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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주하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MBC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인 김주하(31) 아나운서. 신세대에게는 '얼짱' 아나운서로도 유명한 그가 기자로 전업했다.

97년 MBC 입사 이후 줄곧 프로그램 진행과 뉴스 앵커로 활동하던 그가 기자라는 '고된' 직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예전부터 뉴스제작의 밑바닥부터 알고 싶었는데 이번에 사내공모가 있어서 지원했다. 국방이나 교육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교육과 출신이다. 그는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익하고 쉬운 기사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깡다구는 없는데 오기는 있다"

그동안 MBC에서 기자로 전직한 아나운서는 손석희, 박영선, 백지연, 김현경씨에 이어 그가 5번째라고(손석희씨는 다시 아나운서로 돌아왔다).

지난 10일 보도국 기자로 발령 받은 뒤 현재 각 부서, 출입처별 교육을 받고 있다는 그는 "데스크로부터 매일 깨진다"며 "이전에는 '다 아는 걸 왜 기사로 썼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고 그간의 소감을 밝혔다.

보름도 채 안된 짧은 기간이지만 부서(출입처)별 취재 및 기사작성의 차이를 명료하게 짚어내는 걸 보면 그의 적응 속도는 매우 빠른 듯하다. 또 유명인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덕분에 도움도 많이 받는다, 다른 기자들이 취재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잘 만나주더라"며 웃었다.

험한 기자생활을 해나갈 나름의 자질에 대해서는 "깡다구는 없는데 오기는 있는 거 같다, 어떻게든 결론을 보는 편"이라며 "반면 포기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되기 전에는 매일 9개 신문 가판을 보고 잠들었는데 이제는 부서 기사를 보느라 짬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매일 오후 4시30분까지 회사로 돌아와야 하는 것도 부담이 크단다.

이날 회사측에서 마련한 그의 간담회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앵커와 기자를 병행하는 그에게 1시간의 기자 간담회조차 녹록치 않았던 듯하다. 오후 6시 20분쯤 되자 그는 "10분 안에 밥 먹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다음은 23일 오후 MBC 4층 로비에서 이뤄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손석희 부장한테 먼저 조언 구해.. "'딱 맞네, 가라'고 했다"

- 기자 명함을 받은 소감이 어떤가.
"오늘 나온다(웃음). 말이 경력기자이지 사실상 수습기자로 생각한다. 2주 째 보도국 각 부서와 외교통상부, 각 정당, 시청 등 출입처를 돌고 있다. 오늘은 라디오편집부로 가야 한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 9월까지 석 달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다. '캡'(선임 경찰출입 기자)도 안 봐준다고 했고 나도 타이틀만 바뀐다면 안하는 게 낫다고 했다."

-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누구와 먼저 상의했는가.
"손석희 아나운서 부장이다. 손 부장은 '딱 맞네, 가라'고 했다."

-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가.
"예전부터 뉴스제작의 밑바닥부터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혼자 옮긴다고 해서 교육과정이 마련되는 게 아니고 해서… 지난해 말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5월말 사내공모 때 최종 결심했다. 다른 지원자들도 있을 것이고 수습과정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포함돼 있어 응시했다."

- 몇 명이나 지원했는가.
"그건 회사 극비라고 하던데(웃음)... 그런데 떨어진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1차 시험 볼 때 밖에 제대로 얘기 못한 이유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1차 시험은 보도자료를 보고 스트레이트 기사로 쓰는 것이었다. 시험 보기 전 열심히 준비한 것은 리포팅 연습이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작문이 나왔다."

- 아나운서 직종이 비전 없다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아니다. 지금 아나운서 하려고 하는 지원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만약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내가 잘 하지 못할 분야로 생각했다. 계속 앵커를 꿈꿨으면 이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 MBC에서 '스타기자'를 키울 의도로 직종 전환을 시킨 게 아닌가.
"글쎄...역으로 생각하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을 이렇게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겠는가."

- 그럼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가.
"앵커보다는 전문기자로 성공하고 싶다. 국방이나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국방 또는 교육전문 기자가 되고 싶다. 왜나면 진정한 우방이 없는 현재가 더 위험한 정세라고 본다. 냉전시기보다 심각한 것 같다. 이런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기사를 쓰고 싶다. 교육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 교육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면 이미 10∼20년 전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그렇게 안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생각이 그렇고 더 배워보고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선배 기자들 "기자 생활 별 볼 일 없는데....고생 길로 왜 왔느냐"

▲ MBC 김주하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아나운서들 선배들 조언은.
"반반이다. '지금 와서 무엇 하러 고생하려고 하느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다. 또 입사 직후부터 뉴스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 기자 선배들은 뭐라고 충고했는가.
"'몸 조심하라'고 말했다. 경찰서 취재 나가고 하면 험할 일 많이 당한다고. 또 기자생활 하면 별 볼일 없다는 분들도 있었다. 고생의 길로 왜 들어오느냐고. '웰컴투 헬(welcome to hell)'이라는 표현을 쓰던데(웃음).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좋은 기자가 되라고 많이 얘기해줬다."

- 출입처 반응은 어떤가, 앵커로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게 부담되지 않는지.
"제가 많이 물어봐야 하는데 오히려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도 계속 안 한다고 했는데(웃음). 그렇기도 한데 얼굴이 알려져서 역으로 도움되는 것도 있다. 낯선 사람보다 얼굴 익은 사람이 취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덕분에 되려 잘 만나주기도 한다. 출입처 나가니 일반 기자들이 취재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잘 만나주더라(웃음)."

- 그런 취재원이 누구인가? 정계인가, 재계인가.
"그걸 얘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웃음)."

- 출입처는 어떻게 돌고 있는지, <뉴스데스크> 앵커는 언제까지 하는가.
"출입처 담당 기자들과 같이 다니면서 옆에서 취재하는 것과 기사 쓰는 것을 보고 배운다. 나도 직접 취재해서 기사도 쓴다. 데스크 받고 이런저런 지적을 받는다. 기사를 쓰기는 하는데 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서마다 차이도 크다. 기자들이 출입처 바뀔 때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하겠더라. 매일 오후 4시30분까지 귀사하는 게 쉽지 않다. <뉴스데스크>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내 소관이 아니다."

- 선배들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는가, 현장을 뛰면서 느낀 점은.
"매일 깨진다. 부서마다 지적이 다르다. 사회부는 6하 원칙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건·사고를 맡는 사회1부는 리드(기사 도입부)를 뽑을 필요가 없는데, 법조 등을 담당하는 사회2부의 경우 기사에서 리드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부는 '어디서' '언제'보다 내용 자체가 중요하다. 또 예전에는 "다 아는 것인데 기자들이 왜 이걸 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기자 생활 적응이 가장 큰 고민"

- 배우는 기자들이 대부분 후배들인데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 점이 편하다. 후배들이 선배로 잘 대해주고 있다. 현재 출입처 나가는 기자들 1진은 대개 동기이거나 선배들이다. 2진부터는 후배들이 많다."

- 여자 기자들이 때론 남자 기자보다 더 씩씩하기도 한데 어떤 편인가.
"깡다구는 없는데 오기는 있는 거 같다. 어떻게든 결론을 보는 편이다. 반면 포기도 빠르다."

- 존경하는 기자가 있는가.
"경제부 김상철(MBC) 기자다. 입사 때부터 감동 받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일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김 기자 기사를 보면 '이렇게 기사를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라는 게 어렵게 쓴다고 좋은 게 아니지 않은가. 많이 안다고 잘난 척 하는 게 아니고,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기사를 쓰고 싶다."

- 기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 평가가 썩 좋지 않은데.
"그것은 기자뿐 아니라 방송인, 모든 언론인의 몫이라고 본다."

- 기자생활을 위해 특별히 더 노력하는 것 있는가.
"이전에는 신문 가판을 8∼9개씩 꼭 보고 잤다. 그런데 직종이 바뀌고 나서는 신문을 더 못보고 있다. 부서에 가면 해당 부서 기사를 보는데 열중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 부서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견학 차원이라 분위기를 익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사스마와리'(경찰 출입기자)를 잘 해나갈지 걱정도 된다. 지금은 기자생활을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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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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