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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익산이 대표적인 지역특산품인 명주, 천향 호산춘(天香 壺山春) 출시를 앞두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천향 호산춘은 조선시대 익산지방을 대표하는 특산주로 8월말 출시될 예정이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000년부터 2회에 걸친 민속주 경연대회를 통해 농가의 비법들을 지켜보며 문헌을 정리하던 중 조선시대 익산지방의 특산주를 발견, 2002년에 행정자치부 주관 향토지적재산육성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상품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천향 호산춘(天香 壺山春)은 전라도 여산의 특산주로 옛 문헌인 ‘산림경제’에서 소개되었는데 여산의 옛 이름이 호산이었으므로 이 고장 이름을 따서 ‘호산춘’이라 이름 지었고 하늘의 향기를 담은 술이란 뜻을 담고 있다.

▲ 김난영씨가 호산춘의 발효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익산시농업기술센터
그만큼 정성이 담겼다는 의미로 술을 빚는 과정 또한 3번에 걸친 ‘3단 담금법’의 제조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호산춘의 제조기법은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李秉岐 1891-1968)선생의 본가(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서 막내며느리인 윤옥병(73)씨에 의해 전수됐으나 가람 선생이 세상을 뜬 후 그 명맥이 끊겼다.

원래 춘(春)자가 붙은 술은 대개 3번의 덧술을 하여 100일 동안 빚는 고급 청주인데 문인 집안이나 상류사회에서 빚어 마시던 술 이름들이다.

여산의 호산춘, 서울의 약산춘, 평양의 벽향춘은 조선시대 3대 명주로 꼽혀오기도 했다.

3단 담금법이란

<첫밑술>
초하루 날에 쌀 한말닷되를 잘 씻어 가루를 낸다. 이 가루에 냉수 일곱되를 섞고 다시 끓인물 한말 여덟되를 넣는다. 여기에 다시 누룩가루와 밀가루 각각 2되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13일을 그대로 둔다.

<중밑술>
백미 두말 닷되를 잘씻고 가루내어 큰그릇에 옮겨 끓는 물 두말 닷되를 넣어서 고루 식히고 누룩가루를 먼저 밑술에 넣고 잘 저어준다.

<덧 술>
중밑술을 빚은 지 13일이 되면 백미 닷말을 밥 짓고 물 닷말을 넣어서 잘 버무려 투명하고 윤기가 돌게 되면 자리에 펴 식힌 다음 누룩가루 두되, 밀가루 한되를 넣어서 중밑술에 버무려 항아리에 담는다. 술항아리는 덥지도 차지도 않은 곳에 두면 변하지 않고 2∼3개월 마실 수 있다.

3단 담금법은 첫밑술, 중밑술, 덧술를 거쳐 13일 간격으로 3번 술을 빚어 2∼3개월 후숙시키는 100일주인 청주인데 멥쌀과 누룩을 이용해 발효시키고, 여기에 현대인의 취향을 고려해 마와 산사 등 한약재를 첨가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게 제조한 전통주다.

또한 13%의 저도주로 맑고 엷은 노란빛을 띄고 뒷맛이 깨끗하며 은은한 향과 깊은 술맛을 그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마는 익산의 특산물로 동의보감에 의하면 폐결핵과 당뇨병, 자양강장제 등 기를 회복시켜주는데 많이 사용되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익산시는 ‘천향호산춘’상표를 특허청에 등록, 지적재산권을 확보했으며 ‘천향호산춘’생산업체인 (주)화곡주가와 상표사용에 대한 협약을 체결해 1.5% 로얄티를 받게 되어 시 수익증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천향 호산춘을 재현한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김난영(36)씨는 “천향 호산춘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으로도 육성해 지역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김난영씨 일문일답

김난영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맛보는 능력이 남다르다고 한다. 음식을 맛보더라도 맛을 잡아내는 감각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것이 이번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김난영씨는 2년여에 걸친 연구와 노력만큼 새롭게 선정된 업체에서 깨끗한 시설과 정성을 담보로 술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

난립하는 술보다는 익산지역의 특징을 살린 명주로 자리 매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기도 하다.

- 3단 담금법을 이용하면 무엇이 좋은가
“일단 깨끗하다. 술은 어떻게 담아야 술맛이 깊은 가로 통하는데 세 번에 걸쳐 만들다 보면 맑고 개운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누룩이 술을 발효시키는 발효제 역할을 하지만 발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잡 냄새가 난다. 조선시대 제조법에는 쌀과 밀가루에 사용됐지만 개운한 뒷맛을 위해 멥쌀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 ‘천향호산춘’은 어떤 술이라고 생각하는가
“술은 맛과 향과 색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천향호산춘’은 한약재 냄새가 강하지 않아 은은한 느낌이 들고 여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깔끔한 맛과 은은한 향, 투명한 노란빛이 특징이다. 특히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건강도 생각하면서 투명한 맛을 내는 데 노력했다.”

- 연구기간 동안 무엇이 힘들었는가
“2년 동안 혼자 연구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이 컸다. 첫 번째 담은 술이 생각 외로 잘 담아졌지만 갈수록 다른 맛이 나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재료의 양과 제조 방식은 같아도 온도의 차이가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예를 들어 5월에 담는 술과 10월에 담는 술은 차이가 있었다.” / 모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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