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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 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바로 신작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가 그것.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소설이 아닌 결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그녀는 이제까지 자신의 소설속에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을 그렸다. 무채색의 사랑 혹은 냉정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과 이별의 아픔 그리고 슬픔 등을 그려왔다. 그런 그녀의 실제 사랑의 모습은 어떠할까.

몹시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번 작품이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 속에 사랑의 모습처럼 그렇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에쿠니의 한국판 ‘이 여자가 사는 법’으로 생각하면 무방할 듯하다.

에세이집은 그녀가 일상에서 느낀 단편적인 생각과 감정 등을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에쿠니만의 독특한 감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소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비, 고양이, 외간 여자. 방랑자였던 시절 등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소제목을 적절하게 매치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집안에 있어도 비슷하다.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나는 남편의 머리를. 남편은 현재를, 나는 미래를. 남편은 하늘을, 나는 컵을.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한다. 그야 물론 때로는 답답해서 전부 같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마음속 가장 깨끗한 장소에서는 그런 바람이 일시적인 변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작가는 이렇게 낯선 남자와의 결혼을 정의 내린다. 한 남자와 살아가는 것은 그다지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남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만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은밀한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며 말이다.

만나기 전까지 각자가 담아온 풍경들을 사랑하는 일, 그 안에는 완벽히 같지 못함에서 오는 갈등도 있고, 연애시절과는 달리 무디어져가는 것을 배워 가는 고통도 있지만 그 전체를 물들이고 있는 빛은 역시 '행복'이다. 가끔 외간여자가 되고 싶다는 투정도, 자신과 밥을 동일시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도 모두 행복한 풍경의 일부처럼 비친다.

그렇다. 작가는 작가 이전에 여자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소망, 다른 여자들의 눈길에 질투를 느끼고 가끔 외간 여자가 되어 자신을 색다르게 바라보길 바라는 그런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늘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오는 극적인 연애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냉정과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만은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 이 또한 이 책이 가진 무서운 힘이다.

만일 연애에 실증을 느끼는 커플이나 혹은 결혼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부 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이들. 그들에게는 이 책은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혼자 있다가도 둘이 있고 싶고 둘이 있다가도 혼자 있고 싶은 것이 인간 아닌가. 이 책에서 에쿠니 가오리 자신의 감정이 바로 이러하다. 이것은 비단 그녀만의 감정이 아니다. 사랑을 하는 이들의 모든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마지막 부분에서 다툼과 화해 그리고 사랑과 아픔을 반복하면 내린 결론이 있다.

결혼은 struggle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아무튼 들러붙어 자는 것이 바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듣는 음악이 또 바람이 되어 준다. 그런 소박한 일들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도저히 사랑은 관철할 수 없다.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결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근 2년 동안 낯선 이와의 적응기를 마친 듯 반쯤 포기 한 채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시 꿈을 꾹 시작했다. 그래서 이 에세이집은 위험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한 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는 가을까지 1년 간 자신의 결혼생활을 기록한 에세이다.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특별히 주말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녀가,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살면서 발견한 주말의 특별한 의미이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그녀의 사랑은 모든 이들이 꿈꾸고 그것으로 위안 받으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는지. 한 번쯤 사랑이 증오를 다가온다거나 증오가 사랑을 바뀔게 될 쯤, 그때 쯤 이 에세이집을 접한다면 더욱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소담출판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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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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