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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분권국민운동이라는 조직의 대표자회의 공동의장으로 일해 온 사람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신행정수도건설을 반대하는 분들은 행정수도를 이전해가면 수도권의 집값이 폭락하고 경제가 침몰할 것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더니 또 한편에서는 행정수도를 이전해보아야 수도권과밀은 해소하지도 못한다는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논리를 정반대로 바꾼 것입니다. 그러더니 이제 아예 수도권과 충청권을 한데 묶어 수-청권과 비수-청권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비충청권 지방을 충청권과 격리시켜 세력을 약화시키고 비충청권으로 하여금 충청권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도록 유도하자는 의도이겠지요.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분풀이를 위해서는 나라는 안중에 없는지 나라를 온통 분열과 투쟁의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정수도이전 반대논리에는 이제 애국심과 애향심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 경제가 어려워 온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데 45조나 되는 돈을 낭비하느냐고 호통을 치시는 분도 계시고, 그 돈을 차라리 지방에다 나누어 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지방민을 슬쩍 바라봅니다. 행정수도가 이전해가면 아파트 값이 폭락할 것이라면서 서울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던 바로 그 눈으로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말에 금방 넘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정수도건설에 드는 비용은 괜히 쓰이는 돈으로 생각합니다. 약간 속된 표현을 하자면 ‘쌩돈’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설명해 보지요. 점심 식사를 할 곳이 짬뽕 전문집과 자장면 전문집 두 군데 밖에 없다고 합시다. 점심시간에 날마다 짬뽕만 먹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그릇에 4천5백원입니다. 날마다 곱빼기로 먹다보니 짬뽕이 지겨워졌습니다. 배도 쑥 나왔습니다. 동맥경화를 비롯하여 온갖 성인병에도 걸렸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신개념 자장면을 소개했습니다. 성인병에도 좋고 맛도 그만이랍니다. 그래서 가보았습니다. 값을 물어보니, 4천5백원이랍니다.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사람이 무슨 자장면이 그렇게 비싸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동안 짬뽕도 4천5백원씩에 먹었으면서도 말입니다.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니라 이상하기도 한 차에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아주 난리가 났지요. 너무 비싸니 먹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자장면 값이 ‘쌩돈’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식당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돈을 아꼈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 사람들은 점심을 안 먹으면 죽습니다. 어떡하지요? 지금까지 먹던 음식이 문제가 있어서 다른 음식으로 바꾸자고 하였는데 이들은 지금 그게 비싸니 먹지 말자고 한 것입니다. 이제 이들은 죽을 것입니다. 자, 이제 어떡하지요? 자장면 값은 쌩돈이 아니었습니다.

행정수도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35만명씩 수도권으로 진입해오는 사람들을 담으려면 매년 하나씩 수도권 위성도시가 필요합니다. 행정수도를 안 지으면 위성도시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행정수도를 지으면 어쩌면 사람들이 서울로만 가는 병을 치료하여 매년 수도권으로 인구가 30만명, 20만명, 10만명으로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멀쩡한 지방의 시설들을 다 버리는, 진정한 의미의 낭비를 줄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방으로 45조원을 나누어주면 좋지 않으냐는 참 그야말로 순수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좀 할까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행정수도 건설에 쌩돈이 들어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위성도시는 돈이 남아서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행정수도 역시 나라에 돈이 남아서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장면 역시 돈이 남아서 사먹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 중 하나를 하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을 독재체제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값진 희생을 치르면서 민주화 투쟁을 하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하의 정치풍토는 지역감정으로 얼룩져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을 휩쓰는 비극적 사태를 발생시켰습니다.

이게 다 중앙집권체제 때문입니다. 힘이 집중된 중앙권력을 차지하면 자기지역에 유리할 것으로 믿는 지역민들이 자기지역 정당을 무조건 찍어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입니다.

그리고 중앙집권제도는 중앙의 예산만 따내면 된다는 사고를 지역에 만연시켜 예산낭비라는 고질병을 탄생시켰고, 세계의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여 지방은 초죽음이 되었고 서울의 경쟁력도 이미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기야 기업들은 중국으로 도망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없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행정권한을 나누고 지방의 예산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분권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분권을 시행하려다 보니 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첫째는 지방의 자립능력이 문제요, 둘째는 지역간에 능력이 너무 차이가 나서 이대로는 분권화를 추진하기가 어렵고, 셋째는 지방화를 반대하는 중앙집권세력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분권이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이런 이유로 지역혁신을 하고, 낙후지역을 발전시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분산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입니다. 선분권을 특히 강조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현 정부가 분권을 안 하고 분산만 하자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행정수도이전은 중앙집권주의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지방화를 이루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행정수도를 이전시켜야만 했던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지금 지엽적인 몇 가지 문제를 들어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금 행정수도를 이전하자는 논의의 본질은 중앙 집중으로 붕괴하고 있는 나라를 구하자는 것입니다.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사람이 중병이 들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하면 흉터가 남는다, 수술비가 많이 든다, 수술할 때 아프다, 부작용이 염려되니 수술하지 말자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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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냈고 '지방이 블루오션이다', '균형이 희망이다' , '광주전남자립발전론'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국가는 균형발전과 분권, 지역은 자치에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국가가 할 일을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의 시정에 관심을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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