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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전 오늘 하루종일 참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우리 사무실에 찾아 온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윤태 기자님의 <사무실에 날아든 새>라는 기사를 읽고, 윤태 기자님이 느꼈을 그 흐뭇함을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 옆 길목에 쓰러진 어린 고양이가 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리 하나를 절뚝거리는 고양이의 모습은 차에 치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모른 채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회사 직원들도 저처럼 그 고양이를 한번씩은 지켜본 모양입니다.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고양이는 교통사고가 난 것이 아니고 추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입니다.

ⓒ 모형숙
그런 기분 있죠?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아파서 낑낑대는 모습을 보고 모른 척 하기에는 찜찜하고, 가슴 한 구석이 아린 느낌. 차라리 고생스러워도 못 본 척 하지 않는 게 더 편한 느낌.

아침에 지각을 해서 눈치가 좀 보이지만 전 그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어, 남자 직원과 함께 가 그 고양이를 사무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이를 본 사장님께서는 사무실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보랍니다.

동물병원 의사선생님은 “밤새 추위에 떨어 저체온증인 것 같다”며 혈관주사 한 대를 놔주시더니 하루쯤 따뜻한 곳에 두고, 설탕물을 주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잘 버티고 살아나면 괜찮은 것이고, 오늘을 못 넘기면 전염병에 걸려 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전 병원에 입원시킬 생각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데리고 가라고 합니다.

ⓒ 모형숙
고양이를 싫어하는 여직원들의 눈총을 받으며, 전 제 책상 옆 난로 앞에 새끼 고양이를 두었는데, 지금은 자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이 많은 우리 사장님께서 퇴근 후에 집으로 데려간다고 합니다. 사실 사장님께서도 아침에 출근하다가 끙끙 앓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봤는데, 그냥 들어왔다며 내내 찜찜해 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퇴원한 고양이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오지랖이 넓어 수습도 못할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한 숨도 나오더군요. 고양이의 거취가 정해지고 나니 한시름 놓입니다.

지금 고양이는 달착지근한 설탕물을 받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습니다. 바들바들 떨던 아침의 모습과는 달리 조금 안정된 모양입니다. 자는 동안 간간이 들리던 끙끙거리는 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 모형숙
저는 사실 동물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지요.

예전에 집에서 금붕어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죽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파트 앞 화단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껄끄러워서요.

그 후로는 살아있는 동물을 키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 뿐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많더군요. 살아있는 짐승 키우다 죽으면 자기 탓 같아서 마음이 껄끄럽다고….

독자 여러분. 거리에서 짐승이 끙끙 앓고 있으면 모른 척 하지 마세요. 모른 척하는 게 더 불편한 것이랍니다. 오늘 하루 맺은 인연으로 새끼 고양이가 무사히 기운이 회복할지. 누가 압니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것처럼 고양이가 은혜를 알고 언젠가 갚을지….

ⓒ 모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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