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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경복궁 앞에서 열린 '한국장애인IL(Independent Living)단체 협의회 출범식'
ⓒ 김진석
ⓒ 김진석
"450만 장애인 중 과연 밖에 나왔던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또 그중 사람으로 당당히 인정받았던 장애인이 그간 몇 명이나 있습니까? 우리는 그 동안 집구석에 처박혀 사람같이 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언제 배우고 싶은 걸 배웠던 적이 있던가요? 아니면 일하고 싶은데 취업했던 적이 있습니까? 이제는 450만 우리 장애인들이 인간처럼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 것입니다!"

장애인 자립운동 단체인 한국장애인IL(Independent Living)단체협의회가 20일 오후 1시 광화문 해태상 앞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제주,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모여든 20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은 대한 민국의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선언했다.

이들이 말하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이란 기존 장애인 프로그램의 일방적인 제공에서 장애인 스스로 자기 개발과 환경개선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장애인의 자립은 기존의 신체적 자립 혹은 경제적 자립에 국한된 의미로서가 아닌 삶 그 자체에 대한 결정과 관리를 당사자가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장애인IL단체 협의회는 자립생활을 지향하는 전국 단체들의 정보교환과 교류를 목적으로 지난 8월 발기해 1년 남짓한 준비 과정을 거쳐 정식 출범했다.

▲ 선언문을 낭독 할 때 경찰이 마이크를 잡아주고 있다
ⓒ 김진석
협의회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대회를 통해 자립생활운동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각 지역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그들은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한 자립생활과 자립생활 센터 지원 △중증장애인의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료활동 보조인제도 즉각 도입 △국민건강보험을 확대해 전동 휠체어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무상으로 지급 △장애인 연금제 즉각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중증 장애인들의 한 서린 외침으로 시작한 출범식은 그들이 간절히 호소하는 출범 선언문으로 마무리 됐다.

한국장애인IL단체협의회 최용기 대표는 "우리는 동정과 시혜를 받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당당한 권리를 모르는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왔다" 며 "이젠 장애인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삼육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종화 교수는 연대사를 통해 "한국에서 중증장애인 주체의 장애인 자립생활협의회가 출범한 일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다" 며 "단순한 이슈나 화제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증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유료활동 보조제 실행은 결국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의 노인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며 "장애인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곧 비장애인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이어진다" 고 강조했다.

ⓒ 김진석
실제로 6개월 동안 장애인 유료활동 보조를 하고 있는 정지원(34)씨는 출범식을 지켜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중증 장애인들의 외침을 들으며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는 정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동했다며 연신 눈시울을 적셨다.

장애인들이 쓰기 편리한 디자인을 공부중인 정씨는 "일반 자원봉사서비스는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와 수직관계가 형성돼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며 "유료활동 보조를 통해 장애인과 보조원이 서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장애인들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야 할 것" 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구르는 돌' 과 '간곡히'를 노래했던 민중가수 연영식씨 또한 "장애인 스스로가 의지를 갖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며 협의회 출범을 축하했다.

현재 한국장애인IL단체 협의회는 그들의 안건을 19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으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20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구체적으로 조직을 정비해 '비장애인이 사는 평범한 삶' 의 권리를 얻을 때까지 계속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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