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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달콤한 휴일의 늦잠이란 말이 우리 집에선 통하질 않는다.
새벽 3시, 모두가 단잠에 빠진 시간에 일어난 치매할머니는 오늘도 "왜 이렇게 깜깜해? 해가 왜 안 떠"라며 방방마다 휘젓고 다녔다.
늘 상 있는 일이니 이제 딱히 더 놀랄 일도 없건만 그러나 이건 또 웬 날벼락. 일요일 그렇게 새벽잠을 설친 엄마는 끝내 아침이 되자마자 다시 한 번 아찔한 고함을 지르고야 말았다.
"아이구, 어머니 요강을 왜 세면대에 부셔요. 거긴 아범이랑 애들 세수하고 양치질 하는 데란 말예요."
한 달에도 20만원이 넘는 수도세가 나오자 급기야 한동안 화장실 문을 잠가 버렸던 우리 엄마. 하지만 엄마에 뒤질세라 급기야 요강을 들고 부엌 싱크대로 돌진했던 할머니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엄마는 이제 문을 잠그는 일 조차 포기하고 말았는데.
"쪼금인데 뭐, 내가 저 아래까지 내려가 버릴 힘이 없어."
할머니는 하루에도 세 번씩 엄마조차 마다한 채 당신 손으로만 요강 씻기를 고집했다. 그러려니 했지만 설마 욕조옆 빨래터대신 변기에 요강을 비운 뒤 곧바로 세면대로 요강을 들이대 헹궈 낼 줄이야. 게다가 변기에서 욕조까진 불과 두세 걸음에 불과하거늘.
"애꿎은 변기만 씻었지 뭐냐. 그런데도 왜 자꾸 냄새가 나나 했더니 세면대에 턱하니 요강을 들이대실 줄 누가 알았겠냐. 그러니 어제도 니 작은엄마가 서울서 전화해선 난 죽어도 못 모셔요 했지."
추석 쉬러 온 지난 며칠 고작 이틀을 머물며 그것도 말로만 할머니의 치매스토리를 귀동냥 했던 작은엄마는 기염을 토했나 보다. 하기야 어느 집인들 우리 집 같지 않을까.
"치매는 모셔본 사람이나 알지 아무도 몰라"라며 묵묵히 혼잣말을 잇던 아버지의 모습에 그저 아침 밥상이 깔깔할 뿐인 휴일 아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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