁니다"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호응이 터져나왔고, 김 원내대표는 결국 취재진을 물리친 채 비공개 의총을 속개했다.

▲ 긴급소집된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신 : 28일 오후 3시30분]

열린우리당·민노당·민주당, 국회 파행 성토
유시민 "'욕설총량 불변의 법칙' 때문에..."


한나라당이 이해찬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며 오후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민노당 의원 60∼70명은 본회의장과 그 주변에서 회의 속개를 기다리고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아직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채 의장실에 있다. "오후 본회의에 한나라당이 불참할 예정인데 회의를 속개할 생각이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김 의장은 "논의를 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다 한나라당이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게 왜 사과할 일이냐"며 의아해했다. 같은 당의 서갑원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전에 배포한 대정부질문 자료를 보면 대통령과 총리, 여당 의원들을 시정잡배만도 못하게 표현하고 있다"며 "총리가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나, '아이고, 잘못했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냐"고 발끈했다. 서 의원은 또 "(비판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해야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데, 이건 일방적으로 항복하라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의원은 단상에서 대통령을 욕해도 예사로 생각하고, 총리가 자기들 듣기에 거슬리는 소리를 한다고 의사일정을 거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나라당을 맹성토했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권잡고 다수파였을 때의 관성을 못 버렸다. 뭐, 큰일 당한 것처럼 나대고 말이야…. 자기들이 그동안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돌아보기 바란다. 개구리, 노가리…. 한나라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끼리 질문하고 답변하면 된다. 자기들의 권리를 포기한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본회의장에 들어와서 자기들 발언 시간에 따지고 토론하면 되지, 왜 밖으로 나가나. 내가 야당인데 총리가 야당을 비판했다면 대정부질문 일문일답 기회를 통해서 옳고 그름을 조목조목 따지겠다. 얼마나 좋은 기회냐. 그것을 가지고 가슴이 벌렁벌렁 해가지고 말이야."

유 의원은 "총리가 예전에 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난 저 정도 세게 나갈 것을 예상했다"며 "굳이 해석을 하자면, 한나라당이 틈만 나면 대통령 씹고 모독하고 하니까, 총리가 대통령에 대한 욕은 그만두게 하고 자기가 대신 덮어쓰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욕설총량불변의 법칙'이라고 해서, 한나라당은 누군가에게 계속 욕을 해야 하니까 총리에게 하라고 하고,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토록 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작심이라도 한 듯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에 대한 성토를 계속 이어나갔다.

"총리가 (베를린에서) 한나라당의 기관지를 욕했나? 그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나. 예전에는 내가 <조선> <동아>를 한나라당의 기관지라고 했는데, 지금보니까 한나라당이 <조선> <동아>의 정치위원회 같다. <조선> <동아>도 사설을 통해 반박하면 되지, 왜 그렇게 발끈하나. 자기들은 방송 욕 안 했나?

한나라당이 공화당 시절부터 40여년이나 됐고, 이제 사람으로 치면 장년인데, 좀 어른스럽게 해야하지 않나. 딱하다."

열린우리당은 오후 4시 의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파행에 이른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 비판 속에 참석... 민노 "관습적 정쟁 중단하라"
임인배 의원 "총리는 정신 나간 사람" 막말


민주당은 총리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본회의장에는 참석했다. 본회의장에 있다가 잠시 로비로 나온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총리가 (한나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준비를 하고 온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격화시켰다"며 "총리가 어느 편에 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이 정도 문제 가지고 국회를 보이콧하면 그 다음에 어렵게 된다"고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하던 도중에 밖으로 나온 임인배 의원이 이낙연 원내대표를 향해 "민주당은 총리가 저렇게 하는데 가만히 있을 것이냐"며 "(총리가) 의원만 아니면 많이 맞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특히 "총리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어떻게 저런 사람이 총리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 본회의 파행 사태와 관련 "관습적 정쟁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며 논평을 발표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총리의 술자리 발언을 빌미로 대정부질의를 보이콧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며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파헤쳐 정부가 국민을 위한 국정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국회의 역할을 말꼬리 잡기로 갈음하는 것은 공당의 지위를 망각한 철없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대정부질의를 색깔론, 위장 개혁입법론 등 관습적 정쟁으로 일관했다"며 "차라리 두 당은 원 밖에서 전국노래자랑 하듯 함께 모여 원껏 정쟁 하라"고 꼬집었다.

▲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나 정회돼 의원들이 의사당을 빠져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대체 : 28일 오후 3시]

한나라, 총리 "백배사죄" 요구하며 본회의 보이콧


안택수 의원의 사과요구에 이해찬 총리가 차떼기, 탄핵주도 등의 발언으로 더욱 강경하게 나온 데 대해 한나라당은 대정부질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2시로 예정된 오후 대정부질의는 열리지 않고 있으며 양당 원내대표단은 의장실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대정부질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은 긴급의원총회를 갖고 총리의 사과 없는 대정부질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후속대응책 마련과 원내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입장을 모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오전 의총 결과를 브리핑하며 "이 총리의 폭언과 망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의회주의를 지키려 했으나 비상식적인 태도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모독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제1야당으로 뽑은 것도 국민인데, 그런 극언을 한 것은 총리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의 '백배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오전 대정부질의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총리의 사과를 요청하려던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덕규 부의장에게 재차 발언권을 요청하는 중이나 김 부의장은 양당협상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남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입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총리의 백배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앞으로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런데 발언 기회조차 봉쇄되었다"고 항의했다.

한편, 오후 1시55분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온 이해찬 총리는 "한나라당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대답 없이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원내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이종걸 열린우리당 수석원내부대표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28일 낮 12시36분]

한나라당 분노 폭발... 임시 의원총회에서 '강경론' 쏟아져 나와



이해찬 국무총리의 '뻣뻣한' 답변 태도에 한나라당의 분노가 폭발했다.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마친 한나라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당 지도부의 온건한 대처를 질타하며 오후 회의를 전면거부하자는 강경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안택수 의원과 이 총리의 본회의 설전이 끝난 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이 세 번째 대정부질문자로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여전히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배일도 의원은 김덕규 국회 부의장에게 "국회의 권위를 위해서 국무위원들은 보다 신중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소리쳤다.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은 의장석으로 걸어나가 김 부의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김부겸 의원의 질문이 지연되자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왜 발언을 막느냐"고 발끈했고,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정당한 절차야"라고 맞서면서 장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덕규 부의장은 남 부대표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기 전에 김부겸 의원이 발언을 하러 나왔으니 발언이 끝나면 하라"고 사태를 수습했다.

김부겸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개혁을 하고자 하면서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면서 "야당 역시 자신들이 만든 법률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환호작약하고, 군중집회장의 걸러지지 않은 목소리를 오히려 조장함으로써 분노와 증오심을 확대하는 태도는 참된 보수주의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대통령은 이념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야"

▲ 총리에게 질의하는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히 김 의원은 "모든 것을 이념적 차원으로 가져가서 이념적 대립으로 환원해버리는 것 일종의 미친 바람"이라며 "무엇보다 대통령은 가급적 이념 문제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이해찬 총리만큼 판단이 정확하고 추진력있는 정치인도 흔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출타 중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다"며 "언론시장이 공정해야 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인데, 뭣하러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뭐니 했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석에서 "옳소, 잘한다"는 감탄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총리를 향해 "소신과 별개로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책 현안을 다루기 위해 원탁회의나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영수회담은 옛날 권위주위 시대에나 있었던 것으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며 "지금은 각당의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까지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원내중심의 정치를 위해 원내대표회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영수회담은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다.

이때 의석에 앉아 있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정 의원은 의석에 앉아 있을 당시에도 안택수 의원을 향해 무엇인가를 계속 항의했다.

김 의원의 발언이 모두 끝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 다시 한번 "잘했어"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이후 남경필 부대표는 재차 김덕규 부의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대정부질문을 할 때는 교섭단체간 합의가 없으면 의사진행 발언을 않는 것이 오래동안 유지되어온 관행"이라며 "먼저 교섭단체간 협의를 해오라"고 거부했다.

남 부대표가 항의하자 김 부의장은 "한나라당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 열린우리당에서 또 하게 되고, 그러면 오늘 대정부질문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국무총리가 그렇게 얘기하는 데 회의를 어떻게 원만하게 진행하느냐"며 고성이 터져나왔고, 임인배 의원은 "대한민국 총리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남 부대표도 "이런 총리를 앞에 두고 계속 대정부질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본회의 파행 가능성까지 내비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원내부대표가 의장석에 올라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려하자, 이종걸 열린우리당 수석원내부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김 부의장은 "오전 발언을 다 마친 뒤 한나라당에 의사진행 발언을 주고 열린우리당에서도 요청이 왔으니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함께 주겠다"고 타협안을 내놨고,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의 네 번째 대정부질문이 시작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이 긴급회의를 하고, 국회 의사국장을 불러 한나라당에 의사진행발언을 주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한나라당 의석에서도 남경필 부대표 등을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김덕규 부의장이 남경필 부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뭔가를 얘기했고, 이에 이종걸 부대표가 의장석으로 달려가 남 의원을 향해 "내려 가세요, 보기 안 좋아요"라고 항의했다. 이 때문에 발언이 중단된 박계동 의원은 이종걸 의원의 팔을 붙잡고 "이러지 마세요"라며 만류했지만 사태의 진전이 없자, 잠시 대정부질문을 중단하기도 했다.

강재섭 "한나라당은 바보처럼 아무 말 못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

당 지도부의 '유약한 대응'으로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자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화살은 이 총리에서 당 지도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임인배 의원이 "총리해임건의안을 내놓든가 해야지, 이래가지고 되겠냐?"며 지도부의 결단을 주문하고 안상수 의원이 "우리 그냥 의총 합시다"라고 집단퇴장을 요청했지만 지도부는 대책회의만을 거듭했다.

박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김덕규 부의장은 "대정부질문 도중이라도 교섭단체간 협의가 될 것을 기대하고, 정회 전에 발언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이 시간까지도 교섭단체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오후 2시까지 협의를 해서 오늘 국회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해 달라"고 말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자 정두언·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왜 의사진행 발언을 주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남 부대표는 의장석까지 나가 "왜 이러느냐, 두 번이나 의사진행 발언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결국 정회가 선포된 뒤, "의원총회 하러 갑시다"라는 이병석 부대표의 말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으로 집결했다.

오전 본회의가 끝난 뒤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표정.

"차떼기 원조는 민주당 권노갑 아니었냐? 그런 말을 할 때 나왔어야지, 지도부 뭘 하는 거야?"(홍준표 의원)
"수도이전이 안되니 개헌으로 한나라당을 깨려는 게 저쪽의 수작이다. 해방 이래 저렇게 '훌륭한 총리'가 없었다."(임인배 의원)
"나쁜 총리야..." (김충환 의원)
"박계동 의원, 좀 세게 밀어붙였어야지! 박 의원에게 기대를 했었는데...." (허태열 의원)


당내외 현안에 말을 아껴온 강재섭 의원도 이날만큼은 거침없이 감정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총리가 술 취해서 한 말인줄 알았다. 단순히 음주운전 정도라면 넘어갈 수 있는데, 본인이 '맨 정신으로 그랬다'고 하면 어쩌겠는가?

정부 대표로 나온 사람이 의원 질문에 대해 이렇게 오만의 극치로 나온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너희 뭘 잘했냐, 이 자식들아'라고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서 자기들 맘대로 아무리 욕하고 공격해도 한나라당은 바보처럼 아무 말 못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러날 용의가 있냐고 하면 '제가 잘하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해야지, 당신 얘기로 사퇴할 사람 아니다라고 강변이나 하고... 국회에서 '차떼기 정당 사실 아니냐'는 답변이 나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우리 의원들이 그때 원내대표 중심으로 빨리빨리 나와야지, 의사진행발언 하네 안하네 망신이나 당하고...

이런 식으로 가면 야당의 존재를 취급 안 할 것이다. 국민들도 상생을 잘한다고 하지 않는다. 4대 법안도 밀어붙이면 밀리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인데,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안되고,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 의원의 발언에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고, 원내 지도부는 급히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부대표단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 28일 오전 11시40분]

"책임질 게 없다!" - "막가자고 하나?"
굽힘 없는 이해찬 총리, '베를린 발언' 사과 거부


▲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총리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해외순방 중 논란을 빚은 조선·동아와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이해찬 총리는 발언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한치의 굽힘이 없었다.

또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의 총리직 사퇴 요구에 대해 이 총리는 되레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가결 주도와 차떼기정당 등을 거론하며 "책임질 게 없다"고 맞섰다.

또한 '조선·동아는 역사의 반역자'라는 발언에 대해 이 총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74년 유신시절 긴급조치가 내려졌을 때 언론자유를 주장하던 수많은 기자를 집단해고 했다"며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직이 안되고 있다"고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안택수 의원이 "취해서 한 말인가"라고 묻자 이 총리는 "그렇지 않다, 평소 소회를 말한 것이다"라며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되레 안택수 의원이 '해명'의 위치에 선 듯한 모습이었다. 안 의원은 "다 아는 얘기 아닌가, 그건 작은 잘못이고 두 신문이 국가발전에 공헌한 게 더 크지 않나"고 말했다.

이에 다시 이 총리는 "시대에 반하는 역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도 철회나 회복하지 않는 것은 역사의 반역이다"라며 조선·동아가 역사의 반역자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이 총리의 베를린 발언에 대한 안택수 의원의 질의가 이어졌다. 안 의원은 "총리야 말로 역사의 반역자다, 총리직에서 물러나라"고 따졌고, 이에 이 총리는 "의원님의 얘기로 거취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되받아쳤다.

다음은 안택수 의원과 이해찬 총리간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4대 법안의 철회를 노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 없나.
"정부가 제출한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밖에 없다. 대통령이 철회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발의한 것 아닌가."

- 최종 지휘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은 당원일 뿐이지 당의 지휘통제권 전혀 없다. 당은 자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 4대 악법으로 정국을 대격돌,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야 하나.
"과거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의견을 당정협의 과정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아직 4대 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 되지 않았다. 정부가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는 표현은 사리에 맞지 않다."

- 노 정권이 겉으로 하는 것과 실제 속마음이 다르니까 하는 말이다.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결정이 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국정 쇄신 주장이 나오는데 동의하나.
"행정수도 이전이지 수도권을 이전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헌재의 법적 효력은 있지만 효력의 범위와 법리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 국정쇄신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국회가 제정한 법으로 집행된 사안이다."

- 노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간접적으로 수용하는 태도 취했다. 불복하는 것인가.
"헌재의 결정은 최종 판단이다. 누구나 효력을 인정한다."

- 조선·동아 두 신문은 국가발전에 공헌한 바가 훨씬 큰 데 권력의 눈에 거슬린다고 역사의 반역자라고 매도해도 되나. 실언인가, 의도된 발언인가.
"평소 소회를 말한 것이다."

▲ 이해찬 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술 취해서 한 말인가.
"취하지 않았다."

- 그런데 총리로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숨은 배경 뭔가.
"조선·동아는 30년 전 1974년 유신시절 긴급조치 때 자유언론을 주장하던 수많은 기자를 집단 해고했다. 다시 복직한 사람이 없다. 자유언론 주장하던 사람들을 30년 동안 복직 안되고 있다."

-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시대에 반하고 역사에 반하는 행위하고도 철회나 복직이 되지 않는 것은 역사의 반역이다."

-한 때 두 신문의 잘못 있지만 국가발전의 기여는 수백 배가 된다. 그리고 가볍게 한 말이라고 해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처럼 오만하고 독선적인 말이 어디에 있나.
"정색하고 한 말 아니다."

- 제 2야당을 향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나.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했다. 그런 정당을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하나. 그럼 차떼기 안했나."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끌어내려" 라는 고성 여기저기서 터짐).

- 잘한 것과 못한 것 있는데 그건 작은 부분이다. 그걸 가지고...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의 다수의 위력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지 않았나."

- 한나라의 잘못된 그늘 중의 하나인데 잘한 것도 있다. 하필이면 그것만 집어내나. 답답하고 편협하고 속이 좁은 분이시네. 정당을 함부로 폄하하고 비난하면 총리자격 없다. 헌법질서에 도전하는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총리야 말로 역사 퇴보의 장본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의원님 자유지만 국민이 판단할 사항이다."

- 조선·동아와 한나라당 망언에 책임 지겠나,
"책임 질 게 없다."

-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것인가. 제일 야당을 작심하고 부정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라.
"의원님의 주장으로 인해 제가 거취를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

- 막가자고 하나. 두고 보자.

안택수 의원, 이 총리 이어 정동영-김승규 장관에게 마저...

▲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총리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해찬 총리와의 일전에서 '기선제압'을 하지 못한 안택수 의원은 후속 질의를 싱겁게 마쳤다. 안택수 의원은 이어진 정동영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가 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왜 꿀 먹은 벙어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회의나 남북회담 때마다 거론해왔다"며 "현 정부의 평화 협력 정책은…"이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려 했지만 안 의원은 "좋습니다"라며 서둘러 질의를 마쳤다.

이어 안 의원은 김승규 법무부장관을 호출한 뒤 국보법 폐지 반대를 위한 한나라당의 단골사례인 소위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안 의원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한마디로 주체사상 전파가 허용된다"고 장관의 견해를 물었으나, 김 장관은 "가정의 사실을 전제로 해서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안 의원은 다시 "국보법 폐지와 관련 정부여당과 실무자선에서 당정협의가 없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당정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답하자 정부여당의 국보법 폐지에 다른 견해를 의도했던 안 의원은 "자세가 많이 달라졌네요"라며 질의를 끝냈다.

▲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발언하자,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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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자, 이종걸 수석원내부대표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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