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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사투리 전도사 오점순씨
ⓒ 엄선주
올해로 3회째인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전주 MBC 주최)에서 원년도 대상을 차지한 오점순씨는 익산 신동에 사는 평범한 아줌마다. 아니,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런데 '이놈으 사투리 땜시'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아줌마가 되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함열의 한 교회에서 노인위안잔치의 초대손님으로 초대되어 사투리를 질펀하게 한바탕 쏟아내고 왔다. 노인대학과 경로잔치에 단골이 된 지는 이미 오래. 이제 라디오와 TV에서도 심심찮게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녀의 고향은 전북 정읍 감곡면. 정읍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시골이라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익혀왔다. 그녀는 "깨구락지(개구리)며 땡게비(메뚜기) 잡고 대꾸지게(장난스럽게) 지냈던 깨복쟁이 시절(어린 시절)엔 '대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끼를 지닌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결혼과 함께 익산으로 온 후, 자신의 끼를 드러내지 못한 채 얌전(?)하게 살다가 드디어 끼를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전주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리포터 활동. 아침부터 밤까지 라디오를 끼고 살 정도로 라디오광인 그녀가 사연을 자주 보내게 되고 이를 눈여겨본 작가로부터 섭외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주부 리포터로 1년 간 활동하며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고, 새로운 일과 꿈에 대한 열정도 갖게 되었다.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게 된 원동력이 바로 이 열정과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고 그녀는 믿는다.

"물괴기가 물을 만났응께로 오갈들지 말고 잘히봐라잉"이라고 용기를 주는 친정어머니와 처음엔 싫은 기색을 보였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을 보내는 남편과 아이들이 그녀의 사투리 인생에 또 다른 원동력이다.

사투리·판소리·품바타령까지 전북 문화 알리려 노력

"사투리는 우리의 삶이며, 옛 시골의 정서가 담긴 문화입니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는 억양이 강하면서도 특유의 감칠맛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오점순씨는 그냥 습관대로 사투리를 하는 게 아니라, 사투리에 대한 뚜렷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사투리 경연대회 원년도 대상자로서 많은 활동을 한다면 대회의 맥이 이어질 것이고, 사투리에 대해 '촌스럽다'는 일반인의 고정관념도 바뀌리라고 기대한다.

사투리만 가지고는 레퍼토리의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판소리다. 국악원을 다니며 임화영 선생님에게 사사 받은지 1년째. 소리를 할수록 진작 배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운 그녀다. 아쉬운 대로 정통 소리꾼 대신 '또랑광대(또랑에서나 소리자랑을 하는 소리광대라는 뜻으로, 어쭙잖은 소리로 동네에서나 소리를 한다고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나, 요즘은 현대적 내용과 참신한 형식의 창작판소리로서 일반인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를 개척해보는 것도 작은 소망이다.

사투리와 판소리, 그리고 품바타령까지…. 이제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어쩌다보니'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의무감을 갖고 노력하여 얻은' 유명세인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김제 지평선 축제 일환으로 열린 제1회 전국 사투리 경연대회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사투리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사람들이 모인 대회이기에 그녀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상이었다.

지난달에는 전유성·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후원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왔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소개하고 그들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후원인들을 위한 작은 행사를 열었는데, 후원인의 한 사람인 오점순씨는 이번에는 손님으로 초대받아 공연을 한 것이다.

"이제는 중앙으로 무대를 넓히게 되었다"며 웃는 그녀. 익산을 넘어 전북으로, 전북을 넘어 온 나라에 전라도 사투리와 전라도 소리를 널리 알리고픈 그녀의 꿈이 새해에는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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