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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허원근 일병 부친 허영춘씨가 15일 저녁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민간법정'에서 배심원으로 참가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 민간법정에서 역사적 심판을 맡은 이는 판사도 아니었다. 주인공들은 14명의 배심원, 그중 12명이 최종 평결에 참여했다. 이들은 민간법정 추진과정에서 배심원을 자원한 주부, 회사원, 학생, 기업가 등 일반 시민이다.

이들은 이날 전원 만장일치로 조선일보에 유죄를 선언했다. 한 사람도 유죄선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중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군대에서 의문사한 채 발견된 고 허원근 일병 부친 허영춘씨이다. 정부는 허 일병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했고, 부친 등 유가족은 타살 증거가 명확하다면서 반발했다. 그러나 언론의 왜곡보도 진실은 가려졌고, 아직도 진실은 어둠에 갇혀 있다.

-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을 텐데 오늘의 역사적 판결을 어떻게 보는가.
“조상들이 친일문제를 반민특위를 통해 청산하지 못한 채 그대로 덮어두고 지나왔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그냥 놔둔다면 우리 후손들도 조선일보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며칠 전 이 법정의 증거로 제출한 자료 문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그런 과거가 있는 조선일보가 해방 후인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 선배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과거청산이냐는 말을 하는데, 사람이 사는 데에는 인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묻어두고 가자는 것은 후손에게 허망한 세상을 남겨주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 이번 민간법정 판결에 만족하는가.
“그 사람들에게 실제로 죄가 적용되어야 하는데 현실법정이 아니니까 국민들끼리 떠들기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언젠가는 과거청산법을 통해 실제로 판결하여 조선일보의 친일행적이 낱낱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을 때 가장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임기 후 감옥에 갔다. 과거 독재 시절 그 편에 붙어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이 조선일보였는데, 과연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의심스럽다. 독재를 하자는 것인가. 과거 ‘낮에는 전두환이 대통령이고 밤에는 조선일보 사장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사 청산을 물론 언론의 문제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려져야 한다고 보는가.
“요즘 언론을 보니, 과거청산에 대해 한나라당이 ‘경제가 어려운데 왜 지금 과거청산을 하려고 하나. 역사에 맡기자’고 하더라. 나는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에도 또 그 와 같은 행동이 나오게 된다고 생각한다.

박정희가 독재를 했고, 전두환이 또 독재를 할 수 있었고, 한나라당이 아직도 건재할 수 있는 것은 박정희가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과 생명을 유린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오늘을 봐라,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역사적 심판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사 청산을 물론 언론의 문제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려져야 한다고 보는가.
“역사의 심판이 무엇보다 무섭다. 이번 민간법정은 시민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진행될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현실 법정에서도 조선일보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실법정에 세워 꼭 처벌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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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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